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휴식의 순수성이 100퍼센트이기를 바라는 마음. rest에서 reset을 꿈꾸는지 모르겠다. 현대인에게 100퍼센트 휴식을 꿈 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존재할까 싶다. 구한말만 하더라도 눈과 비가 오면 고립되던 지역은 나라 잃어도 모르지 않았던가. 우주와 소통하는 현재, 지구상 어디에 있든 멈춘다는 개념의 쉼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현대의 휴식이란, 배터리 충전 100퍼센트, 너저분한 머리와 몸을 백지처럼 만들고픈 꿈같은 소망일테다. 저자 #박상영_에세이 속 휴식은 쉼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절대 혼자가 아님), 추억을 만드는 장소에 가고(고립되지 않음), 마음의 쉼을 주는 이야기(일을 멈추지 않음)를 되짚어보는 것이었다. 그만큼 '하던 일을 멈추기'가 쉽지 않은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고, #박상영 작가의 성향 아닐까 싶다.

누구나 그런지 모르지만, 3주 간 허락된 쉼 가운데 나의 계획 역시 밀린 책을 10여 권 이상 읽고, 60시간 온라인 강의가 계획되어 있으며 저녁 시간 운동 일정도 예약 상태이다. 순도가 낮은 편이지만 '휴식 기간' 외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니까. 에세이를 읽는 동안 저자의 작품이 떠올랐다. 그의 글은 밝고 솔직하다. 흔히 말하는 '돌려까기'가 없어서 글이 젊다. 가볍게 닿았는데 깊게 박히도록 치고 빠지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1차원이되고싶어 글은 울고 싶어졌고, #대도시의사랑법_의 지독한 사랑은 뜨겁게 했다. #믿음에대하여_는 뒤를 돌아보게 했다. 에세이에서 드러난 유쾌하고 직진형 삶의 이야기가 쉼을 가져다 준다. 여름 휴가에 딱 어울리는 #순도100퍼센트의휴식 #박상영에세이_다.



■ 그런 날들이 있었다. 이제는 그 맥도날드도 사라지고 없다. (35쪽)

□ 목 위에 달린 머리는 쉬고 있지만 마음의 머리는 그 어느 날과 어떤 장소를 떠나지 않는 휴식.



■ "응……. 저건 뒤에 있는 운전자가 너 너무 느리다고, 비키라고 하이빔 쏘는 거야." (48쪽)

□ 운전 솜씨는 별로이지만 글 맵시는 끝내준다.



■ 그렇게 산 넘고 물 건너 힘겹게 닿은 몬토크의 바닷가.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고 눈은 한 톨도 내리지 않았다. (88쪽)

□ 누군가는 신림동 어느 골목에서, 노량진 학원가에서 헤매고 힘들었을 영혼에 대한 이야기.



■ 우리 사이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글을 써서 돈을 벌 수만 있으면 되는 삶. (95쪽)

□ 어느 때, 어느 자리이든 돌아보면 쉽게 넘었던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지나와 뒤돌아볼 수 있기를.



■ 야생으로 치면 언제나 맹수에게 쫓기거나 최선을 다해 사냥을 하고 있는 상태인 거죠. 그러니 몸과 마음 모두 쉬는 연습을 해야 해요. 생각을 멈추고 최대한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101쪽)

□ 머리가 이해한 것을 마음에도 녹아들기를.



■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김연수 작가님의 스튜디오에 설치돼 있던 노트북이며 프린터, 아이패드가 모두 사라져 버린 게 떠올랐다. 그 모든 게 지네 때문이었다니. (138쪽)

□ 죽일 대상인지, 살릴 대상인지. 대상에게 목적을 두는가 자신에게 목적을 두는가. 어쩌면 앞뒤위아래 없는 인생은 오로지 자신만 목적시 했기 때문일런지.



■ 매일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해하는 내게 "미래의 유명 작가 박상영에게 투자하는 거야"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던 친구들. (181쪽)

□ 순도 100퍼센트 내 사람들. 응원의 한 마디와 곁을 내준 그 시간들이 버티게 했었을지도.



■ 김연수 작가님을 볼 때도 그런 생각을 자주 했는데, 작가님의 여유로운 걸음걸이며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 마음 씀씀이 같은 것들이 부럽고 좋았다. (200쪽)

□ 김연수 작가님의 문장은 미끄덩대는 길에 다소 퍽퍽한 타이어 자국을 내듯, 걸리는 느낌이 있다. 그 느낌이 있어서 매력적이다. 그런 작가님의 일상도 같이 들여다본 듯 하여 이번 에세이가 더 특별했다.



■ 영상 속의 나는 정말 다급한 표졍으로 동아줄처럼 바위를 붙잡고 있었고, 그 표정이 너무나도 절실해 조금 웃겼다. 송지현은 아직까지도 우울할 때마다 그 영상을 틀어본다고, 자신의 웃음 버튼이라고 했다. 나는 좋은 친구를 두었다. (220쪽)

□ 찐우정이다. 관계를 그려내는 문장마다 상대를 향한 애정이 뭍어나서 인간 #박상영_을 본다.



■ 심지어 그만두고 나서 다시 시작하는 건 더 힘들다. 나 역시 7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며 숱하게 고민했었고, 전업 작가가 된 지금까지도 매일 하는 고민이었다. 종미와 나는, 서른다섯 살의 사춘기를 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273쪽)

□ 강제 휴식을 맞이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응원이 된다. 누구나 거쳐가는 과정이고 누군가에게는 긴 시간, 짧은 시간, 깊이가 다 다를 것이다. 삶의 모양이 다르듯이.



☆알라디너TV 이벤트에 당첨되어 선물받은 도서. 책을 읽고 너무 좋아 한권을 더 구입했음.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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