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1 7월 19일, 그날 우리는 다 함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두 함께였던 마지막 날짜이다. 아버지, 엄마, 나, 그리고 혜진이.
바닷가 호텔로 여름휴가를 떠난 현수네 가족은 저녁 와인파티에 엄마, 아빠가 잠시 다녀오는 사이 동생과 현수는 로비에서 놀기로 했다.
현수는 핸드폰 게임에 정신이 없었고 혜진은 숨바꼭질을 하자고 말하며 사라졌다.
목격자의 진술을 믿고 아버지를 범인으로 몰다 골든 타임을 놓쳐 미제 사건으로 남겨져 있다.
가족들은 묻 사람들은 애들만 놓고 놀러간 부모를 욕했고 여동생을 잘 챙기지 못한 현수에 대한 안타까움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렇게 현수의 가족은 엄마는 정신과 약과 알콜 중독 증세를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전국으로 떠돌고 현수는 존재감 없는 투명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 현수 앞에 나타난 서프라이즈를 달달 외우는 돌봄 선터의 원장. 거리낌없이 자신에게 궁금한걸 물어보며 쉴새없이 이야기하는 최수민
그들에게는 또 다른 종류의 헤어짐이 있다.
p33 소소한 것들, 작고 하찮은 것들. 그때는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니 그것이 전부였다. 모든 것이 거기에 고여 있었다. 친밀. 애정. 일상. 기억.
있을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비로소 알게 되어지는 행복과 소중함을 우린 늘 늦게 깨닫는다.
이 생각을 잊지 않으면 사라지는 그날이 와도 조금은 덜 후회할텐데 말이다.
p76 "난...... 전단지에 붙은 얼굴들을 주의 깊게 보는 어른이 되고 싶어. 혼자 걷는 아이에게 부모님은 어디 있냐고 묻는 어른이 되고 싶어. 슬픈 기사에 악플 대신 힘내라고 댓글 다는 어른이 되고 싶어."
아픈 말들과 행동으로 난도질 당한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구절이여서 마음이 아팠다.
남긴 글과 말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걸 진짜 모르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다.
p96 나는 울지 않는다. 울지 못한다고 해야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울어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남들에게 동정만 살뿐이다. 울고 난 뒤의 이상스러운 개운함도 싫다.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도 싫다. '울고 나면 시원해져.'라는 말은 아무렇지 않게하는 부류의 인간들도 싫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나만 감정적으로 시원해지고 나면 뭐 어쩌라는 건지.
자신의 실수로 인해 동생이 사라졌다는 자책감에 슬픔 조차 사치라고 여기는 아이의 마음은 얼마만의 무게에 눌려있는 것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p199 우리 셋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큰 소리로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그래야만 했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참고 참았다. 몸에 고여 있던 슬픔과 절망을 퍼낼 수 없었다. 혜진이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우리는 슬프면서 기뻣다. 혜진이의 작은 부분을 마침내 되찾을 수 있어서. 그것을 품에 안을 수 있어서.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며칠전 외가집에 갔다 동생을 잃어버려 찾지 못한 형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동생이 돌아오기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도로를 다니다보면 실종 아이를 찾는 다는 플래카드를 종종 보게 된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어느 날도 같은 곳을 지나며 조금은 더 변한 모습의 사진이 첨부된 플래카드를 보게 되기도 한다.
자식을 잃는 다는것, 가족을 잃는 다는 것은 생사를 확인하기 전에는 끝이 날 수 없는 참혹한 시간의 인생이 되어 버리는것이겠지.
상상하기도 싫은 일들이다.
이별, 헤어짐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슬픔 중 어느것이 더 무거운지는 아무도 이야기 할 수 없다.
나름의 방식으로 추모하고 극복하고 이겨내며 무게를 줄여나가 작은 흉터쯤으로 남을 때까지 소수처럼 단단해지길.. 절대 쪼개지지 않는 소수랑 탄소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