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숏컷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7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사는 싸우기 전에 투구를 닦는다던데 난 전의를 다지는 의미에서 미용실에 한 번 더 갈 예정이다.
숏컷은 어중간하게 길면 지저분한 게 흠이다. 한 번만 더 잘라야겠다. 쌈빡한 쇼컷으로.
어딘가 모르게 꼬여있는 일상. 자의든 타의든 꼬여진 일상에서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내려고, 혹은 끊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한 투지의 변주. 짧고 빠르고 날카로운 여섯 가지 진실들은 모두 다른 내용이지만 마음이 하나인 것만 같은 것은 기분탓일까?
시작은 지금 이 순간이지만 어쩌면 진짜 시작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혹은 지금, 아니면 미래에서 시작된 나는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것인지 그대로 둘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시작합니다.
『숏컷 _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87』 차례

『숏컷 _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87』 은 박하령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으로 여섯가지 단편이 담겨있습니다.
편견을 깨고 숏컷을 고수할 힘을 얻는 소녀,
자기도 모르게 폭력의 굴레에 얽혀 들어가는 소년과
방관자들의 모습,
주변의 웃자란 기대에 밀려 거짓말을 하게 되는 아이,
가족의 비밀로 인해 세상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할
감성의 촉수가 막힌 소녀,
부모의 이혼을 앞둔 소년.
다양한 상황 앞에 놓인 십대를 통해
우리 삶의 진실을 찾고자 했다.
작가의 말 中
『숏컷 _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87』 폭력의 공식
싸울 생각도, 때릴 생각도, 그럴 이유도 없었지만 결국 싸웠고, 때렸고, 이유없는 싸움을 하게 되었던 헌석은 어쩌면 그저 평범한 하얀양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나들로부터 블십(블랙십 - 까만양)이라 불리우는 헌석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남들과 다를바 없는 평범함을 원했는지도요. 헌석은 자신이 아싸(아웃사이더)가 되지 않기 위해 아싸인 친구를 속마음과 다르게 대합니다. 소위 말하는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왕따'를 만드는 행위를 본인도 모르게 하고 있는 헌석. 그리고 전혀 도움되지 않는 어른들의 방관.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헌석은 진정 하얀 양이 되기위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요? 아직은 불완전한 십대를 바로잡아 줄 누군가가 이런 헌석앞에 나타나 길잡이가 되어준다면 좋겠네요. 그 길잡이가 없어 방황하는 십대들이 정말 많아 보이는데...
『숏컷 _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87』 숏컷
승아는 인기많은 이수를 짝사랑합니다. 이수 주변에 있는 흔하디 흔한 긴생머리 여자들 사이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방법은 숏컷이었습니다. 그러나 승아의 숏컷은 페미 첩자라는 말까지 들으며 본질을 흐립니다. 그런 승아에게 다연은 도움을 요청합니다.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놀며 춤을 췄던 다연을 같이 어울린 남자 아이들이 나쁘게 동영상을 편집하여 여기저기 퍼뜨렸다는 것인데요. 그 무리 안에 이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수와 다연 사이에서 갈등하는 승아는 결국 다시 한 번 숏컷을 자르려고 합니다. 전사는 싸우기 전에 투구를 닦는다고 하는데 승아의 숏컷은 이와 같은 의미인 것입니다. 친구 다연이가 겪고 있는 곤경이 한 사람의 불행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승아는 연인이 되려는 이수와 싸우기로 합니다.
가스가 새서 폭발하면 우리 모두 다 죽는다.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깡그리 전부.
그런데 가스가 샜다는 걸 감지한 내가 '위험해요!'하고 소리치지 않을 수 있느냐는 말이다.
『숏컷 _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87』 달콤 알싸한 거짓말
'시작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글에서는 에이미의 파우치와 나래의 파우치가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에이미는 이모 친구의 딸로 외국에 살고 있는데 방학때마다 나래와 함께합니다. 그러던 중 나래는 한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 캠프에서 에이미의 파우치 안에 수첩에 적힌 글을 나래가 사용하게 됩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남의 글을 도용하게 된 나래는 상을 받게 되고 달콤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캠프에 참가자 중에 에이미의 글을 아는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선택은 나래가 할 수 있도록 입을 열지 않기로 합니다. 나래가 밝히지 않는다면 아무도 모르고 캠프에서 받은 상장을 기뻐하며 받아들 이모와 아빠를 생각하는 것도 잠시, 하늘에 계신 엄마는 이 사실을 모두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숏컷 _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87』 너와 짝이 될 수 없는 이유
얼마 전 '자살 가족의 고통'이란 글을 보면서 그 고통이 얼마나 클 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이 글에선 아빠의 죽음을 무조건 숨기려던 가족들 사이에서 어렴풋이 그 사실을 느꼈던 한 소녀의 감성이 차단되어진 내용입니다. 누군가의 접근이 마냥 싫다기 보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던, 그것을 나 자신은 몰랐던.... 그 감성이 건드려지고 오래 묵혀둔 울음을 터뜨린 후에야 그동안 무엇이 자신을 힘들게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된 주경이의 이야기. 그것을 깨닫게 해 준 짝꿍 희찬이와 짝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숏컷 _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87』 낯선, 다른 맛
비슷한 이름을 가진 5년지기 친구사이 지은과 지흔. 친해진 지은과 지흔은 유튜브를 찍기로 합니다. 처음엔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어긋나기 시작하는 둘 사이. 유튜버로써 승승장구하는가 싶었지만 여러 이유와 함께 악플로 인해 마음이 상하게 되는 지은은 결국 지흔에게 이별을 통보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지은과 지흔. 5년이라는 시간동안 누구보다 가까웠지만 다른길로 들어섰을때는 낯설고 다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응원해주는 마음이 있기를 바라봅니다.
『숏컷 _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87』 터널 통과하는 법
준하의 부모님은 이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멀리 떨어져 괜찮기를 강요하는 엄마조차도 준하의 마음을 평온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불쌍한 것처럼 여기는 가족들도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부모의 이혼은 자녀에게 이런 마음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터널 통과하는 법'은 그 긴 터널의 끝을 보여주는 한 줄기 빛도 선사합니다.
솔직히 어떻게 그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겠어?
내팽개쳐진 기분일 텐데...
상처 팍 나서 쓰리고 자존심 바닥이고 기분 더럽고 깜깜한 터널 속에 갇힌 기분이겠지.
그렇다고 거기 주저앉아서 되겠냐?
흙구덩이에 분탕질하지 말고 터널 밖으로 나가야지.
아무리 어두워도 터널은 끝이 있으니까 일단 앞으로 걸어야지.
터널은 머무르는 데가 아니라 지나가는 거야.

터널은 머무르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터널을 통과하는 법'을 가장 마지막으로 실은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누구라도 남이 알지 못하는 아픔을 그냥 품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뚫고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누군가 그 아픔을 건드려 주고 터뜨려 주지만 결국엔 혼자서 스스로 터널을 걷게 하는 법. 이것이 『숏컷 _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87』을 읽은 회장님맘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습니다.

격동의 10대를 보내는 이들에게, 10대를 시작한 우리 회장님에게... 삶은 끝없이 펼쳐진 여러 갈래의 길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그 길이 끊어지지 않도록, 어느 길을 가도 그 선택은 그 길을 가는 사람의 몫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멈추지 말라고, 터널은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는 『숏컷 _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87』. 그리고 걷다보면 언젠가 밝은 빛을 볼 수 있도록 그 빛이 눈부시긴 해도 억지로 가리고 뒷걸음질치지 않기 위해 지금의 나로 최선을 다하자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