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죽음 - 다문화의 대륙인가? 사라지는 세계인가?
더글러스 머리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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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죽음>은 2017년 5월 영국에서 출간되었다.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다.

<선테이 타임스> 논픽션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20주 가까이 머무른

그 해의 손꼽히는 베스트셀러였다.

 

저자는 이민, 젠더, 인종, 종교, 저널리즘 등

유럽 내부의 모순과 부조리를

명료하고 일관되게 드러내 충격에 빠뜨리는

영국의 젊은 언론인이자 정치 논평가이다.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론에 입각한

급진적인 다문화 정책, 친 이슬람 정책,

젠더 이데올로기와 차별금지법 등에

대해서 비판하는 젊은 학자이다.

 

유럽은 자살하는 중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유럽이라고 알고 있는 문명이

자살을 감행하는 중이며,

영국이나 다른 어떤 서유럽 나라도

이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 똑같은 증상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처럼 보이며,

그 결과 현재 살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수명이 끝날 때쯤이면

유럽은 지금의 유럽이 아니게 될 것이고,

유럽의 민족들은 우리가 고향이라고 불렀던

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다.

 

오늘날의 유럽의 질병의 원인은

연속되는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고,

이제 거의 회복이 불가능한 탓이다.

 

첫 번째 사건은 유럽으로 밀려드는

사람들의 대규모 이동이다.

노동력 부족 때문에 이주자들을

받아들이면서 이 과정이 시작되었다.

유럽은 금세 이민에 중독되었고

이주 흐름을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연속되는 두 번째 사건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유럽으로 이주한다 할지라도

그와 동시에 유럽이 자신의 신념과 전통,

정당성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이런 대규모 이주가

그처럼 최종적인 경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 내내

유럽 각국 정부는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추구했다.

 

이민자 유입은 경제적 이익이 된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이민 증가가 필요하다,

이민은 우리 사회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흥미롭게 만든다,

세계화 때문에 대규모 이민을 막을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었다.

 

어쨌든 전 세계 이민자들이

유럽으로 몰려오는 것은

유럽이 세계 이주자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이주자들이

사회에 통합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 모든 것이 현재 직면한

최대의 위기가 벌어지기 몇 년 전의 일이지만.

 

북아프리카 사람들은

여러 해 전부터 고향을 탈출하고 있다.

 

이주자를 끌어당긴 요인의 하나는

유럽 국가들 사이의 국경선을 낮춰서

일단 누구든 유럽에 들어오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 약속이었다.

 

어느 시점에 이르자

이미 들어온 사람들을 돌려보내는 데

경제적 비용도 막대할 뿐만 아니라

외교적 비용도 너무 커졌다.

 

이민자들이 비자가 필요없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유입되는 나라가 되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해안에 해군 소형 구축함을

배치하여 이주민을 받아 들였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비용 감당이 너무 큰 나머지

유럽연합의 국경, 해안 경비 기관으로 이관되었다.

 

그리스로 몇 년째 이민자 문제를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이런 과제에 대처해야 하는 그리스만큼

불행한 나라는 찾기 힘들 것이다.

 

2015년에 이르러 그리스 경제는

6년째 채무 상환 위기에 빠져 있었다.

그리스는 독일을 필두로 한 유로존 나라들이

강요한 경제 긴축과 분투하는 한편

들쭉날쭉한 국경선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위기 사태와도 고투하고 있었다.

 

2010년 10월 포츠담 연설을 할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금까지 독일에 온 사람들을

통합하는 데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2010년 독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의 수는

총 4만 8천 589명이었다.

그런데 5년 뒤에 메르켈은 한 해에만

최대 150만 명이 독일에 입국하도록 허용했다.

 

독일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5만명 정도의 사람들로

다문화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숫자가 서른 배가 된다고 해서

제대로 작동하리라고 어떻게 기대할 수 있을까?

 

유럽 곳곳에서 경고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자유주의적인 나라라는 네덜란드는

1990년대에 이르러 빠르게 증가하는

소수자 집단과 긴장을 겪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기독교가 이룩한 정교 분리 덕분에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을 얻었다.

 

포르퇴인은 무슬림 여성들도 네덜란드 여성들과

똑같은 해방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르퇴인은 죽기 직전에 한 TV 인터뷰에서

자신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30대 남자가 그의 머리에 총을 몇 발 쏘았다.

 

2000년대 초 암스테르담에 사는 동성애자들이

무슬림 남자들에게 구타당하는 일이 점점 늘어났다.

 

2005년 덴마크의 어린이 책 출판사에서

세계 종교에 관한 아동 도서 시리즈에

들어갈 만화 작가를 찾지 못했다.

 

금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신문사는

금기를 깨뜨릴 수 있음을 보여 주었지만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했다.

 

덴마크 만화가 쿠르트 베스터고르의

생명을 노린 몇 차례의 시도가 있었다.

 

2015년 11월 13일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술집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는

파리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그와 동시에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났다.

 

그날 저녁 파리에서 129명이 살해되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시리아의 IS가 자기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범인들이 프랑스와 벨기에 출신임이 밝혀졌다.

 

2주도 되지 않아 프랑스 총리 마뉘엘 발스는

향후 2년 동안 난민 신청자를

3만 명 이상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라고 말한 것 프랑스가 아니라고.

 

2016년 여름 17세 난민이

독일 바이에른주 기차 안에서 도끼와 칼을 휘둘러

승객 다섯 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공격범이 IS에 충성을 맹세한 사실이 밝혀졌다.

 

2000년대 내내 이민자 무리가 현지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2016년 내내 독일 연방 16개 주 전체에

수많은 강간과 성폭력 사건이 퍼져 나갔다.

 

느슨한 이민 정책을 승인한 사람들 중

누구 하나 이슬람 신성 모독이

21세기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문화, 안보 문제로

대두될 것임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주자들은 우리나라의 성격을 바꿀 것이다.

우리는 이 나라의 성격이 바뀌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슬로바키아 총리의 말이다.

 

대중적인 우려가 제기되자 

온갖 정치 성향의 각국 정부와

주요 정당은 이민 통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2015년 9월 초에 이르자

헝가리는 난민의 수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이제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선언했다.

헝가리는 국경을 따라 장벽을 건설하고 폐쇄했다.

 

이어 불가리아와 오스트리아가 국경을 통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메르켈은

유럽에 들어온 이주자 수를 처리하는데

할당제에 서명하라고 각국을 설득했다.

 

이주자 사태가 벌어지는 내내

국경, 국가 주권, 문화적 응집성,

그 밖에 많은 점들에 대해

동유럽이 보인 태도는

서유럽의 태도와 다르다.

 

2015년 여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아무리 을러대고 저주를 퍼부어도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은

메르켈이나 브뤼셀과는 완전 반대 노선을 취했다.

 

슬로바키아는 <터무니없는 발상>이자

<대실패작>이라고 규정하면서

할당제를 계속 거부했다.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슬로바키아 총리는 꿋꿋이 버텼다.

 

스웨덴의 자부심은

1990년대에 발칸 지역 전쟁을 피해 도망친

난민 수만명을 수용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들과 똑같이 경고 표시가 나타났지만,

2010년부터 스웨덴으로 들어오는

이주자가 급속하게 늘어났다.

 

2015년 새해 전약 쾰른에서 강간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을 은폐한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야

스웨덴 언론은 여러 해 전부터 음악 축제를 비롯한

행사장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보도했다.

 

결국 그해 8월 총리는 난민 신청자들이

이런 속도록 나라에 들어온다면

<그 숫자를 전부 감당할 수 없을 것>임을 인정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을 바꾸지는 않겠다면서

<하지만 그 사람들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도망치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2015년 최근 입국한 사람들을

북부 지역 마을로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는데,

이주 정책을 가속화한 뒤에야 정치인들은

이런 생각에 내재하 함정을 깨달았다.

 

2016년 법무부 예산은 420억 크로나,

국방부 예산은 480억 크로나,

이주 비용은 직접 비용만 504억 크로나였다.

 

세계 경기가 후퇴하던 시기에도 스웨덴은

흑자 예산을 운영했는데,

성장기를 맞이해 적자 경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현대 서유럽의 삶은 목적의식을 잃어버렸다.

 

<내가 지금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거지?

내 삶은 무엇을 위한 걸까?

삶을 초월하는 어떤 목적이 있을 까?>

이런 의문은 언제나 인류를 움직여왔고,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이런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서유럽인들이 보기에 여러 세기 동안

우리가 매달려 온 이 의문에 대한

답이 바닥이 난 것 같다.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이 단계가 지속될 수도 있다.

 

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확히 어디로 넘어가는 걸까?

 

야만상태, 또는 구원으로?

만약 구원이라면,

어떤 종류의 구원이고 누구의 구원인가?

 

유럽은 세계의 누구든 옮겨 와서

자기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하는가?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면

유럽 사람들을 불공정하게 대하지 않으면서도

곤궁에 처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적어도 대규모 이민자 유입을 역전시키거나

막을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인구를

찾아내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여러 세대에 걸쳐 이곳에 사는 유럽인들은

점점 인구 비중이 작아지는 소수자로 전락하는

가운데서도 그들의 전통은 억압적이고

낡아빠진 것이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서유럽 나라의 현재 상황과

인구학적 예측이 보여 주는

대륙의 미래가 바로 이런 모습이다.

 

그리고 유럽인들은

거의 끝없이 동정심을 가질지 몰라도

그 동정심이 무한하지는 않을 것이다.

 

 

2015년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규모로 발생한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지중해상에서 난민을 가득 태운 배들이 가라앉아

주검으로 떠밀려 오면서,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필두로 난민을 수용했다.

 

하지만, 수만 명씩 쏟아져 들어요자

유럽 전역에서는 인도적 우려와 더불어

어떻게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지 불안이 커졌다.

 

책에서 저자는 당시 상황을 복기하면서,

특히 서유럽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경고를 한다.

 

저자도 스스로 예상했겠지만,

이런 주장은 격렬한 비판을 낳았다.

 

철학적, 종교적 차원에서 유럽,

특히 유럽 문화가 과연 자살하고 있느냐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지만 2015년 난민 사태는

열린 국경과 이민 정책,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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