욕망의 명화 - 그림 속 은밀하게 감춰진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을 읽다
나카노 교코 지음, 최지영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미술관 나들이를 하다보면 첨엔 재미있다가도 특히 신화나 성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명화들은 제목 읽고 그림 한 번 보고 부족한 나의 지식을 탓하게 될 때가 많다. 같은 그림인데도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면 완전히 다른 그림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역사적 배경이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때론 전혀 주목하지 못했던 부분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있기 때문이다.

나카노 교코는 '그림 읽어주는 여자'라는 별명처럼 여러 명화들을 사랑/ 지식/ 생존/ 재물/ 권력 등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욕망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어쩌면 이런 분류가 회회의 역사나 이론을 통한 분류보다 사람들 맘에 더 가깝게 다가올 지 모른다. 바로 우리들 이야기니까.

글은 전체적으로 먼저 그림의 일부분을 맛보기처럼 보여주고 간단한 해설을 해주어 독자들이 주어진 힌트와 함께 함께 궁금증을 풀어갈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그림에는 주인공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소품이나 배경, 색조등에 암호 처럼 시대 배경, 상징,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을 때가 많기 때문에 이런 해설 방식은 그림 감상과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글 전개 방식의 재미를 드러내는 그림이 바로 <격노한 메데이아>이다. 그리스 신화 속의 메데이아를 모른다면 정말 이 그림만 보고서는 침입자로 부터 두 아이를 지키려는 모성을 생각할 것이다. 두 아이를 살해하려는 복수에 불타는 여인을 떠올리기 힘들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존 밀레이의 <오필리어>

햄릿의 비련의 여주인공 오필리어.


이 그림에서 나카노 교코는 유럽 울새에 주목한다.



그림 상단 한 구석에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울새는 숲 속에서 죽은 아이들의 시체에 나뭇잎과 꽃을 덮어 추모한다고 한다. 오필리어의 독백 속에도 나오는 울새는 이 그림에서 작은 존재지만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카노 교코의 그림 속 여러 가지 이야기나 상징에 대해 친절한 안내를 해주고 있다.

이야기에 따라 인간의 욕망을 한 껏 담아낸 그림들과 이야기를 보다보면 마지막 글, 그 욕망의 끝에는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이야기 배열은 인간이 거침없이 자기의 욕망을 추구하다보면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작가가 주고픈 교훈,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잡지 연재 글묶음으로 출발한 책이라 그런지 다수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고 재미나게 풀어진 것이 장점이다.

이 부분을 뒤집어서 생각한다면 깊이 있는 미술사나 이론 해설을 기대한 독자라면 아쉬울 수도 있겠다.

날 좋은 날 미술관 나들이 고픈 날, 맘 가볍게 차 한 잔과 책장 어느 쪽이나 펼쳐들고 그림 데이트 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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