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둑 할머니 바우솔 문고 3
서석영 지음, 김성연 그림 / 바우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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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고 헤어지는 게 사람하고 헤어지는 것 못지않게 힘들구먼'

많고 많은 할머니 중에서, 옆집 할머니도 아니고 꼬부랑 할머니도 아닌 왜 '책 도둑 할머니'가 되었을까?라는 호기심이 먼저 들었던 책입니다. 글을 쓴 서석영 작가가 머리말에 담은 글은 책 전체를 다 이야기하면서 저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였습니다. 황혼육아에서 육아 우울증 그리고 끝내는 그리움의 깊은 병까지... 힘들면서도 좋고, 좋으면서도 힘든, 복잡다단한 황혼 육아의 현실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가 온전히 담긴 것 같았습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의 하교를 저 또한 시부모님께 부탁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시간을 내어 흔쾌히 도움주신 시부모님이 얼마나 감사하고 죄송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조부모님의 손주육아는 비단 저희집만의 일이 아닙니다. 맞벌이 가정이 늘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조부모님께서 양육에 참여하는 일들은 빈번해졌습니다. 아이들 등하교(등하원)를 지켜보면 부모의 손이 아닌 인자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현실이지요. 이 책을 통해 그 안에 가려진 갈등이나 어려움이 이 책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음을, 또한 마음 한켠까지 아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신 시부모님의 그 고마움이 막연했는데 이젠 사랑이라는 것을 새삼 이 책 덕분에 알 수 있었습니다. 
 

 


계획에 없었던, 생각에 없었던 육아를 하게 된 박말년 할머니는 손녀 선아 덕분에 책의 참맛을 알게 되며 아이들이 읽는 책에서도 인생이 닮겨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 말에 참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더 어릴때는 함께 동화책을 읽고, 이젠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을 옆에 두니 그 아이들의 시선이 닿은 책을 또 제가 읽고 있더라구요. 그러면서 똑같이 느꼈습니다. 어느 책이든 인생이 닮기지 않은 책은 없다구요.
 


선아를 돌보는 할머니는 점점 선아와 책에 빠져듭니다. 정이 깊어졌습니다. 할머니는 친구들을 만나 즐거웠던 기억 대신에 손녀와 책에 대한 기억으로 조금씩 조금씩 채워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 장면을 보니 우리 아이들이 할머니 무릎에 누워 재잘재잘 얘기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림이 아닐 수 없죠?^^
 


하지만 만남 뒤엔 언제나 이별이 존재하는 법이라고 누가 이처럼 딱맞는 예언을 했을까요. 할머니와 선아, 할머니와 책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선아가 어느정도 자랐고, 3년간의 미국 업무를 마친 며느리가 선아의 학업에 대한 걱정과 모녀지간의 어색함을 이유로 할머니에게서 선아를 떼어놓습니다. 그것은 할머니에겐 동화책과도 이별이었습니다.

 


괜찮을 줄 알았던 박말년 할머니는 사실 괜찮지 않았습니다. 선아의 흔적을 찾다가 결국 선아와 함께한 추억이 담긴 책들에게서 나타난 혼령들로 인하여 책을 훔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그동안 중독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온 마음이 다 아팠습니다. 할머니는 책이 아니라 선아와 읽었던 책 한권한권으로 선아를 훔쳐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책 한권마다 그날 저녁, 하루의 선아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할머니는 책을 훔친 사실이 모두 들통이 났고 그 사실은 아들과 며느리에게도 전달되며 더욱 아픈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선아를 돌보던 박말년 할머니는 결국 나 자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발목이 묶였다고 표현하는 육아. 왜 육아가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 되어 버렸는지 세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으면서도 왜 그래야 하는지 아직도 명확한 해답이 없습니다.

박말년 할머니는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말은 제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마지막 그림으로 결말이 상상 되실까요?

지금,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 한번이라도 아이를 맡긴적이 있는 부모에게 저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교과 연계 내용이 있어 초등학생들에게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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