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마일 읽는 중
남편은 머리가 뛰어났고 아내는 미모가 출중했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두 사람은 닮은꼴이었고 두 사람 다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은 결코 헤어날 수 없는 유전과도 같았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그들이 전혀 닮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보인 것은 심한 중압감과 슬픔의 잔영이었다. 고통은 얼굴에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희한하게도 가족처럼 엇비슷해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성과 두려움 사이에 재미있는 유사점을 볼 수 있다. 성 관계를 하게 되면서, 그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깨어난다. 그리고 그 관심은, 변태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성행위와 종의 보존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한편, 우리는 죽음이라는 피치 못할 숙명을 알고 나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다. 성행위가 자신의 보존으로 이어진다면, 모든 두려움은 죽음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라스트 댄스에 대한 피펜의 대답
공식 앨범에 실리지 않은 곡이나 B면에 실린 곡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탐나는 앨범은 공시디에 구워서 시디 파일에 채워넣으려 기를 쓰고 구하러 다녔다. 노래 가사는 북서태평양 연안의 작고 우중충한 도시에서 성장기를 보내는 기분을,지루함에 서서히 질식당해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을 그대로 표현해낸 것이었다. 이 밴드의 장장 11분짜리 곡들과, 대단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오싹한 비명소리는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딱히 생각할 거리가 없을 때 훌륭한 배경음악이 되어주었다. - P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