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요람 1 - 어느 산부인과 실습생의 일기
오키타 밧카 지음, 서현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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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난임, 중절. 극단의 상황을 오고가는 #산부인과실습생 일기이다. 아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난임 부부가 있는가 하면 원치 않는 아이의 출산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이도 있다. 신체적으로 건강하지만 난임과 유산을 경험하는 이도 있다. #투명한요람 시리즈에서는 일본 상황을 배경 작품이지만 임신에 대한 안일한 판단, 무지 등으로 생명을 경외시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연령이 무관하게 무책임한 관계 및 피임에 대한 회피로 인해 너무 많은 아이가 세상 밖으로 온전히 나오기 전에 죽임을 당한다. 성폭력에 놓여 산부인과를 찾는 에피소드도 있다. 가까운 가족, 친구, 선배 등에 의하여 원치 않는 임신도 문제가 된다. 생명 존중이냐, 산모의 자율성이냐. 그외에 아이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인공수정을 오랜 시간에 거쳐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투명한요람_에서는 출산 후 자신의 아이에 대한 수유, 양육 등을 잠시 배우는 조리원의 생활도 엿볼 수 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힘들고 고될 때마다 탯줄을 자르고 처음 마주한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다. 부모가 처음이기에 어렵고 두려우면서도 아이의 작은 체구를 받아들고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지고 뻐근해지는 경험을 한다. 그 첫 마음을 기억나게 만드는 이야기다. #산부인과실습생_으로 지내면서 울고 웃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세상의 아이를 사랑과 애정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 태어나서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못 듣는 아이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산모 외에는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몰래 그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17쪽)

□ 선택권이 없는 아이들은 무책임한 어른들로 인하여 세상의 빛을 경험하지 못한 채 화장된다. 과연 생명은 언제부터일까, 선택 받지 못한 아이들을 그렇게 내버리는 게 괜찮은걸까.



■ 남자는 도망칠 수 있지만 여자는 그걸 온전히 짊어져야만 한다. 자기가 그리던 사랑이나 꿈이 산산조각나도 멍하니 있을 시간은 없다. (87쪽)

□ 양육할 수 없는 상황이나 배경은 많다. 그러나 그것이 생명을 앗아가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수 많은 아이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지고, 영아 살해 등 이슈가 된다. 사회적으로 안전한 제도망이 필요하다. 모성애와 부성애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학교와 사회 같은 제도적 개입을 통해 생명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



■ 이 세상에 태어나줬어. 그런데도 그애는 나한테 와줬어. 금방 죽을거란 걸 쇼는 알았을까? 다시 한번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했어. 그걸 가르쳐준 쇼를 위해서라도. 쇼가 죽지 않았으면 나는 생명의 무게나 소중함이 어떤 것인지 이렇게 절실히 깨닫지는 못했을 거야. (145쪽)

□ 오랜 시간 품었던 아이를 잃게 되는 아픔.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느끼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투명한요람 속 실습생은 직접 임신, 출산 경험이 없는 열아홉 소녀이다. 소녀를 통해 자신의 성장과정을 돌아보게 하고 어른으로서 커가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만들어준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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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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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 중간에 자리하여 사이를 매개하는 것. 혼자 살 수 없는 인간에게 언어, 영상, 그림, 글 등은 그들 사이를 매개하는 수단이다.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는 상태, 관계 혹은 연결이다. 과거보다 많은 글과 언어를 통해 상대에게 닿고자 한다. 자신 떠나 상대에게 닿은 미디어는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얼굴을 마주하기보다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더 자연스러운 세대에게 개인을 떠나 '우리'가 되는 모습은 어떤 것인지 여덟편의 글이 보여준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글은 자연스럽지만 실질적인 대면은 회피하는 세대. 다수에게 많은 정보를 공정하게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정보 생산자가 만들어 놓은 의도대로 왜곡되는 진실 등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설이다. 세상의 빠른 변화만큼 미디어 리터러시에 따른 세대 간 격차는 더없이 커지고 갈등은 깊어질 수 있다. 역으로 미디어 활용에 따른 순기능은 세대 간 이해의 폭을 좁히고 전통적 방식으로 접촉할 수 없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닿는 수단일 수 있다. 우리가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다가가는만큼 그 가능성을 열게 해 줄 미디어가 통과하는 우리 사이의 이야기, #연결하는소설_이다.

■ 내 마지막 화자는 그런 말들에 휘둘리지 않으려 가급적 입을 닫고 살았다. 하지만 실종 뒤 오랫동안 보이지 않다 어느 날 불쑥 강물 위로 떠오른 시신처럼, 무언의 주장처럼, 굳이 입을 떼지 않아도 내면에 떠다니는 온갖 상념이 그의 목울대로 솟아올랐다. 그에게 모어란 호흡이고, 생각이고, 문신이라 갑자기 그걸 '안 하고 싶어졌다'해서 쉽게 지우거나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었다. (33쪽)
□ 언어를 지우면 그 바탕이 되는 생각도 지울 수 있다고 믿었다. 일제 식민지 기간, 조선어를 지워서 조선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자 했다. 한편으로 그들의 생각은 옳았다. 언어를 잃으면서 다음 세대에게 조선인으로서 정체성을 전할 수 없었다. 언어와 생각을 분리할 수 없고 강요당한 침묵은 영혼의 상실로 이어진 것이다.

​■ 남자는 책을 천천히 읽었다. 공선 역시 남자의 읽는 속도에 맞춰 천천히 책을 읽어 나갔다. 대여섯 쪽 정도 읽었을 즈음 그녀는 책과 본인 사이에 어떤 긴밀함을 느꼈다. (46쪽)
□ 2차원 평면 위에 박제된 글이 소리를 내고 마음의 파동을 통해 생각의 형태로 전해진다.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은 마법 같은 공감이 일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책을 통한 연결이다. 귀신이 된 공선은 그제서야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 그렇기에 엄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윤미에게 말했다. '어떤 욕망도 드러내선 안 돼.' 어린 윤미에게 그 말은 신앙이 되었다. (73쪽)
□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가난하고 불쌍한 어린 영혼들. 후원하는 자신보다 못한 처지이기에 쉽게 동정할 수 있었고 측은히 여겼다. 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자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자 사이의 간극이 컸다.


■ 무언가 선택해야 하지만 선택하지 못하고 자꾸만 망설이게 되는, 그 불안한 감정이 이런 방식으로 나타난 거라고. 또는 돈 낭비를 할까 봐 두려웠던 거라고. (116쪽)
□ 거대한 쇼핑몰을 혼자 걷듯 장바구니 안에 가득 물건을 담는다. 계산대 위에 올려놓을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카드 한도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 허무하지만 만족감을 느끼며 선택의 강요 속에서 살아간다. 필요한 것을 정작 소비하기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을 소비하고 만다.

​■ 그래서 엄마 아빠가 지아튜브를 찍기 전으로 돌아가 버렸잖아. 아빠는 이제 나라아 놀아 주지 않고, 엄마는 하루 종일 인상 쓰고 화만 낸다고. 이제 아무도 나한테 착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예쁘다고 뽀뽀해 주지 않는단 말이야. 언니가 뭔데, 언니가 뭔데 이렇게 다 망쳐 놔? (131쪽)
□ 미디어 안에 재미와 즐거움이 있지만 어린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어른의 추한 욕망도 함께 소비되고 있다.


■ 휑뎅그렁 드러난 공간을 보면서 남은 물건들도 하나씩 사라지는 운명을 쉽게 예감할 수 있었다. 바닥엔 식탁 다리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만이 공들이고 신경 쓰던 것. 그것을 들어낸 자리였다. (159쪽)
□ 빠른 사회의 변화는 그것을 쫓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당근에 넘길 물건처럼 들어내고 싶을지 모른다.

​■ "나라와 기업이 개입하면서부터요. 공무원과 직장인들이 돈을 받고, 군인들이 상부 명령으로 댓글과 게시물을 퍼붓기 시작하면서부터요. 지금 인터넷에는 텅 빈 죽은 말만 가득해요. 늙은이들이나 남아 있죠." (178쪽)
□ 의도된 목표를 위해 조작된 정보와 거짓으로 채워진 공간. 결국 사람들은 떤고 남겨진 이들만 이 안에서 지지고 볶는다. 왜곡된 미디어로 선 왕국은 결국 진실을 원하는 이들의 연결망에 의해 무너진다.

​■ 자신의 의지와 판단으로 선별하는 법을 잃어버린 인간. (205쪽)
□ 미디어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의 편리이다. 하지만 생각의 기능 마저 내려놓은 인간에게 과연 인간다움은 남아 있을까.

◆ 창비교육 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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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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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쓸모는 어디 있을까? 자신의 내면과 사유 과정에 있을 듯 하다. 남들은 모른다. 하지만 자신만 아는 영역일 것이다. 삶의 영역이 티나게 달라지지도 않는다. 부유해지거나 특별해지는 부분도 없다. 살아지는대로 숨쉬는 존재가 아닌 생각하는대로 사는 존재가 되어보려는 부단한 노력 아닐까 싶다. 저자 #김필영_님의 이야기 제목을 따라가면 비슷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의미가 되는가? 첫 주제이다. 의미있게 살아보려는 인간의 노력이 철학이다. 노력하는 인간인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개인이면서 집합체인 우리를 돌아본다. 우리가 만든 세상, 그리고 세상 너머를 확대하여 사유한다. 이 다섯 가지 주제가 곧 삶이다. 살면서 왜 사는지, 자신은 누구인지, 세상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자꾸 생각해보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철학만이 정답도 아니다. 그러나 철학은 어디에나 있다. 수학, 과학, 문학, 기술 등 세계를 운영하는 도처에서 본질을 찾으려고 하면 마주하는 것이 철학이다. 우리가 보았던 문학, 그림, 영화, 사회적 이슈, 인물 등을 통해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중국집 메뉴 설명하듯 맛있고 쉽게 풀어헤쳐 놓았다. #서양철학_을 재밌게 읽으면서 많은 철학자와 책, 영화 등을 파생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이런 책을 지침서라고 하는데 최근 읽은 철학 관련 도서 중에서 단연 흥미로웠다. #김필영 저자의 철학 이야기는 #5분뚝딱철학 채널에서도 만날 수 있고 #철학유튜브1위_이다.

■ 독일의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헤겔의 인정투쟁 개념을 좀더 발전시킵니다. 호네트는 우리가 어떤 특정한 타자에게 인정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일반적인 다수의 타자들로부터 인정받으려고 한다고 합니다. (47쪽)
□ 자신의 일상이 SNS에 전시되고 개인 취향이었던 독서 기록 역시, 누군가 읽을 것을 염두하여 작성하게 된다.

​■ 나는 이것이 일종의 '삶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정 욕구를 버릴 수는 없지만, 인정 욕구의 대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나에게 모욕을 주는 타자가 인정 욕구의 대상이 아닐 때, 그것을 가볍게 무시하면 됩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나 자신을 증명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49쪽)
□ 인정 욕구는 자신의 성장이기도 하지만 균형감을 잃으면 자신의 정체성도 잃게 된다.

​■ 사무엘 베게트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삶의 무의미함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화법을 보면, 그가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 반대일 수 있지 않을까요? (69쪽)
□ 소설가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지만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고, 철학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데카르트, 칸트, 사르트르, 비트겐슈타인을 섭렵한 그가 말하는 삶의 무의미란. 정체도 알 수 없는 '고도'를 기다리는 부조리한 인생 이야기처럼 무엇이 되고 누군가를 만나며 깨달음의 경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듯 하다. 방향과 목표를 갖는 열심이 아닌 그냥, 그렇게 지금 순간의 열심.


■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그레고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레고르는 아버지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벌레가 되었죠. 그리고 여동생의 피를 빨아 벌레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아버지에게로 깊숙이 침투해 들어갑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것을 모릅니다. 아버지는 한껏 성숙해진 딸을 보고 흐뭇해하기만 합니다. 결국 그레고르는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아버지와의 권력 투쟁에서 승리한 것입니다. (89쪽)
□ 영화 「헤어질 결심」과 소설 『변신』 . 전개되는 서사가 와닿는 않는 이야기이지만 저자의 해석을 따라가면 서래와 그레고르, 두 인물의 자기파괴적 행위를 이해하게 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갇혀버린 누군가는 두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좀 더 위로 받을 수 있겠다.


■ 광기와 정신장애의 개념은 이처럼 시대에 따라서, 지역에 따라서 달라져 왔습니다. 즉, 광기나 정신장애는 하나의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역사적 개념입니다. 따라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정상인지, 누가 비정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임의의 기준인 것입니다. (152쪽)
□ 양 극단의 정상과 비정상은 넓은 회색 지대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기준에 어긋난 누군가를 향해 비정상이라고 서로 비난과 갈등이 난무하다. 우리 서로는 넓은 회색 지대 한 구석에 위치하고 있을지 모른다.


■ "언어와 생각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흐의 작품이 지닌 아름다움 같은 것은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아름다움은 언어의 세계, 생각의 세계의 너머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90쪽)
□ 언어가 생각을 제한하는 것인지, 생각이 언어로부터 구속을 받는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다. 언어와 생각의 한계가 우리의 한계처럼 받아들여지는 전제이다. 하지만 언어로 구사되지 않은 생각이 존재하고, 생각의 한계는 설정하기 어렵다.


■ 20세기 과학철학자인 파이어아벤트는 과학을 합리성의 어떤 기준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과학적 지식이나 다른 종류의 지식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259쪽)
□ 시대 인식의 주요한 기준이 '돈'에 있고 '과학적 합리성'에 있다. 정상과 비정상의 고정된 기준은 많은 여백을 만든다. 사람들에게 옳고 그름의 절대적 명분과 같은 것이 언제든지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철학이다. 그 유연성이 시대와 사회를 변화시켰다. 절대적인 것을 찾지만 아직 찾지 못했고, 변화를 받아들이되 지난 것은 틀린 것은 아니다.


■ 영화의 마지막에서 파이와 소설가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 파이: 어떤 이야기가 더 맘에 드나요?
- 소설가: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요. 더 흥미롭거든요.
- 파이: 고맙습니다. 신의 존재 또한 그런 거죠. (290쪽)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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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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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제목을 잊어버렸다. '사물'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어떤 내용일까 싶었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긴 순간부터 글쓴이의 낮고 투명하면서도 맑은 목소리가 전해진다. 사물은 초점 밖으로 어느새 밀려 그 자리에 사람과 삶, 관계가 넓게 자리한다. 삶에 대한 단정하고 단단한 심지가 느껴지는 글이다. 영국과 한국에서 삶을 에피소드로 전한다. 특별히 부유하지 않고, 저명한 업적한 남기지 않았지만 이주민의 삶과 사람을 연구하며 돕는 활동을 한 저자 #이향규 향은 확실하다. 삶에 대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애쓴 흔적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절실해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제목은 '사물'이라고 지칭했지만 오히려 사람과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야기한다. 그의 목소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손 내밀고, 함께 있어주는 일을 강조한다. 결코 쉽지 않은 시대이지만 내미는 손, 보듬아 안는 손이 서로 되어주자고 이야기한다.



■ 같이 천천히 걷고, 넘어지면 부축하고, 잊으면 다시 말해 주면 된다. (25쪽)
□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은 마침이 없다. 마침은 오로지 한 순간, 끝에 이르러야 가능하다. 힘든 일이지만 이해의 폭은 넓어진다.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오늘도 힘들게 그 하루를 보낼 누군가를 응원한다.

​■ 결혼한 지 20년이 되어도, 나는 '혼자'와 '같이'라는 두 바퀴의 균형을 찾느라 종종 휘청댄다. (39쪽)
□ '같이' 해야 하지만 '혼자'도 처할 줄 알아야 하는 균형감각을 요한다.

​■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성탄절'은 사라졌다. 언제나 있었던 것, 그래서 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것들은 사라진 후에야 흔적을 남긴다. (51쪽)
□ 부재가 알리는 존재감이다. 늘 사라진 후에 더 절실해지는 존재가 있다.

■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69쪽)
□ 메멘토 모리.

■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은 엄마가 작은 트랜지스터라디오를 개나리 나뭇가지에 걸고 그 아래에서 음악을 듣는 모습이다. 그런 여유는 일하면서 아이 넷을 (거의) 혼자 키웠던 엄마가 자주 누리던 호사가 아니었을 텐데, 한복을 입고 노란 꽃 아래 앉아 있던 그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참 고우셨다. 그래서 나에게 개나리는 엄마의 나무가 되었다. (80쪽)
□ 함께 한 시간과 장면은 사진처럼 기억 속에 박제될 것이다. 어떤 사진을 박제할지 오늘의 선택에 따라 달렸다.

​■ 빨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만든다.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는, 예컨대 햇볕과 바람도 빨래를 통해 그 형체를 드러낸다. 그건 물 잔이 물의 형태를 잡아 주는 것과 비슷하다. (98쪽)
□ 하루를 보내는 우리의 삶도 이러하다. 눈에 띄지 않는 책읽기, 안부묻기, 고독, 인사 등이 쌓여 사람의 표정과 언어, 움직임으로 드러난다. 자신이 드러내는 그 무엇은 어디로부터 왔는가.

​■ 채리티 숍은 영국 전역에 1만 1천 2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내가 사는 이스트본 시내 중심가에도 큰길을 따라 적십자사, 영국 심장 재단, 암 연구 재단, 구세군, 옥스팜, 마리 퀴리, 셸터 등 채리티 숍이 스무 개 가까이 있다. ..중략...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온갖 어려움을 누군가는 곁에서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아 괜히 고맙고 안심이 된다. (124쪽)
□ 환산되는 경제적 가치만을 쫓느라 놓쳐버린 삶을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무거운 주머니를 털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

​■ 우리 골목의 단체 대화방 소개 글은 이렇게 적혀 있다. "이 불확실한 시기에 서로를 살펴보는 커뮤니티 그룹." 다른 말로 '이웃'이다. (164쪽)
□ 자신밖에 모르는 존재로 키워져 가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스스로 지키기보다 함께 어우러져 서로를 의지하며 돌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 돌보는 일은 '전문직'인 것 같다.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필요와 요구를 알아채는 뛰어난 감수성, 타인의 속도에 맞추는 인내심, 의식주처럼 삶의 재생산에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 시대 변화를 학습하는 능력, 강건한 체력과 정신 건강이 요구된다. (186쪽)
□ 돌봄은 상대를 향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상대를 서게 한다. 다만 소진되어야 할 에너지는 소비될수록 더 많은 내적 에너지를 스스로에게 축적시킨다.

◆ 창비교육 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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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생각법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한국 최고의 승부사 조훈현의 삶의 철학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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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TV 프로그램은 다양하지 못했다. 인기 스포츠도 지금과 사뭇 달랐다. 덩치가 큰 두 사람이 얽히고설켜서 만들어 낸 미세하고도 고도의 균형 감각을 요구하는 씨름, 숨 막힐만큼 고요한 가운데 오고 가는 돌만 쳐다보는 바둑까지. 많은 관중,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요란한 음악이 없어도 인생의 기승전결과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 있었다. 특히 바둑 경기는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고 해설을 듣는다고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른들을 따라 자연스레 살폈던 듯 싶다. 당시 바둑 기사는 도인처럼 다가왔다. #조훈현 기사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바둑을 너머 삶의 길을 터득한 스승을 만나는 듯 했다. #한국최고의승부사 라고 이름 붙여진 그이지만 실패와 좌절, 고난과 고비를 맞이하였고 이를 맞이하는 자세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자신의 영역에서 경지에 이르기 위한 노력을 하되 힘을 빼고 유연성을 발휘하며 자신과 삶과 일을 분리하지 않았다. 바둑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지난해 입단 60년을 맞이했다. 여전히 바둑을 알리고 국민의 관심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하는 그의 자세에 존경을 표한다. 때로는 실패에 발을 들여놨고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를 낳기도 했던 게임, 정치 분야도 있었지만 언제나 바둑을 위해 정진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이 그의 삶의 철학이다. 삶으로 보여준 철학을 #고수의생각법 이야기로 풀어냈다.

■ 바둑에서도 지금 바로 둘 수 외에 다른 것들에 생각을 빼앗기면 안 된다. (7쪽)
□ 녹록치 않은 삶의 영역에서도 간결한 태도가 필요하다. 시선이 분산되면 목표는 흐릿해진다.

​■ "내가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답이 없는 게 바둑인데 어떻게 너에게 답을 주겠느냐. 그 답은 네 스스로 찾아라." (45쪽)
■ '다른 생각'은 그냥 떠오르지 않는다. 뭔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얻게 된다. (49쪽)
□ 어떤 영역에서든 그 영역의 고수에게서는 삶의 철학이 느껴진다. 멀티보다는 한 우물 안에서 깊이를 더하고 삶 전체가 영역과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 '비인부전, 부재승덕(非人不傳, 不才勝德)' 이라는 말이 있다. 인격에 문제 있는 자에게 높은 벼슬이나 비장의 기술을 전수하지 말며, 재주나 지식이 덕을 앞서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65쪽)
□ 재주가 뛰어나 덕이 절로 붙는 것은 아니다. 재주로 인해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겸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스스로 경계하고 최고보다는 덕을 한편의 목표로 두어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느 영역이든 최고의 자리에서 주목 받기 쉽고 덕을 잃은 모습은 재주마저 가리게 된다.

​■ 특히 마음이 강해야 한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정상의 무게를 견뎌낼 만한 인성이 없으면 곧 떨어지게 된다. (91쪽)
□ 실력으로 인해 정상을 차지했지만 정상은 정체된 자리가 아니기에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다.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38 경기에 참여해 38번 모두 메달을 획득했는데 비결이 무엇이고 부담되지 않았는지 물었다. 참여한 경기의 메달에 생각이 머물기보다 경기가 끝나면 다음 경기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직장인이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고 다음 업무에 바로 들어서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자세와 마음을 바로 올곧게 서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인성일 것이다. 정상의 자리에서 선 #김연아 선수나 #조훈현 기사에게서 배우는 삶의 태도가 여기에 있을 듯 하다.


■ 바둑을 두는 사람은 급수와 단수에 따라 누구에게 굽혀야 하는지를 잘 안다. 그런데 실제 세상은 어떨까? 실제 세상에서도 초보들이 고수를 존경하고 따를까? 나는 실제 세상에서 고수에 대한 존경심을 잃은 사람을 많이 본다. 선생을 존경하지 않는 학생들, 부모의 말을 무시하는 자녀들, 상사의 험담을 늘어놓는 부하직원들, 선배보다 자신이 일에 대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후배들…… (161쪽)
□ 합리적, 경제적 사고라고 내세우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태도일 듯 하다. 진정한 고수는 삶으로서 보여주고, 진심으로 배우고자 하는 이는 이를 몸으로 배운다. 고수와 초보, 삶의 기준이 자신에게 있기에 가르침을 얻을 것도 배우는 것도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 복기는 극복하고 흘려보내는 의식이다. (223쪽)
□ 복기는 과거이고, 과거로부터 배워 앞으로 나아가는 미래 지향적이다. 가짜 고수는 과거에만 머물고, 진정성 없는 초보는 미래 없는 앞만 본다.

​■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얼마든지 나중에 해도 되는 일들에 몰두하느라 진짜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310쪽)
□ 삶의 목표가 단타인 경우가 많다. 집을 산다, 00대학교를 입학한다 등. 집을 사는 주체, 학교에 입학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진정한 목표를 찾지 못하는 경우, 방향성을 잃기에 너무도 많은 열심을 보이지만 삶에서 떠돌게 된다.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면 중요한 일을 먼저 잘 찾고, 삶은 간결해져야 한다. 고수 #조훈현_에게서 듣는 삶의 철학은 이렇게 요약된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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