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 이곳은 삼악산이 있었지

북쪽은 험하고 아득해 모르네

남쪽은 사람이 토우가 되어 묻히고

토우가 사람 집에 들어가 산다네

그래봤자 토우의 집은 캄캄한 무덤

<토우의 집> 윤여선

 

<토우의 집>은 2014년 초판이 출간되었고,

그 이듬해인 2015년 동리문학상을 받았으며,

2020년 개정판으로 발행되었다.

이 작품을 쓴 배경에 대해 저자는

첫 산문집 <오늘 뭐 먹지?> '김밥' 편에서 이렇게 설명한 적 있다.

"내가 서른 살이나 서른한 살쯤이었을 때,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부쩍 친해진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그 친구의 아버지는 정치범으로 잡혀가

모진 고문을 겪다가 결국 사형을 당했다고 했다.

그 사건은 나도 대학 때 들어 알고 있던 사건으로,

독재 시절의 사법살인으로 유명한 사건이었다."라고 했다.

<레가토>와 <토우의 집>은

소설가가 되면 꼭 써야겠다고 다짐한 소설이라고 했다.

위 소설들은 5.18과 인혁당 사건과 관련된 소설이다.

그 소설들을 쓰고 나자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그들의 고통에 대해서,

그리고 내 몸에서 나온, 그 어린 고통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내 어린 고통이

세상의 커다란 고통의 품에 안기는

그 순간의 온기를 위해 이제껏 글을 써왔다.' 는 말이

비로소 짐을 내려놓게 되었다는 의미였나 보다.

 

삼악산 남쪽 삼악동은

등판에 가는 골이 새겨진 거대한 다족류 벌레 모습이라고

삼악동이란 이름을 놔두고 다들 삼벌레고개라 불렀다.

새댁네가 우물집으로 이사 오고, 딸 안 영과 안 원은

주인집의 아들들 금철, 은철과 동갑내기로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원과 은철은 좋은 간첩인 스파이라고 하면서

동네 사람 이름을 알아내고,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놀이를 한다.

새댁의 남편에게 이따금씩 몇 명의 사람들이

찾아와서는 심각한 회의를 하고는 간다.

어느 날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새댁의 남편을 데려가고는

시체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총기 넘쳤던 새댁은 결국 미치고는 말고,

아빠와 엄마를 동시에 보내고는

원이는 말을 잃고 만다.

 

간첩, 국민교육헌장 등의 단어가 나오면서

70년대 달동네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대를 이어 전해지는 국가폭력 문제를 지적한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평범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제를 전달하는 이런 책을 좋아한다.

술술 잘 읽히면서도 주제 전달력이 뛰어난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네요.

*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