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마지막 모험
울프 스타르크 지음, 키티 크라우더 그림, 이유진 옮김 / 살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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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고트프리드와 할아버지의 첫 모험

그 마지막 모험은 첫 모험이었으니까...

 

 

괴팍하고 성을내며 소리지르기 좋아하시는 욕쟁이 할아버지. 누가 좋아하랴 싶지만 손자는 그런 할아버지가 좋습니다.

어렸을적 저의 할아버지도 참 좋은 분이셨습니다. 외출하셨다가 맛있는 먹을 것이 있으면 오빠와 저를 생각하고 자전거 뒤에 싣고 와 주시기도 하셨고, 아무도 몰래 그 당시 만원이라는 거금을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한자에 능통하셔서 모르는 한자는 척척 읽어주셨고 혹여나 엄마에게 혼날 일이 있으면 당신이 혼내시겠다며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 당신 엉덩이를 때리시곤 호되게 혼냈으니 더이상 혼내지 말라하시기도 하셨습니다.(엄마도 분명 아셨을 그 상황... 지금 생각하니 할아버지의 그 영웅같았던 모습은 저희 엄마에겐 더 화를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 꼬마 고트프리드도 저와 같은 좋은 추억이 있기에 할아버지가 좋은 것은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해봅니다.


 

 

주말마다 부모님과 함께 할아버지를 뵈러 가지만 아빠는 할 수만 있다면 가지 않을 방법을, 핑계를 만듭니다. 할아버지가 좋은 꼬마 고트프리드는 할아버지를 혼자두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속이고 할아버지와의 외출을 계획합니다. 축구 훈련 핑계를 대고 치밀한(?) 계획하에 이를 시행합니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난 버스안의 여자에게 꼬마 고트프리드는 신나게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는데, 할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절로 느껴졌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내 할아버지를 신나게 이야기 할 일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꼬마 고트프리드 : 할아버지가 손자를 부르는 이름이지만 사실 고트프리드는 할아버지의 이름입니다. 또 손자의 가운데 이름이기도 하고... 이름과 성 사이에 넣는 가운데 이름을 서양에서는 흔하게 쓴다고 해요>
 

 

 


할아버지는 심장이 너무 크고 약하며 넙다리뼈가 부러져서 철심을 박고도 큰 돌을 들다가 다시 뼈가 부러져 사실 거동이 불편합니다. 그런 할아버지와 모험을 떠날 계획을 한 꼬마 고트프리드. 어쨌든 그렇게 할아버지와 손자는 할아버지 집으로의 외출을 감행합니다. 할아버지는 참 특이, 아니 이상합니다. 그런 할아버지를 손자는 일반적인 시선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 합니다. 화를 내고 욕을 하고 고집을 피우는 할아버지를 고분고분 잘 다룹(?)니다. 어떤 화를 내도 어떤 욕을 해도 꼬마 고트프리드는 그것이 화가 아닌, 욕이 아닌 다른 언어로 받아들이는 듯 합니다. 아마도 할아버지의 진심을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꼬마지만 그런 능력 참 닮고 싶은 부분입니다.


 

다른 언어로 받아들이는 것은 비단 손자 뿐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도 손자와 마찬가지로 내뱉는 말에 진심을 알 수 있나봅니다. 아마도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얼굴 표정이 있진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어떤 말투로 해도 그 진심을 알 수 있는 그들만의 대화. 이럴때 통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이겠죠?

우리 삼남매는 할머니와 친합니다. 할머니랑만 씻기도 하고, 할머니랑만 자기도 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아이들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엄마가 바쁠때면 항상 할머니가 나타난다고 알고 있는 아이들.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꼬마 고트프리드처럼 모험을 떠난다면... 그 추억을 찾아 모험을 즐길 줄 아는 아이가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상상하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그렇게 이 완벽한 모험은 할아버지를 변화시킵니다. 이 모든 일의 이유, 꼬마 고트프리드와 함께한 할아버지 모험의 이유는 할머니였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와의 추억. 그 추억의 주인공 월귤 잼. 할아버지는 할머니와도 같은 월귤 잼을 조금씩 아껴가며 음미합니다. 그리곤 그곳에서 할머니와의 추억을 곱씹습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만날 할머니를 위해 고운말을 쓰기로 합니다. 할아버지에겐 아주 큰 결심이 아닐 수 없는 일이죠. 그 옆엔 꼬마 고트프리드가 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보고 자란 손자였기에 할아버지에 대한 그 사랑이 아무리 거친 말이라도 진심을 알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꼬마 고트프리드는 집으로 돌아와 이 모험의 완벽한 마무리를 위한 거짓말을 하려합니다. 그러나 반전. 꼬마 고트프리드는 진실을 말합니다. 그러나 아빠는 진실을 말하라고 합니다. 진실을 말했는데 진실을 말하라니...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참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도 할아버지와 손자의 비밀 모험을 지키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넘겨짚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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