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술 문명의 발달이 가져올 디스토피아를 떠올리면 그건 인류의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부정적 현상을 품고도 물질적 풍요, 기대 수명의 연장, 가까워진 지구촌 등 외적인 측면이 보여주는 가시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당신이보고싶어하는세상 속 단편은 외적인 성장이 드러내지 못할 음습하고 기울어진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 방향이 온전히 도덕적일 수 없고, 모든 인간의 가치관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다면 예측 타당한 결과일지 모른다.


미래를 예측하고 확률적 통계가 보여주는 수치는 결과론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처럼 느껴진다. 인간관계를 예측 분석하는 앱이 소재가 된 단편에서 남녀 관계는 예측대로 흘러간다. 예측 내용대로 생각하고 행동한 것인지, 생각과 행동의 분석 결과가 정밀한 것인지 앞뒤 혹은 전후 관계가 모호해진다. 육체 부활 장치가 소재된 이야기는 현대판 인종주의, 사회진화론이 바탕이다. 헉슬리의 <신세계>에서 읽은 듯, 전혀 인간적이지 않은 인간의 탄생을 예고한다. 미래 사회에 대한 부정적 예측은 현재 우리가 갖춰나갈 가치관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기술 발전 속도보다 인간성에 대한 강조가 앞서야 된다고 말한다. 과연 인간은 무엇일까를 철학적·인문학적으로 고민하며 나아가야 희망이 없는 미래에 도착하지 않을 것이다.


■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다 주관적 현실 속에 삽니다. 그리고 누구한테나 크건 작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객관적 사실이 있는 거고요. 저희한테는 지난 대선 결과가 그랬죠. 어떤 치들은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면서 부정투표네, 개표 조작이 있었네 하고 음모론을 떠벌렸죠. 주관적 현실을 들고 객관적 사실과 싸우려 한거죠. 저는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대선 결과가 농담 같았고, 그냥 그걸 농담으로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 (17쪽)
□ 사실의 취사 선택, 거짓 기사 등 지금과 다를바 없지만 자신이 믿고 싶은 사실로만 왜곡된 세상이 펼쳐진다. 객관적인 사실은 상대적이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이란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다. 인류가 보편 타당한 가치관이라고 굳건히 믿어 온 질서가 흔들린다. 특정 집단과 소수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되어질 것이다.


■ "인공지능은 연기도 정말 못합니다. 디지컬 대역 배우들은 여러 가지 표정을 잘 짓지요. 하지만 그 표정에는 원천이 필요합니다. 선형 컴퓨터들은 그 원천은 아직 만들어내지 못해요. 인간의 감정 말입니다. 우리는 금성에 머무르면서 외로워하고 기뻐하고 욕망하고 결단하는 주체가 필요합니다. 그런 고민을 인간의 시계에 맞춰서 인간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배우 겸 초벌 각본가가요." (65쪽)
□ 고도로 발달된 기계와 기술에게 요구되는 것은 인간적인 측면이다. 인간 세상에서 인간성을 상실하자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성에서 인간성을 대체한다.


■ 그러나 아무리 우호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수정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과 자아 정체감을 잃게 될 가능성이었다. 다른 사람이 알려준 정답과 스스로 고른 오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사람은 오답을 선택하면서 그 자신이라는 한 인간을 쌓아가는 것이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을 먹고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되더라도, 누군가 몰래 물에 타놓은 그 약을 모르고 먹게 되는 것과 스스로 복용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 (85쪽)
□ 인간 삶의 주체성은 어리석인 선택일지라도 그 선택의 주체자가 되는 것이다.


■ 아이히만의 비명이 들리자 참관인석 앞줄에 앉은 유대인위원회 간부들의 긴장이 풀리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153쪽)
□ 선과 악, 옳고 그름에 대한 인간의 판단은 우상향의 곧은 선이 아니다. 오만과 오판으로 얼룩져있지만 결국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나아간다.


■ 기만과 허세가 쌓일수록 나는 폭로의 공포에 시달렸다.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쓴 소설은 내가 쓴 글 같지 않았다. 글자들이 나를 이용해서 나왔으며, 내가 그 문장들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꼈다. (222쪽)
□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아름다운 문장을 어디선가 보고 들은 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감탄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던 역사는 이전 것과는 닮았지만 다른 것이다. 인간 흉내를 내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일 것이다.


■ 부활 대상자인 우리는 부활 대상자인 형제들을 죽여도 괜찮다는 뜻이다. 부활을 승인받을 때까지 경찰에 붙잡히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부활을 승인받는다면, 그래서 아스타틴으로 인정받는다면, 시민이 되기 전에 저지른 일에 대해 면책을 받게 된다. (258쪽)
□ 우수한 유전자의 가치를 복제하여 결점없는 인간 사회를 만들고 싶었지만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적 이데아 유전자는 결코 만들 수 없을 것이다.


■ 그는 알고리즘이 예언한 대로, 유전자에서 예고된 대로, 바람둥이가 되었다. (384쪽)
□ 칼뱅의 예정설이 보여 줄 현대판 예정설이 난무하다. 예측은 확률적 통계, 수집된 표본의 평균일진대, 확신과 맹신이 더해져서 과학이 만들어 준 운명론이 된다.


#장강명 #장강명소설 #장강명SF소설 #당신이보고싶어하는세상 #아스타틴 #육체복제 #인공지능미래 #미래사회 #미래과학소설 #SF소설추천 #추천소설 #소설추천 #문학동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시우행 2023-10-2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삶은 주체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표현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