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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방 - 치매 엄마와의 5년
유현숙 지음 / 창해 / 2021년 7월
평점 :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늘어나는 치매 인구에 따라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누군가는 가족이, 누군가는 시설에서, 또 누군가는 스스로 홀로 치매를 감당해야 하는 위치에 있을 것입니다. 치매인 당사자가 치매를 겪는 그 시간은 온전히 본인의 세계에서 본인만의 생각을 누립니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그것이 가족이라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가 가늠되기 힘들 것입니다. '창해'출판사의 『엄마의 방』은 소설 '체 게바라' 저자인 유현숙 작가의 가슴 먹먹한 치매 엄마와의 5년을 담은 글입니다. 치매인 엄마와 함께 5년을 살면서 겪은 이야기가 제게도 가슴 먹먹한 이야기로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한편으로 곁에 엄마를 두었다는 부러움을 묻어둔 채로......

유현숙 작가의 시작은 '내 인생 5년이 사라지고 엄마의 5년을 내가 지켜냈다.'라고 시작합니다. 책을 읽어보면 이 문장이 이 책 한 권을 설명해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매 끼니 엄마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정작 본인은 하루 한 끼 겨우 챙겨 먹게 되는 삶에서 '삶'이라는 단어가 무색했습니다. '과연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12번도 넘게 들었습니다. 온전히 내 삶을 내려놓고 당신의 삶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그 이유에 대해서도 당연한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큰 고통일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엄마의 머릿속에는 생각이 현실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현실로 믿어버리기 때문에 나는 엄마의 지시를 따르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엄마는 생각도 못 한 괴력과 부딪친다.
시도 때도 없이 딸의 눈을 피해 집 밖으로 나가 정처 없이 헤매는 일도 여러 번, 온전할 때는 채식주의였던 엄마가 육식 위주의 음식을 먹을 때만 해도 그저 입맛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는 주인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양의 고기를 하루 만에 여러 요리로 만들어 놓고 맛이 없다며 다 쓰레기통에 넣어야 했을 때엔 나였다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당장 그 자리에서 요양원을 알아보았을 것이라고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치매 엄마의 생각은 현실이었고 치매 엄마를 둔 딸의 생각은 비현실이 되어야만 했던 엄마와 딸의 한 공간. 누구의 옳고 그름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치매 엄마의 생각이 현실이기 때문에 그것이 옳은 것이 되어야 했을 때 딸은 없었습니다.
내 처지가 너무 서러웠다.
소리 내어 울 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틈도 없고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내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시간 나는 대로 쪽잠이라도 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누워 있다가도 엄마의 움직임이 느껴지면 얼른 달려가야 했다.
언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행여 엄마가 다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엄마가 집을 나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무얼 했느냐며 비난받는 일도 치매 엄마를 돌보는 일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었을지 생각해 봅니다. 치매 가족이라서... 아플 자유도 치료할 자유도 없었던 치매 가족. 그래서 더 힘들고 더 슬픈 치매 가족. 유현숙 작가는 본인이 직접 겪은 치매 가족으로서 우리나라의 제도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요양보호사라는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부로 착각하는 요양보호사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회장님맘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1인으로써 실제 요양보호사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이해가 조금 더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요양병원에 실습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침대 밑에 대변을 숨기시는 분, 화장실 벽에 대변을 묻히시는 분, 서로 다른 콩을 섞어놓고 고르게 하며 탈출(?)을 잠재우시던 분, 누군가 자신의 신발을 가져갈까 봐 낮잠을 잘 때도 옆에 신발을 둔 채 쪼그리고 잠이 드시던 분들... 과연 내가 이분들을 잘 케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한 그게 내 가족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온전하던 모습을 간직한 채 온전하지 않은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어떨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아플 자유도 치료할 자유도 없었던 치매 가족으로 지냈던 유현숙 작가의 가족들은 여행을 가장한 요양원 순례 여행으로 치매 엄마 스스로 요양원에 가고자 한다는 말을 얻어냅니다. 일방적으로 자식들이 치매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요양원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인도하며 모두의 쉼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