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나무숲 - 달곰이와 숲속 친구들 이야기
이은 지음, 이가라시 미키오 그림 / 한솔수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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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당연한 것을 바라볼 때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듯한 아무것도 아닌 일에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마음. 고개를 들어 저 산 너머를 쳐다볼 때 '네 눈빛에서 희망이라는 것이 보이는구나. 마치 먼 길을 떠나는 것처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눈빛을 의미하는 '먼 길을 떠나는 표정'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먼 길을 떠나는 표정이 두고 온 남은 것들에 대한 후회와 미련, 그리고 아쉬움일 수도 있는데 황금나무숲에 사는 달곰이와 숲속 친구들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을 바라봅니다. '한솔수북' 출판사의 초등 읽기 대장 『황금나무숲』은 '보노보노' 작가인 이가라시 미키오가 3년에 걸쳐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회장님맘이 살고 있는 전주 수목원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푸르른 숲의 배경이 낯설지가 않네요. 오랜 기간 걸쳐 그려진 그림과 이은 작가의 글이 어우러져 한없이 평화로운 동화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드는 이야기. 달곰이와 숲속 친구들 이야기 『황금나무숲』. 함께 읽고 함께 평온해져 보아요.^^




 『황금나무숲』 황금나무숲의 동물 친구들



이 책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가슴에 붙어 있는 반달을 떼어 부메랑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조명처럼 쓰기도 하며 피리처럼 부는 용도로도 사용하는 달곰이는 어느 날 부메랑으로 반달을 던졌다가 되돌아오지 않았을 때 자신은 더 이상 반달곰이 아니라 그냥 '곰'이라고 생각하며 시무룩해 합니다. 그렇다고 달곰이가 아닌 게 아닌데 달곰이에겐 그만큼 가슴에 붙은 반달이 아주 소중한 존재입니다. 또한 두더지 두지 아저씨는 원래는 두지였습니다. 뒤에 아저씨가 붙은 건 황금나무 언덕을 넘어갔다가 온 뒤 주름이 생겨 더 이상 두지가 아닌 두지 아저씨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황금나무숲 안에 있으면 영원함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황금나무숲을 벗어나면 주름이 생긴 두지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황금나무숲 친구들은 두지가 두지 아저씨가 됐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세상은 누군가 달라지면 색안경을 억지로 끼워 달리 보기도 하는데 황금나무숲 친구들은 어른 친구가 생겼다며 이 또한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물론 '곰들은 그래.'라며 달곰이의 항상 자기 멋대로 좋은 생각만 하는 덕분이겠죠. 거북이 부기는 이름이 한 개가 아닌 두 개입니다. 이름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부기는 원할 때마다 자신을 바꿀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황금나무숲에서 가장 부러운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꼬찌는 기분 좋을 때 왼쪽 발을 높이 쳐들고 웃으며 말해.



재미있고 엉뚱한 생각들이 바로 왼쪽 발톱에서 마구마구 생겨난다고 믿지.


"돼지 왼 발톱 같다."라는 말이 있지?


바로 엉뚱한 일을 할 때를 말하지.



그런데 꼬찌 왼쪽 발톱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그야 오른쪽 발톱하고 똑같이 생겼지 뭐.


75page


황금나무숲에선 누구도 엉뚱함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야말로 상대방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듭니다. 핑크색 돼지 꼬찌는 세상 모든 풀과 꽃을 맛으로 알아내고 식물들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즐거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처럼 외모를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그들의 말을 이해할 줄 아는 힘이 있으니까요.





"역시 손을 잡는 것은 이상해.


네 따뜻한 온기가 내 손바닥을 타고 간질간질 내 몸속으로 들어오면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거든."


91page 달곰이의 말


요즘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두려운 시기에 서로의 온기를 온전히 느낀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사는 가족의 온기라면 어떨까요? 코로나19로 인해 각박해지는 삶 속에서 그 허전함을 가족의 온기로 채워보는 것입니다. 달곰이처럼 손을 잡아 따스한 온기를 타고 상대방의 마음이 가슴에 전달되는 것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달곰이는 얘기합니다. 그것은 서로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서 서로를 생각할 때마다 '힘'이 되기도 한다고요.






황금나무숲에는 지도자가 없습니다. 어느 단체든 간에 우두머리를 세우기 마련인데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을 황금나무숲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두지 아저씨는 이야기합니다. '맞아. 우리에게 우두머리는 필요 없어. 잘못된 일을 모두 따라야 할지도 모르잖아? 우두머리란 말이야, 가끔씩 자신의 말을 믿게 하려고 '우둔'한 짓을 만들어 내기도 한단 말이야.'라고요.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누구도 권력을 가지려 하지 않고 상대방의 다름을 다른 것으로 인정하는 모습이 다투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잔잔한 바다 같은 평온함을 주는 듯 해서입니다.






세상에는 아무것도 사라지는 건 없지.


우리가 숨 쉬고, 속삭이고, 소리치고,


고함치는 말도 사라지는 게 아니야.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모여 있다가 이른 아침 조용한 바람으로 불어와 찰랑찰랑 머리카락을 넘기기도 하고, 


때로는 비바람으로 몰려오고 부딪혀서 하늘과 땅 사이에서 엄청난 천둥소리를 내던지기도 해.


113page


숨 쉬고, 속삭이고, 소리치고, 고함치는 말은 내 입을 떠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모여 있다가 다시 나에게로 온다고 합니다. 기왕이면 비바람으로 몰아치기보다 잔잔하게 불어와 따스하고 포근하게 몸을 감싸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생각을 하고 나니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저에겐 참 어려운 일과도 같아 보이는데요. 언제 올지 모르는 나의 말들이 사라지지 않고 다시 올 때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노력해야겠죠?





부엉이는 밤에 활동하고 낮에 자는데 서로가 서로와 함께 있고 싶어 합니다. 달곰이가 부엉이 붕이와 놀기 위해 잠을 참아 내며 놀아보려고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붕이도 따사로운 해가 뜨면 졸린 눈이 자꾸만 감겨지는 것을 참고 달곰이와 놀아보려고 하지만 역시 그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누구도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나를 위해 너를 희생하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습니다. 의식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황금나무숲 친구들은 서로를 또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이 숲에도 어려움이 닥칩니다. 멍 박사가 만든 로봇 조로는 멍 박사의 생각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로봇입니다. 하지만 묵묵히 꽃과 나무에 물을 주고 그것은 사소한 일인 것 같지만 아주 큰일이었음을 알게 되는데요. 이러한 조로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조로의 코가 헐거워서 빠지게 되며 황금나무숲 친구들이 모두 찾는 와중에 심술궂고 얄미운 쌍둥이 다람쥐 다미와 라미의 공격을 받아 조로의 꼬리마저 뜯기게 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부엉이 붕이가 의심을 받게 되고 황금나무숲을 떠나려고 하는데... 과연 황금나무숲 친구들은 속상한 붕이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었을까요?




달곰이와 숲속 친구들의 좌충우돌 성장기 이야기 『황금나무숲』. 읽으면 평온해지는 마음을 경험할 수 있는 책으로 한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선사할 수 있기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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