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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ㅣ 책마중 문고
바버라 슈너부시 지음, 캐리 필로 그림, 김수희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치매를 다루는 영화, 드라마, 도서 그 어느 분야에서든 '슬픔'이라는 감정을 빼놓으면 다룰 수 없는 소재가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알츠하이머병'인 것 같습니다. 보통 노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치매가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 소개할 '어린이 작가정신' 출판사의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는 흔하게 보이는 할머니의 치매를 다루는 도서입니다. 할머니에게 찾아온 불청객 같은 '알츠하이머병'을 대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과연 할머니에게 꽃무늬 바지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할머니와 리비

리비에겐 사랑하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할머니와는 자주 함께 책도 읽고, 꽃 그림을 그리고 색칠도 하며,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고, 정원에 나가 꽃도 심습니다. 할머니는 새 이름을 잘 알아서 무슨 새 인지 얘기도 잘 해주십니다. 리비에게 할머니와의 시간은 행복 그 자체인 듯 보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할머니는 꽃무늬 잠옷 바지에 파란 줄무늬 셔츠를 입는 등 이상한 옷차림을 하십니다. 어울리지 않는 할머니의 옷차림이지만 리비는 그마저도 좋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걱정이 많습니다. 할머니의 뇌가 병들어 자꾸 잊고 이상한 행동도 하시기 때문입니다. 버럭 화를 내기도 하고 가스불을 끄지 않아 냄비를 태우기도 하시니 집에 불이 날까 봐 리비도 조금씩 걱정이 되나 봅니다.

리비가 어울리지 않게 옷을 입는 건 개성이라고 하면서 할머니가 이상하게 옷을 입는 건 병이라고 하는 걸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리비에게 할머니는 그저 할머니일 뿐입니다. 할머니가 새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면 할머니한테 배운 리비가 할머니한테 알려주면 됩니다. 아무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화를 내시면 할아버지께 얘기하면 됩니다. 리비는 그래도 할머니가 좋습니다.
할머니가 웃는 게 좋은 리비는 할머니가 리비에게 해준 대로, 할머니에게 배운 대로 할머니를 대합니다. 누가 읽어주건 간에 책을 읽는 건 똑같습니다. 할머니와 리비는 함께입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기 전에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후에도 리비와 할머니는 언제나 함께입니다.

치매, 알츠하이머병은 그 병에 걸린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힘든 병이라고 합니다. 어른의 병을 대하는 어른의 시선이 아닌 어른의 병을 대하는 아이의 시선으로 조금은 이상하지만 그래도 달라진 것 없는 사랑을 그려낸 듯한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어쩌면 동화라서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변하지 않는 사랑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