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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지금과 가까운 시대의 아픔을 보고 듣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프고 힘든 일 중 하나입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민중의 삶을 읽어 내려갈 때는 가슴에 뜨거운 것이 얹어져 그 불길을 식힐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하얼빈 책을 사두고도 손을 쉽게 대지 못했는데, 연휴 기간 첫 장을 넘겼습니다. 문장마다 비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어서 그런지, 작가님의 문장에서 #인간안중근 자체가 느껴져서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를테지만 #하얼빈 속 이토는 이토의 목소리로, #안중근 의사는 안중근의 목소리로 읽어졌습니다. 슬픔에 매여서 구구절절 감정을 토해내는 문장이나 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땅이 가졌던 아픔의 역사가 담담히 그려지고, 담담히 역사의 길을 걸어 나아가는 시간이 그려져 있습니다.


역사의 한 컷으로만 바라보던 #하얼빈 에서의 #이토히로부미 사살은 #김훈 작가님의 소설에서 입체적으로 살아났습니다. 이토의 죽음 전후하여 국내외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나 일본 제국주의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각도로 움직이는 모습 등 건조한 역사적 사실에서 우리가 부여한 역사적 의미 이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 이토 히로부미

□ 이토는 조선 사대부들의 자결이 아닌 무지렁이 백성들의 저항에 경악했다. 왕권이 이미 무너지고 사대부들이 국권을 넘겼는데도, 조선의 면면촌촌에서 백성들은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본문 18쪽 중에서

□ -시찰 일정에 학교 방문을 여러 건 넣어라. 학동들에게 줄 선물도 넉넉히 준비하라. 학용품과 먹을 것을 두루 갖추어라. 평화의 실상을 보여라. 내가 학동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겠다. 메이지 폐하께서도 전국 순행중에 여러 학교를 몸소 방문하시었다.

본문 109쪽 중에서

■ 순종

□ -세상의 땅과 물을 건너가는 길도 있지만, 조선에는 고래古來로 내려오는 길이 있소. 충절과 법도와 인륜의 길이오.

본문 40쪽 중에서

■우덕순

□ - 나는 달아날 생각이 없으므로 그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나는 쏘기만 하면 된다. 근접할 수 없다면 이토의 열차를 쏘겠다.

본문 117쪽 중에서


■ 안중근

□ -우리는 강토를 모두 잃고 어디로 가려는가. 이번에 한 번 싸워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이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승패와 유불리를 돌아보지 말고 싸워야 한다.

본문 91쪽 중에서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내내 분명하지 않았다.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자각 증세가 없는 오래된 암처럼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었는데, 만월대의 사진을 보는 순간 암의 응어리가 폭발해서 빛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안중근은 몸을 떨었다.

본문 97쪽 중에서

□ 안중근은 다시 조준했다. 안중근은 고요히 집중했다. 손바닥에 총의 반동이 가득찰 때 안중근은 총알이 총구를 떠난 것을 알았다. 이토 주변에 서 있던 일본인 세 명이 비틀거리며 쓰려졌다. 러시아 헌병들이 안중근을 몸으로 덮쳤다. 안중근은 외쳤다.

-코레아 후라

본문 167쪽 중에서

□ -나의 목적은 동양 평화이다. 무릇 세상에는 작은 벌레라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인가 된 자는 이것을 위해서는 진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토는 통감으로 한국에 온 이해 태황제를 폐위시키고 현 황제를 자기 부하처럼 부렸다. 또 타국민을 죽이는 것을 영웅으로 알고 한국의 평화를 어지럽히고 십수만 한국 인민을 파리 죽이듯이 죽였다. 이토, 이자는 영웅이 아니다. 기회를 기다려 없애 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하얼빈에서 기회를 얻었으므로 죽였다.

본문 236-237쪽 중에서

□ 아침에 옥리들이 감방에 새 옷을 넣어주었다. 안중근은 집행 절차가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고향에서 어머니가 보내온 명주 두루마기와 바지가 개어져 있었다. 두루마기는 흰색이고 바지는 검은색이었다. 안중근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흰 두루마기 아래로 검은 바지 자락이 드러났다. 명주 두루마기는 부드럽고 포근했다. 새 옷의 향기가 몸에 스몄다.

본문 276쪽 중에서

문장이 간결하고 부서지는 감정의 묘사가 없어서 문단을 읽고 나면 잠시 호흡을 했습니다. 재판장에서 담담하게 답변하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길게 읽어 내려가는 듯 하여 숨을 고르고 잠시 호흡하는 시간을 가지며 읽었습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기어이 일본은 우리나라를 삼키었으며 오랜 시간을 걸쳐서 우리는 투쟁해야 했지만 결국 나라를 되찾았지요. 그 아픔이 있는 #하얼빈


■ 김훈 작가님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 (…)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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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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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파랑 #나인 소설 안에서는 상상 속 이야기, 현실적이지 않은 미래 어느 시점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이번 #노랜드 소설집에서도 비슷한 색깔을 보입니다. 다만 전체적인 느낌이 어둡습니다. 미래 어느 시점이 대부분 지구 아닌 다른 곳을 향하여 나아갈 수밖에 없는 소설 속 현실을 반영해서인지 어두움과 절망, 무기력 등이 뭍어납니다. #흰밤과푸른달 시작 편에서 늑대의 유전자를 인간에 주입하여 개조를 한 인간, 새로운 인류를 보게 됩니다. 위기 속 탈출을 위하여 영웅적 존재로 만들었지만 늑대의 본성 등이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는 모습을 그립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미래의 방향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는 과학 역시 그 방향과 목적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번 소설집 전체가 고민하고 의문점을 던져주는 듯 합니다.

* 진화는 침략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희생이었지만 인류는 결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본문 23쪽 중에서 <흰 밤과 푸른 달> 중
우리가 진화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볼 수 있습니다. 눈부신 발전이라고 말하는 결과물이 과연 진정한 인간의 이로움인가 의문점을 갖지요.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수 많은 등장은 백신 개발로 맞서는 인간의 대응을 볼 수 있지만 인간의 몸에 주입된 바이러스, 백신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 바이러스 없는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도착한 미래는 통로 같았다. 머물지 못하고 지나가야만 하는 단계, 목적지가 있는 길 위, 통과하지 못하면 괴멸해버리고 마는 공간. 통로는 불안정했고 어둠이 사라진 세계에는 불안을 감출 그림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본문 23쪽 중에서 <흰 밤과 푸른 달> 중

절망을 읊는 작가님의 문장에서 절망이라는 감정이 고스란히 글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미래였을 지금의 현실이 어쩌면 지구의 긴 역사 속에서는 통로, 터널과 같은 현재 진행형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늑대의 유전자를 주입하지도 않았고, 크람푸스와 같이 알 수 없는 존재의 침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공격에 능한 인간, 알 수 없는 존재와의 끊임없는 전쟁 등이 어쩌면 지금 현실일지 모르며 이 통로를 통과하지 못한 인류에게 과연 미래는 있을까 하는 불안이 그려집니다.

*사랑해 마지 않던 사람들을 연이어 떠나보내게 되면 마음은 주는 것이 아니라 보관해두는 것, 기댄다는 건 그것이 사라졌을 때 넘어진다는 것, 함께한다는 건 섞일 수 없는 물체가 잠시 머물다 갈 뿐이라는 것. 본문 53쪽 중에서 <흰 밤과 푸른 달> 중

*슬퍼하고 억울해할 것도 없었다. 공룡이 사라졌듯 인간도 사라져야 할 때가 다가왔을 뿐이므로. 본문 90쪽 중에서 <푸른 점> 중

#푸른점 지구를 가리킵니다. 외계에서 온 생명체, 바키타를 처음에 경계했지만 인공화합물을 먹어치우는 모습 속에서 인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합니다. 지구 환경의 오염으로 인해 쌓여가는 쓰레기를 해결하지 못해 플라스틱과 같은 것을 젲한다가 바키타가 주식으로 이것을 먹어치우니 다시금 플라스틱 등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인간의 이기심 그 자체를 밑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내일은 없는 인간, 미래 따위는 개나 줘버린 세대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손가락질 하는 미래 세대를 대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그들은 지구를 떠나야 하는 끝을 보고야 맙니다. 어리석은 듯 하지만 멀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인 듯 합니다.

*함장님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진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때때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앗아갑니다. 본문 105쪽 중에서 <푸른 점> 중

지구의 멸망과 함께 우주로 개척을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찾는 것이 모두에게 희망과 정답일 수 없습니다. 그 순간에도 빈부의 격차, 선택받은 자와 남겨진 자 등 극간이 있을테니까요. 작가님은 소설집에서 계속 간극을 이야기합니다. 남겨진 자를 데릴러 오겠다는 약속은 사실 부질없이 고통을 마주하는 진실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미 화산재로 뒤덮여 다 타버리고 없어진 공간을 홀로그램과 같은 것을 눈속임하는 모습은 죽어없어진 이들을 기억할 때, 행복했던 순간보다 죽음을 맞이한 잔인한 순간으로 채워질 수 있으니까요.


* 누군가의 한없는 다정함과 친절함은 가라앉은 슬픔 위에 떠 있는 돛배와 같아서 그 안에 타 있는 이가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침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주려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묵직한 슬픔은 파도를 만들지 못하는 잔잔하고 깊은 저수지 같았다. 본문 284쪽 중에서 <우주를 날아가는 새> 중

가라앉은 슬픔 위에 당신은 다정함과 친절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마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배려 받았음을 담아두지 않는다면 당신은 가라앉게 됩니다. #우주를날아가는새 에서 사랑을 읽었습니다. 이 편에서도 지구는 결국 살만한 곳은 아니었고 남겨진 이는 떠나는 이를 위해 웃으며 보내야 했습니다.

소설집의 마지막 편을 읽으면서 무겁고 지치는 삶이 그려지면서 읽고 있는 이에게 당신의 삶은 어떠냐고 묻는 듯 했습니다. 한 편씩 읽어 가는 동안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생각 어느 편이 조금씩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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