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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따먹기 법칙 ㅣ 이야기나무 3
유순희 지음, 최정인 그림 / 반달서재 / 2021년 9월
평점 :

쉬는 시간이면 이따금씩 '지우개 따먹기' & '연필 따먹기'를 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물자가 더 흔해져(지우개나 연필이 흔해졌을 수도 있고, 가지고 놀 장난감들이 흔해졌을 수도 있고...) '따먹기'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질법도 한데요. 단순히 각자의 물건을 내걸고 노름(?)을 하는 개념이라기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대화하고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느낌이 더 컸을 것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짝꿍도 없이 1인 책상을 사용하며 최대한 많은 인원이 어울리지 못하게 공식적으로 방지하고 있는 모습이 그때의 놀이를 이해하는데 더 어렵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어느날 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 회장님이 많이 연습했다며 '실뜨기'를 보여줬습니다. 보통 '실뜨기'는 두 사람이 손가락에 실을 걸고 주고받으며 여러가지 모양을 만드는 놀이인데 반해 혼자서도 실뜨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을 연습해 자랑하는 모습이라니... 당연히 대단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면서 한편으로 '1인 놀이'가 유행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마음에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계시나요? 옛 놀이를 보면 지금처럼 1인 놀이에선 느낄 수 없는 배려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협력하며 노력하는 모습에서 사회성이 길러지고 단합과 소통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요.

오늘따라 서두가 길었네요^^;; 서두를 길게 만든 오늘의 책은 '반달서재' 출판사의 『연필 따먹기 법칙』 입니다. 가장 큰 소재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교실에서 과격한 놀이를 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에 찾아낸 놀이 '연필 따먹기' 놀이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연필 따먹기 법칙 10가지를 직접 겪으며 터득해 소개도 해주었답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자, 시작합니다.^^

주인공 예준이는 키도 작고 마른 왜소한 아이입니다. 덩치가 큰 수찬이는 이런 예준이에게 외모를 가지고 놀리기를 하루가 멀다하고 하고 있습니다. 예준이는 수찬이에게 이유없이 놀리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를 들어줄 수찬이었다면 처음부터 놀리지도 않았겠죠? 어느 날 둘에게 '연필 따먹기'라는 놀이가 시작되고 승부욕 강한 수찬이는 매번 예준이에게 승자의 자리를 뺏기게 됩니다. 예준이는 수찬이와의 놀이에서 '연필 따먹기 법칙 10가지'를 기록하며 대응하고 수찬이는 조금은 유치하지만 엉뚱한 방법으로 강력한 연필을 직접 제조하기에 이릅니다.

강력한 연필을 제조한 수찬에게 패하게 되며 벌칙까지 수행하게 된 예준이지만 결국엔 그 벌칙마저 즐겼던 탓에 수찬의 화는 더해갑니다. 사실 수찬이는 학교에서만 큰소리치고 집에서는 짜여진 학원과 공부스케줄에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요. 예준이가 선생님의 신발에 씹던 껌을 뱉는 벌칙을 수행한 후 웃을 수 있었던 이야기(솔직하게 선생님께 말씀드리기)를 듣고 수찬이도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연필 따먹기'로 시작된 이 둘의 우정은 결국 서로를 향한 미움과 시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겪고 나서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한번도 이길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친구를 이기게 해준 연필을 요술연필이라고 여겨 소중하게 다루지만 사라져 버리고 친구를 의심하게 되기도 하고, 친구를 이기기 위해 밤새워 강력한 연필을 직접 제조하기도 했으며,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차근차근 기록해 다음 승리를 기대하는 과정속에서 우정, 화해, 분노, 슬픔, 기쁨 등의 감정을 다룬 『연필 따먹기 법칙』. 또한 연필을 많이 따서 부러뜨리기도 하고 함부로 다루는 것을 지적하며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모습까지 배울 수 있었던 『연필 따먹기 법칙』. 이 책은 그렇기에 연필을 많이 잡는 시기의 초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