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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가게 3 - 가끔은 거절도 합니다 ㅣ 십 년 가게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아무리 십년 가게라도 거절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다림질이 잘 된 하얀 셔츠에 짙은 갈색 조끼와 바지를 입고, 바다가 생각나는 남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부들부들한 밤색 머리카락과 신비로운 호박색 눈동자를 지닌 남자. 그리고 그 옆에 까만 나비넥타이를 맨 주황색 고양이 집사 카라시.
언젠가 나도 만나게 될지 몰라 그 인상착의를 하나하나 곱씹어 본다. 내가 만약 그곳을 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 난 무엇을 내걸고 나의 수명 1년을 두고 올것인가.

아끼고 또 아끼는 물건이어서 망가졌지만 버릴 수 없다면,
추억이 가득 담긴 물건이어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다면,
의미있는 물건, 지키고 싶은 물건,
그리고 멀리 두고 싶은 물건,
그런 물건이 있다면 '십 년 가게'로 오세요.
당신의 마음과 함께 보관해 드립니다.
'십 년 가게'는 말 그대로 십 년 동안 그것이 무엇이든 맡길 수 있는 곳이다. 신기하게도 무엇을 맡기든 10년 이라는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라는 것이 특징이고, 그 대가로 물건을 맡긴자의 수명 1년을 주어야 하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그 특별한 만남이 기대가 되는 전천당 작가의 '십 년 가게'가 내 손에 들어왔다.

이 책에서는 일곱명이 '십 년 가게'를 만난다. 여섯명이 아니라 왜 일곱명인지는 끝까지 읽어보면 궁금증이 해결될 것이다.
바다에서 발견한 친구
여덟 살 소녀 니키는 바다의 신 축제에서 츠무를 만난다. 그것은 규칙에 어긋난 행동이었지만 니키는 츠무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마을엔 바다의 신이 내린 큰 벌로 위험에 처한다. 그렇게 니키는 '십 년 가게'를 만나게 되지만...

무엇이든 받아줄 것만 같았던 이 가게도 규칙이 있었다. 자신의 소유물이어야만 된다는 것. 그렇게 니키는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고, 바다의 신 축제 규칙을 어겼다는 것이 발칵되며 니키의 가족들은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된다. 과연 니키와 니키의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새까만 기억
목수 가츠 씨는 기분좋은 날 기분 좋게, 십오년 동안 함께 열심히 살아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으로 선물 머리핀을 구입한다. 그리고 그것을 조금은 낭만적인 방법으로 전하기 위해 감춰두기로 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랜 친구와의 술자리를 갖게 되고 술에 취해 다음날 선물을 숨긴 장소를 잊을까 걱정을 하다 '십 년 가게'를 만난다. 가츠씨는 자신의 수명 1년을 걸고 숨긴 장소를 적어둔 메모지를 맡긴다. 그렇게 십 년이 흐른다. 십 년이라는 세월동안 머리핀은 온전히 있었을까? 그 선물은 아내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을까? 어떻게 되었을까...
무뚝뚝한 아버지의 수프
홀로 아들을 키워온 에조씨는 가리비 토마토 수프를 맛있게 만드는 솜씨가 있다. 장성한 아들이 여자친구까지 생겨서 에조씨를 찾아온다는 소식에 수프를 끓인다. 하지만 외동아들인 나즈가 올 수 없다는 소식에 힘이 빠진다. 그리고 바쁜 나즈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 에조씨는 본인의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는 나즈에게 수프를 먹일 수 없다고 생각한 에조씨에게 나타난 '십 년 가게'. 그렇다. 에조씨는 가리비 토마토 수프를 맡긴다. 일 년의 시간을 지불하고 남은 열나흘의 시간을 지내며 에조씨는 나즈만을 생각한다. 그리고 수프를 맡기며 나즈의 결혼식날 전해지기를 바란다는 부탁을 하게 된다. 에조씨의 수프는 과연 나즈와 나즈의 아내가 맛 볼 수 있었을까? 어떻게 되었을까...
나머지 이야기들은 직접 확인하기를 바라본다.
나라면 무엇을 맡겼을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나라면 무엇을 맡기고 싶어질까.
만약에... 가능하다면 나는 나의 건강한 1년을 맡기고 싶다.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나의 1년을 맡기고 나의 수명 1년을 주겠다. 혹시라도 내가 이 세상에 없을때 내 아이들에게 꼭 내가 필요한 순간에 그 시간을 쓰고 싶다. 내 아이들이 힘들때마다 온전히 그 아이만을 생각하는 시간을 쓰고 싶다. 마음속으로만 그리워 할게 아니라 필요할때 옆에 있어주고 싶다. 아참... 남편? 우리 여보님은 내가 항상 옆에 있을꺼니까 뭐... 이정도는 서운해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본다^^
버릴 수 없는 물건,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물건,
멀리 두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십 년 가게'로 오세요!
당신의 마음과 함께
보관해 드리겠습니다.
그냥 물건을 맡기는 '십 년 가게'가 아니라 마음까지 함께 보관해주는 가게라니..... 그나저나 왜 딱 10년인지 궁금해진다. 그 10년이 지나면 다시 맡길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가게는 진열할 곳이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