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심장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1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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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장 / 조지프 콘래드 (휴머니스트 제공 서평 도서)

아프리카 오지에서 대상인 커츠를 만났던 여정을 회고하는 영국인 선장 말로의 이야기. 처음엔 흥미롭다가 서서히 어두워져 결국 모든 게 분간이 안 가는 암흑에 놓였다 온 기분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악몽의 생생한 체험이다.

대항해시대, 다시 말하자면 대약탈의 시대, 제국은 암흑을 내쫓기 위해 기어이 세상의 모든 암흑을 찾아들어갔다. 그 당시의 삶-기록된 것보다 더 많은 상처가 인간들에게 새겨졌을 텐데-이 굉장히 궁금했었는데 텍스트만으로 그 체험을 다 한 것 같다. 빽빽한 문단, 형이상학적인 문장들에 어지러움을 느끼면서도 어둠을 비집고 빠져나가려는 사람처럼 끈질기게 읽었다. 그러다보면 이 소설을 고전이라 칭할 만한 섬세한 묘사와 통찰이 드러나 잠시 숨을 쉴 수가 있었다.

탈식민주의, 제국주의,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 않게 하는 부분들이 인간의 평등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말로가 메모에 적힌 러시아어를 야만인들의 언어라 오해한 것, 식인종이 선원들을 먹으려 하지 않고 도운 것, 흑인 조타수가 죽기 직전 말로에게 보인 숭고한 믿음의 얼굴, 원주민들이 말로가 타고 온 배를 공격하도록 명한 커츠, 야만인에 동화되어 그들을 지배한 커츠의 모습이며… 조건이 사라진, 조건이 무화된 인간은, 자연의 인간은 서로에게 평등했다. 사실 인간은… 지극히 평등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커츠가 머물던 오지가 어둠의 심장을 의미한다면 지구 자체가 이미 어둠 속에 잠겨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소설 초반부에 등장하는 영국 템스강도 상당히 어둡다).

돌아가는 길에 커츠가 죽고 그의 짐을 인계받은 말로가 그의 약혼자에게 찾아가 커츠가 한 유언을 사실대로 밝히지 않고 ‘당신의 이름을 말했다’고 거짓말한 부분에서는 사무치는 슬픔이 있었다. 그토록 거짓말을 혐오하는 말로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그 어둠의 심장에서 커츠가 마지막으로 외친 말이 “끔찍하구나! 끔찍해.“였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는 결국 어둠만 있었다. 커츠가 그곳을 찾아간 이유가 상대적 가난과 정의 때문이었음이 암시되는 후반부에서 신처럼 보이던 그에게서 문명의 타락을 떨쳐내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어려운 이야기라 도움이 될 만한 부록이 많이 실려있는데, 그중 콘래드에 대해 쓴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둘의 인연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두 남녀가 대화하는 식으로 조지프 콘래드를 비평한 울프의 텍스트도 새로웠다. 이런 방식을 차용해서 글을 써볼까 싶어진다. 역자이자 시인이기도 한 황유원의 해설에서는 그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어렵다고 인정하는 솔직함, 간단하면서도 치밀한 분석력이 느껴졌다. 이런 어려운 소설의 경우 해설이 정말로 이해에 가닿는 한줄기 빛이 되는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이니만큼 부록에서 이야기에 대한 두꺼운 논문 같은 분석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작가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해석의 자유를 앗아가지 않게끔 해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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