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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슈퍼히어로가 있다 ㅣ 그래 책이야 44
고수산나 지음, 유준재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9월
평점 :

한때는 제게도 '캡틴 플래닛!'을 외치며 '지구 특공대'가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땅, 불, 바람, 물, 마음에 이어 여섯 번째 힘으로 어쩌면 '태양' 정도 말입니다. 지구도 지키고, 나라도 지키고, 도시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는 어린 영웅이 되고 싶었던 그 시절. 마음 저 깊은 곳에 영웅심리가 자라던 소녀는 지금 생각해 보니 무척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도 계셨고, 조부모님도 함께 살던 그때의 그 소녀가 행복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오늘의 도서 소개합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만드는 '잇츠북 어린이' 출판사의 '그래 책이야' 마흔네 번째 시리즈 『우리 반에 슈퍼히어로가 있다』입니다.
이 책을 쓰신 '고수산나' 작가님을 기억합니다. 바로 감명 깊게 읽었던 '별에서 온 엄마'라는 도서 덕분인데요. 그 책도 그랬고, 오늘 이 책도 그랬고 제 눈물샘은 어김없이 자동문처럼 열지 않아도 많은 눈물이 문을 통과해 상기된 뺨을 타고 흘렀습니다.
『우리 반에 슈퍼히어로가 있다』 차례

'슈퍼 히어로'라는 단어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할아버지'입니다. 아마도 슈퍼히어로와 할아버지는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요. 어릴 때 엄마와 헤어지고 아빠마저 사고로 잃은 주인공 선우가 할아버지와 살게 되며 영웅을 꿈꾸는 이야기. 과연 선우에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우리 반에 슈퍼히어로가 있다』 슈퍼 히어로의 정체

할아버지와 함께 산 지 6개월인 선우는 6개월 전 아빠를 잃었습니다.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 건물 더미에 깔려 돌아가신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건설회사 사람들과 보험회사 사람들이 할아버지와 언성을 높일 때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하도록 고모가 이어폰과 노트북을 주며 만났던 영웅들을 잊지 못합니다. 그 순간에는 시끄러운 것도, 사람들이 선우를 불쌍한 표정으로 보는 것도 모른척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웅을 떠올릴 때는 이상하게도 아빠가 죽었다는 슬픔이 덜해지는 느낌마저 들게 했으니 선우의 '슈퍼히어로' 사랑은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67세인데도 80세가 넘어 보이는 것처럼 깡마르고 손은 투박했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를 찾아온 친구 송씨 할아버지는 슈퍼맨이 좋다는 선우에게 할아버지야말로 슈퍼맨이라고 합니다. 바로 할아버지의 금주와 금연을 두고 하는 소리였습니다. 지난겨울 술에 취한 할아버지가 감기에 걸린 선우를 잘 돌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술을 한 잔도 입에 대지 않게 된 것인데요. 그날은 아프지 않으니 송씨 할아버지와 함께 술 한잔하고 오시라고 하는데도 한사코 거절의 말을 거듭하십니다.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었던 선우는 학교에서 고양이를 구하다 다리를 다쳐 2주 동안 깁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바람에 할아버지는 선우의 등하교를 해주게 되었고, 그 길에서 한 사고를 목격하게 됩니다. 바로 선우가 다니는 학교 병설유치원 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저수지로 굴러떨어졌던 것인데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할아버지는 선우에게 119에 신고하라며 휴대전화를 주고 차로 달려갔고 결국 할아버지 덕분에 무사히 모두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선우는 생각합니다. 슈퍼히어로는 할아버지였다는 것을요.

할아버지가 슈퍼히어로였다는 사실이 기쁜 선우는 꿈속에서 슈퍼히어로가 됩니다. 다리 아래로 추락하는 버스를 높이 들고 바다 위를 날았을 때 쉬가 마려워 잠에서 깨어난 선우는 할아버지 방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울음소리에 놀란 선우는 이내 할아버지가 슈퍼히어로였다면 아마도 아빠를 구했을 텐데 아빠가 위험에 처했을 때 그렇게 하지 못했던 할아버지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슈퍼히어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먼저 구하는 건데, 위험에 빠진 것을 가장 먼저 알아챘을 텐데... 따끔따끔 마음이 아파오는 선우는 슈퍼히어로에 감춰진 울음이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슈퍼히어로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게 된 선우는 더 이상 몸도 마음도 힘이 없었습니다. 아빠가 보고 싶은 선우는 영웅처럼 강한 힘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마냥 밝게만 보였던 선우가 지닌 아픔이, 그 슬픔이 슈퍼히어로를 통해 모두 잊히길 바라봅니다. 할아버지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던 『우리 반에 슈퍼히어로가 있다』.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 용기, 그리고 내 안의 슈퍼히어로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덮은 후에도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 '캡틴 플래닛!'을 외치던 그 소녀의 지금인 회장님맘은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한동안 그리움으로 며칠을 보냈답니다. 그렇게 선우의 가려진 슬픔을 마구 어루만져 주고 싶어 『우리 반에 슈퍼히어로가 있다』 89page 할아버지와 선우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