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정진석
허영엽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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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의 일대기를 담은 회고록

 

한국에는 추기경이 세 분 계시다. (고 김수환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책은 매우 많고 매스컴, 영화 등을 통해 그 분의 행적, 가르침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 사회 격동기에 활동하셨던 만큼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를 하시고, 항상 소탈하고 소외된 자와 함께 했던 그 분의 모습은 신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가톨릭에 대한 좋은 인상과 영향을 주었다.

 

김수환 추기경이 노쇠할 때쯤인 2006,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12년 전 TV에서 추기경 서임 기자회견을 하시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김수환 추기경에 비해 정진석 추기경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신자이면서도 추기경이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 큰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이 책을 본 후에야 정 추기경이 한국 천주교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사업들의 틀을 닦은 분이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함과 존경심이 생겨나게 되었다. 정 추기경의 모든 것들을 쉽게 알 수 있는 책,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여러 교회 사업들의 근본적 의도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은 현재로서는 이 책이 유일할 듯싶다. 그 분의 생애, 영성, 가르침, 모든 활동이 연대 순으로 가독성 높게 정리되어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은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직을 수행하던 시절, 교구장 수석 비서였던 허영엽 신부가 추기경의 구술과 여러 자료들을 꼼꼼히 모아서 2016년부터 16개월간 가톨릭 평화신문에 연재한 글을 일목요연하게 구성해서 편집한 것이다. 분량이 420페이지라도 그 분의 생애는 한국 근현대사 및 한국 천주교회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맞물려있어 마치 역사소설처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으며 정 추기경이 매우 친근한 분처럼 느껴졌다.

 

책에는 정 추기경의 어린 시절, 서울대 공대 입학 후 전쟁을 겪으면서 과학자가 아닌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일, 신학교 시절, 최연소 청주교구 주교가 된 후 겪었던 일들과 여러 업적들, (신자 교육, 사제 양성, 새성전 건립, 꽃동네, 교회법전 번역), 서울대교구 시노드 작업, 생명 운동, 해외선교 지원 등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추기경의 생명 운동 관여를 다룬 내용이 인상 깊었다.

 

2005년 황우석 배아줄기세포 사건을 통해 천주교는 대중에게 큰 비난을 받았었다. 나 역시도 난치병을 앓은지 꽤 되어서 줄기세포 치료법에 약간의 관심은 있었는데, 그 당시 생명수호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던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대주교 관련 기사에 많은 악플이 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줄기세포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지만 천주교 수장분들이 환자들의 아픔을 모른척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마음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후 생명수호 운동에 기반을 둔 치료법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애쓰는 천주교를 보면서 나 역시 그 동안 인간중심적 사고를 해왔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생명 운동들이 앞으로도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길 지지하고 기대하고 있다. 가톨릭이 인간, 생명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에 대해 이 책을 읽어보면 많은 이해가 갈 것으로 본다.

 

요컨대 이 책은 정진석 추기경의 생애와 많은 활동과 업적, 그리고 한국 6.25 전쟁 및 근현대사와 천주교회사를 아우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도 추기경님과 한국 가톨릭, 그리고 인간과 하느님에 대해 많은 지식과 삶의 지침을 얻게 될 것이기에 강력 추천한다.

 

<추천 대상>

 

1. 가톨릭 신자라면 현 추기경이신 정진석 추기경이 어떤 신앙관을 가지고 어떤 일들을 해오셨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나 교구에서 현재 추진 중인 일들이 정 추기경님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이 많기 때문에, 그 본질적 의미를 알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생명 운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들어있어 신자로서 왜 동참해야 하는지 깊이 깨달을 수 있고 앞으로 삶의 가치관을 설정하는데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2. 정추기경님의 생애와 그 분의 활동이 매우 읽기 쉽게 정리되어 있고 특히 그 분의 삶은 한국 근현대사와 매우 밀접했기 때문에 천주교 지식이 없지만 추기경에 대해 궁금한 일반인들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다.

 

3. 사제를 꿈꾸는 청소년들이나 신학생들이 앞으로 신부로서 자신만의 비전을 설정하는데 추기경님의 생애와 영성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인상깊은 구절>

하느님 저를 이곳에 불러 주시기 위해 저를 죽음의 고비에서 여러번 건져 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죽은 목숨입니다. 지난 날을 생각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주님이 원하시면 저를 당신이 원하시는대로 써주십시오. 신학교에 들어오게 하셨으니 사제가 되고 사제로 죽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제 어머니도 돌보아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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