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각성
정원 지음 / 북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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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뉴욕과 보스턴, 삿포로... 이 중에서 내가 발을 디뎌본 땅이 없다. 뉴욕은 20대 때 정말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 중에 하나였지만 용기가 없었다. 책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 정원의 여행 에세이 <여행 각성>은 그 어떤 여행 에세이 중에서도 가장 잔잔하면서도 저자만의 느린 호흡이 느껴진 책이다. 읽으면서 '아.. 이런 상황에서는 나도 그랬겠는걸?'라며 저자의 행동과 생각에 깊이 빠져버렸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걸어온 본인의 인생길에 잠시 쉼표를 가지는 떠남이란, 돌아올 곳을 잠시나마 잊어버리게 해주는 치료약이자 도피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을 앞둔 나로서는 앞으로의 여행에 아이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과 동시에 준비에 대한 각성도 필요해 보인다. ㅎㅎ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가 저자가 여성일까 남성일까라는 점. 사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성별을 눈치챌 수 있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좀 달랐다.

닿을 수 있는 데까지 돌아다니고,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쓰는 저자 정원. 살면서 적어도 한두 명은 웃겨야 한다는 이상한 사명감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손이 자꾸 가는 <여행 각성>을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다.


여행의 출발지는 오사카로 시작된다.

일본은 아버지의 오래된 출장지로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정말 왕래가 많으셨지만 이제는 발길이 끊긴지 오래...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우동을 언젠간 한번 먹어볼 수 있겠지. 일본은 왜인지 모르게 무채색의 옷을 입은 나라라는 느낌이 있다. 그중에서 오사카는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나는 저자의 오사카의 한 서점에 들러서 사색하는 부분이 잔잔하게 오래 머무른다. "생산자인 것도 좋지만 향유자일 때 백배 행복하다. 향유라는 단어 자체가 입안에서 향기롭다.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책을 가까이하면 종이 냄새가 나는 서점으로 이끌리듯 들어가게 되는데, 저자도 그러했다. 하루 종일 츠카야 서점에 있는 하루를 꿈꿔보는 저자처럼 나도 종이 냄새로 덮인 오래된 서점을 거닐고 싶어진다.


두 번째 여행지는 뉴욕과 보스턴.

혼자 거니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는 어떨까.

콘크리트 빌딩 숲 사이의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로 보일까.

뉴욕을 여행하는 저자의 모습도 나의 모습을 상상했던 이러한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베이글과 콜라를 주문한 그는 콜라가 나오지 않자 "물은 셀프입니다." 문구의 한국식 식당이 그리워졌고, 용기 내서 말하지 못하고 뛰쳐나온 여담을 보면서 '나도 그랬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타지에서, 그것도 북적이는 뉴욕에서 이방인이 된 저자의 모습에 내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왠지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여행이라는 각성.

저자만의 잔잔한 여행 추억들이 사진과 함께 섞여

잔잔한 여운을 남긴 책이다.

임신 9개월이 지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상당히 푹 빠져서 읽은 책 중에 하나다.

저자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


** 도서를 무상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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