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반의 행복 - 저문 날의 어느 노부부 이야기 또 다른 일상 이야기
유선진 지음 / 지성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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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에서 다시 만난다면 젊은 그 좋은 시절을 사랑하지 못한 후회로 남기지 않으리라.


198page


이책의 저자인 유선진님은 돌이켜 볼 인생이 85년이나 되시는 분이십니다. 과연 나는 이 나이가 되었을 때 이렇게 삶을 되돌아 보며 내 인생 우여곡절을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한 평 반'이라는 넓이의 행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해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냥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다른 그 어떤 생각이 난다기보다 내 손을 조심스레 펼치고 가슴에 얹으면 아무리 추운 지금의 날씨에도 따뜻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식지 않은 그 손으로 내 옆에 있는 분의 가슴에도 조용히 얹어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저문 날의 어느 노부부 이야기


한 평 반의 행복



노부부의 뒷모습이 자꾸만 보아도 어깨의 높이며, 발걸음이며, 팔짱을 낀 두 팔까지 모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함께 걷고 계시는구나... 이 책 끄트머리에서도 함께 걷고 계시겠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평 반의 행복 _ 작가의 말



작가의 말에서 이미 이 책의 요약본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다 담겨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만 5년동안의 이야기가 '남편의 마음'으로 아내가 쓰고, '막내의 마음'으로 어머니가 썼으며, 당사자인 아내이자, 엄마이자 한 여자의 손에서 쓰여졌습니다.



한 평 반의 행복 _ 차례



사실 이 책을 받아들고 가장 궁금한 것은 '한 평 반'이라는 넓이였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4부 끝부분에 그 비밀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아들이 사다준 그 매트리스에 담긴, 그 넓이에 담긴 행복이 말입니다.



첫시작 1부에서 '남편의 마음으로 아내가 쓴 이야기'는 새로운 충격이었습니다. 과연 내 남편의 입장으로 바라본 내 모습을 이렇게 글로 써내려 간다는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생각과 함께 쓰여진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남편의 생각이상인 것 같기도 하여 놀라웠습니다. 반대로 이 글을 쓰신 유선진 작가님의 삶에서 남편의 자리가 얼마나 컸을지, 무심한듯 아이들만 챙기는 어머니로 비춰졌을 법도 한데 실상 남편에 대한 마음도 결코 그 크기가 작지 않았음을 느낄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정말로 그렇다고 한다면요.^^ 1부를 읽고 미약하나마 저도 남편의 입장에서 바라본 저의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그렇게 해보니 남편에게 더욱 잘해야겠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네요^^;; 작가님은 이것을 의도한 것일까요?




한 평 반의 행복 _ '미라클(miracle_기적)'


 

삼시세끼 꼬박꼬박 차려준 습관대로라면 지금쯤 조반이 차려졌을텐데 그러지 못하자 곤히 잠든 아내를 깨운 남편. 아내는 새벽에 침대에서 떨어져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아침이 다되어서야 잠든탓에 일어나지 못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남편이 하는 말이라곤 '왜 안 죽었지?' 라니... 과연 이러한 남편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대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욕지거리를 내뱉는 대신, 그것도 아니라면 대놓고 무시를 하는 대신에 '미라클(miracle)'이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몇이나 될까 싶었습니다.




한 평 반의 행복 _ 누군지 모를 누군가의 목소리


 


한국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아내. 아내(티타임을 제외하고 꼬박 두 시간 사십 분 동안 춤을 춘 노인)는 삼삼오오 모여 회원들끼리 저녁 먹고 가자는 제안을 거절하며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한끼 저녁을 해결하고 가면 피곤한 몸 쉬는 일 뿐일 것 같지만 아내는 그 목소리에 거절을 하고 맙니다.



"아유, 짜증 나!" 


오냐! 너 말 한 번 잘 했다.


정말 짜증이 뭔지 알게 해주랴?


소화를 쑥쑥 잘 하고,


배설도 잘 하고,


제 발로 잘 걸어 다니는 사람.


한번 잠들면 둘러메고 잡아가도 모르게 깊은 잠을 자는 사람.



밥 좀 하는 걸 갖고 짜증 나고 힘이 든다면


"정말 힘든 것,


한번 당해볼래?"


68~70page


아내는 아마도 이 목소리 덕분에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부터는 저도 순간순간 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럴때마다 저도 외칩니다.


(손사래) 아이고, 아닙니다요.




한 평 반의 행복 _ 단기 기억장애 & 치매 초기



2015년 초, 여든다섯 살의 남편에게 큰 병고가 생긴 뒤 3차 상급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그렇게 3차 상급병원 2개월과 요양병원에서의 2개월 10일의 입원. 총 4개월 20일동안의 남편의 입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순전히 아내의 생각과 아내의 고집에 의해서였습니다. 남편은 소아과와 부인과를 제외한 모든 과를 필요로 할 만큼 상태가 좋지 못한 중증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이들의 걱정을 뒤로 한 채 퇴원을 강행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회생불가라고 말했던 방광을 살아나게 했고, 노인에게 더 나은 삶을 준 긍정적 결과였습니다.



배변 배뇨 기능이 온전치 못하고 몸이 경직된 노환의 환자를 역시 노인인 80세의 늙은 아내가 수발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누구도 뜯어말릴 상황임에 틀림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알았습니다. 병상생활은 '삶'이 아니라는 것을요.



자기가 잘못 알고 있는 있는 것을 '옳다'고 우기면 치매 초기이고,


정정하면서 '알았어' 하면 단기 기억장애


아마도 노부가 치매 초기였다면 아내는 또 어떤 해석을 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이쯤되니 아내의 긍정적인 생각을 참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한 평 반의 행복 _ 내가 천국에서 사는 방법



읽으면서 이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내가 천국에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이 곳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 말입니다. 그 방법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내가 함께 하는 이 사람이 천국에 살게끔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꼭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었습니다. 남편을 천국에 살게 하면 같이 사는 나도 천국에 살게 되는 것이니까요.





한 평 반의 행복 _ 길 위에서 나는 나를 만나고, 나를 점검하고, 나를 채운다.



10대에서 90대까지를 쓴다면 저는 아직 시작을 겨우 벗어난 상태였습니다. 아직 30대인 저에겐 쓰여질 글들이 무수히 많이 있고, 덮어질 수 있는 글들도 고칠 수 있는 글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기회를 얻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를 만나고, 나를 점검하고, 나를 채우는 일...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한 평 반의 행복



한단어로 이 책을 표현한다면 '긍정'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저자인 유선진님이 다른 생각을 할때마다 나타나는 그 목소리가 제게도 들리는 듯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힘든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럴때마다 그 이하의 상황들을 떠올려 본다면 지금 이 순간은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지 않을까요? 그것이 행복인 것 같습니다. 한없이 그 이상을 생각하다보면 나 자신은 밑바닥에 있지만, 그 이하를 생각하면 나 자신은 어느새 맨 꼭대기에 있을테니까요. 거기서 행복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아참, 저자의 한 평 반의 행복은 25센티미터 두께의 라텍스 매트리스의 사이즈 였습니다. 세로 230센티미터, 가로 210센티미너, 두게가 25센티미더. 아들 덕분에 눕게 된 이 침대는 남편이 원하던 것을 이루게 해준 침대였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원한 것은 아내와 한방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같은 침대를 쓰는 것이었으니까요.^^




나의 한 평 반은 과연 어디서,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 찾지 못했을 뿐, 이미 깨닫고 있는 듯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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