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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아이 ㅣ 생각숲 상상바다 9
박혜선 지음, 이소영 그림 / 해와나무 / 2020년 8월
평점 :

내 머릿속에만 있는 '투명 유리벽'
투명 유리벽에 부딪쳐 바닥으로 떨어지는 어려운 말들...
초등학교 3학년 큰딸은 2학년때에 이어 3학년에도 같은 반이 된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엄마 뱃속에서 나왔기 때문에 아프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친구를 조금 더 도와주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선생님은 장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던 것 같습니다. 2학년 때 큰딸은 그 친구에 대해 선생님이 얘기해준 말을 옮겼을 뿐 다른 이야기는 없었죠. 하지만 문제는 3학년때 드러났습니다. 이름의 자음순으로 순번이 정해지고 코로나19로 인한 자리배치는 짝꿍 형태가 아닌 1인 자리가 되며 순번대로 앉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와 큰딸은 순번이 이어졌고, 그렇게 그 친구가 큰딸의 앞자리에 앉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그 친구는 수업중에도 여러차례 몸을 움직였고 그럴때마다 큰딸은 덩달아 칠판이 보이지 않아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지요. 어느날은 그것이 너무 불편하다면서 선생님께는 얘기하지 않고 엄마인 제게 이야기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 그 친구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생각난 이야기로 서론이 많이 길었네요^^;; 일단 이 책은 크기부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느 양장본 그림책이나 잡지 같은 사이즈로 크기에 압도되어 글밥이 조금 많은 그림책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표지는 정글의 밤 속에 아이가 눈을 지그시 감고 앙다문 입이 무언가 단단히 마음을 먹을 일이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오미나'는 학습장애를 가진 친구였습니다. 첫 장면에서부터 미나는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런 미나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은 결코 좋지 못합니다. 아니, 대놓고 질문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아는 단어를 미나는 뜻을 모르니 문장 자체, 즉 선생님께서 말씀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단어에 대해 묻고 또 묻는 미나. 그런 미나가 있어 진도가 느리고 답답함을 느끼는 친구들... 결국 미나는 질문하지 않고 이해한척 하기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어쩌면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도 그래서 천재이지만 괴짜라는 소리를 들었었을까요?

미나는 특히 체육시간을 힘들어 했습니다. 친구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게임 규칙마저 미나에겐 힘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깍두기로 불리며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아닌 존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 보안관 아저씨를 만납니다. 학교 보안관 아저씨는 미나가 겪어보지 못했던 칭찬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줍니다. 반에서 칭찬을 많이 받는 연우도 이런 감정이었을까 라며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미나는 스스로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본인만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나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숲은 잠들어 있지만 나는 깨어 있는 공주, 오미나' 미나의 이런 행동이 어찌보면 잘된 일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참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답답한 아이라고 얘기하며 질문조차도 못하게 하지만 화를 내거나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미나에겐 그저 이런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닐텐데... 하지만 반대로 다른 친구들 입장을 들여다보면 수도없이 질문하는 미나때문에 선생님이 이야기 흐름이 자꾸 끊기게 되고... 이 시점에 전문가라도 모셔놓고 이야기를 듣고 싶을정도였습니다. 내적 갈등이 여기서도 나타나더라구요.
서론에 이야기했던 내용으로 돌아가보면 어떻게 큰딸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맞는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화가 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한 큰딸의 마음만 달래주기 바빴던 터라 주로 큰딸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들어주는 것으로 끝난 것이 옳은 행동이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에게 이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딸이 속상한 나머지 집에와서 엄마에게 얘기를 풀어놓았던 거라 생각되어 그리 하긴 했지만 정말 모르겠더라구요.
여덟살 둘째딸과 책을 읽고 학습장애가 있는 친구에 대해 대화를 나누려 했는데,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합니다.^^;; 아직은 왜 선생님말을 잘 못알아 듣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뿐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이런 친구도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이나마 편견을 깨는 소중한 경험이었기를 하며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