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 년의 기도, 단식 - 구약 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왜 단식을 해 왔을까?
아델레 스카르네라 지음, 노성기 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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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사 2018-03-3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8년도 사순시기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끝나가고 다음 주는 성주간이다.

사순시기 하면 고난의 동참과 절제, 단식 등이 떠오르지만, 특히 단식의 경우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복받는 비결로 생각해서 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요즘은 자기애 과잉 시대라 다이어트를 위한 단식이라면 몰라도 영육의 정화, 절제, 그리고 하느님을 위한 단식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는 듯하다.

특히 사순절 미사 강론 시 신부님들은 단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들을 해주신 적이 있어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단식을 역사적, 신학적 관점에서 생각한 적은 전혀 없었다. 이 책을 통해 단식의 의미를 깊이 알게 되어 유익했다.

이 책은 단식에 대한 올바른 개념 정립을 하고 실천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단식에 대한 근본적 이해 없이는 일회성으로만 끝나거나 신앙적 혼란에 빠질 수 있으며, 요즘처럼 쾌락만 추구하는 이 시대에서 단식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만 커질 것이다. 주변인이나 자녀에게 단식을 권할 때도 이 책 내용에 근거를 들어 설명해주면 단식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갖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단식의 의미와 실천방식을 가르쳐야 할 입장에 있는 성직자들이나 기도회나 단체 관계자들도 읽어보면 좀 더 거시적 맥락에서 단식의 참 의미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듯 싶다.

율법보다 율법에 담긴 의미가 중요했듯이, 단식 자체보다는 의미를 알고 실천할 때 영육으로 진정한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본다.

이 책에는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관계로, 가볍게 읽히지는 않아도, 천주교 신자가 신앙생활에서 단식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점에는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라고 본다. (특히 가톨릭 출판사 블로그에 이 책 번역자이신 노성기 신부님의 단식에 관한 특강이 있으니 한번 들어보고 책을 읽으면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간단히 책 내용을 소개 하겠다.

우선 이 책은 인간을 구성하는 육체와 영혼 사이에서 행하여지는 단식의 기원과 의미 변화를 연대적인 순서로 기술하고 있다.

이방인들과 유다인들이 자연재앙과 불행을 막고 건강과 축복을 위하여 본능을 억제하고 음식을 멀리한 신적 행위의 단식이 그리스도교에 의해 그 의미와 가치가 심화되었다.

구약시대는 단식이 하느님 자비를 간청하기 위한 기도와 고행의 한 형태로 행하여졌으나, 진정한 기도의 단계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신약 시대에 와서 교회는 그리스도 교인의 생활의 핵심인 기도와 단식이 자선으로 이루어지게 이끌었다. 단식이 악을 쫒는 정화의 목적과 청빈과 금욕의 목적으로 심오한 영적 의미가 부여되었고 가난한 이웃에 대한 사랑실천의 연대감의 표시로 단식이 강조되었다. 3-4세기에는 단식이 사목적 행위로 여겨지기 시작해서 한층 은수적인 차원으로 발전했으며 수도원 운동에서는 성화의 보루가 되어 단식 실천과 단식에 깃든 정신을 순수하게 보존하려는 교부들의 관심 덕분에 전례적으로 신학적 관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육체적 단식은 영혼의 양식이 되어 영혼을 더 활기차게 만들고 죄로 이끄는 육신적 욕망을 절제하고 악습을 근절하도록 도와주므로 올바른 정신을 회복하고 신적 덕행을 쌓게 하는 영성생활의 약이 된다.

세속적인 가치만을 지닌 행위로서가 아니고 육체적 정신적 균형감각을 이룬 상태에서 하는 단식에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다스리고 자선으로 이어져 영혼의 풍족과 참기쁨이 따름을 알 수 있게 되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광야에서 40일 기도와 단식을 하신 예수님 수난에 동참하기 위해 교회는 4세기 이후 설정된 사순시기 단식과 금육을 통해 모여진 물질로 자선을 실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도와 단식과 사랑이 내적으로 완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간헐적으로만 단식 해왔지만
앞으로는 예수님이 유다에게 배반당한 수요일과 십자가에 못 박히신 금요일 아침 한끼 단식과 사순시기 아침 한끼 단식의 꾸준한 실천을 통해 내 뜻을 비우고 하느님 뜻을 헤아리고 따를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 간절히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