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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프리카 원조는 작동하지 않는가 - 아프리카 개발협력의 혁신적 전략 10가지
로버트 칼데리시 지음, 이현정 옮김, 허성용 해제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5월
평점 :
세계의 역사에서 아프리카 대륙은 인류의 시작 단계부터 등장한다. 그 뒤로 존재 자체가 잊혔다가 서구 발전 가운데 발견의 대상이면서 개척의 대상이 된다. 자원의 착취 대상이고 잔인한 식민지였던 아프리카를 향한 인류의 부채는 착취의 주체인 서구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 국가가 독립한 1960년대 이후, 줄곧 이어진 국제적 원조에도 불구하고 가난, 내전, 에이즈 등으로 '슬픈 아프리카'로 기억된다. 수십년 동안 진행된 도움의 손길에도 나아지지 않는 아프리카 현실에 대해 #로버트칼데리시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외부의 도움은 아프리카에 진정 도움이 되었는가, 내부적으로 자생적 발전 노력은 있었는가, 도움은 미래 지향적인 것인가 일시적 도모인가 등 그 땅을 향한 인류애적이며 실질적 고민을 던진다.
구호 기관인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을 하던 시기, 후원금의 사용 용도에 대한 안내문을 보면서 아프리카를 향한 도움의 방향이 변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긴급구조에 가깝던 원조는 국제기구, 민간단체 등이 자립적 발전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던 시기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내외적인 문제점과 원조의 방향 및 시각의 변화를 촉구한다. 또한 내부적으로 자생적 발전을 위한 노력 등에 주목하여 아프리카 변화의 희망을 제시한다. 서구의 시각을 따라 아프리카를 바라보던 관점이 일단 달라지게 된다. 내전, 난민, 독재 정부, 에이즈 등 극복되지 않은 아프리카의 고질병을 연민과 동정으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 극복되어야 할 문제상황이고, 해결 주체는 아프리카 대육의 각 국가의 국민과 정부이다. 국제기구 및 민간단체, 여타 국가 등은 외부자로서 입장과 영역을 지켜야 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발전을 위한 모색 중 일부이지만 다각화된 시각이 필요한 시점인 듯 하다. 그간 이뤄진 천문학적 숫자의 원조가 온전히 아프리카 국가의 국민보다 독재정부와 여타의 특권층에게 그 수혜가 돌아가고, 공정한 언론기관의 부재, 여론 형성의 부재 등이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원조 제공자와 수여자의 현실 인식 차이로 인해 낭비되는 실수와 정책 실패도 다루고 있다.
2006년에 집필되고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 국가는 저서 속 내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희망적인 부분을 보였던 국가조차도 더디고 느린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은 땅과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지구 인구 약 81억 중 14.5억을 차지하는 그들을 포기할 수 없기에 부제처럼 아프리카 개발협력의 혁신적 전략 및 무던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름조차 생소한 국가의 현실과 현대사가 저자의 시각으로 저술되었다. 시사와 세계사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라면,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고 새로운 시각과 가치관에 도움을 될 것이다.
■ 나는 서구의 진보적 입장에 도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고 그 내용이 결국은 보수적 입장의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되었는데 젊은 아프리카인들이 내 책에 관심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내게 편지를 쓴 그들 중 그 누구도 나의 결론에 반대하지 않았다. (13p, 2015년판 서문 중에서)
■ 절대빈곤의 원인은 농업 분야의 개선이 늦다는 데 있다. 생산성의 증가가 거의 농가소득으로 직결되는 아프리카 농업의 특성을 감안해보면 정부의 무관심이나 정책 실패가 주된 원인이다. (16p, 2015년판 서문 중에서)
■ 원조는 권리가 아니라 신중하고 충분히 훈련된 투자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우리는 원조를 자선과 혼동하면 안 된다. (17p, 2015년판 서문 중에서)
■ 내 이상을 공유하는 북미 및 유럽 사람들은 대부분 거버넌스를 강조하며 더 많은 원조가 아프리카를 도울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환상을 깨뜨리고 싶다. ....중략..... 아프리카 대륙의 나라머지 지역에서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는 수백만 아프리카인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필요한 것이다. (31p, 2006년판 서문 중에서)
■ 아프리카가 가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냉전시대다. 강대국들이 아프리카 전역의 독재정권을 지원함으로써 아프리카의 중요 광물과 에너지 공급에 대한 접근뿐 아니라 선박 항로 및 군사기지들을 보호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55p)
■ 인도네시아처럼 부채를 신중히 관리해온 나라들은 왜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만 탕감되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한다....중략... 전 세게의 후한 인심의 덕을 보는 것은 국민이 아닌 정부다.....중략..... 만약 아프리카에 민주적 제도, 제대로 된 감사당국, 자유로운 언론이 존재하며 정부가 더 나은 우선순위를 추구한다면, 새로운 목적에 '오랜된' 돈을 투자하여 얻을 이익은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58p)
■ 부패는 아프리카의 매우 고질적인 문제이므로 세계는 이제 아프리카인을 돕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151p)
■ 짐바브웨인들은 국가가 국제적 지원을 받든 받지 않든 기아에 직면했다. 이러한 행위가 아프리카에서 여전히 용인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사실을 모르거나 그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놀라운 사실은 아프리카가 계속해서 서구의 '압제'에 시달리는 한, 자신들의 지도자는 잘못을 할 수도 있다고 많은 이가 믿는다는 점이다. (169p)
■ 카메룬은 한때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좋은 학교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고,.....중략.... 천연자원을 다양하게 보유한 덕이었다. ...중략... 그러나 정치와 인종적 분열이 이 나라를 좀먹었다. .....중략.... 카메룬 사람들을 가장 짜증나게 한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가짜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세계의 무관심이었다. 외국 지도자들은 여전히 카메룬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216-217p)
■ 아프리카의 주요 산업인 농업은 모든 종류의 잘못된 관리 정책 탓에 위축되었다. 독립 이후 농업은 육성하고 장려해야 할 산업이라기보다 생계를 위한 구시대적 산업으로 간주되었다....중략.... 높은 환율 때문에 일부 상품은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편이 더 저렴했고 너무나 많은 세금, 이해할 수 없는 규제들, 타성에 젖은 행정, 법 체계, 임시 또는 계절적 노동자 고용을 어렵게 만드는 노동법, 독점, 부패, 사기 탓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프리카 투자하길 꺼렸던 것이다. (235-236p)
■ 아프리카에 대한 해외원조는 여러 이유로 바뀌어야 한다. 첫 번째는 우너조가 전체적으로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중략... 원조계획이 지역에 맞춰 잘 고안되거나 원조자금이 본래 의도한 목표에 도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중략... 아프리카인과 서구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기본 가치의 충돌 역시 또다른 복잡한 요소다.(262-263p)
■ 원조기구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낭비 및 비효율을 피하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과 거의 중요한 것, 근본적인 원인과 빈곤악화 요인 사이에 선을 긋기란 쉽지 않다. (271p)
■ 빈곤과 민주주의라는 더 큰 사안에 대해 아프리카 정부들이 얼마나 무관심한지는 훨씬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310p)
■ 이젠 아프리카 정부들이 너무나 비난받을 만한 행동들을 하고 있으므로 그들에게 과거에 취했던 예우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중략... 지난 10년 동안 예방 가능했던 질병으로 사망한 3,000만 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량학살의 희생자가 아니라는 건 사실이지만, 그 아이들은 대량학살 규모의 방치에 따른 희생자다." (331p)
■ 전 세계는 아프리카 해방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인 자신들이 가장 중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그들은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것, 그리고 다른 이들도 자신들을 그렇게 여길 거라 기대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356p)
□ 사실 아프리카를 향한 국제 대외원조는 이미 축소되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이런 변화를 더욱 촉구하는 것은 원조로 인해 아프리카의 정치적 변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판단해서이다. 정치부터 변화해야 국민의 생활 깊숙한 부분까지 변화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 정서에 만연된 부조리, 부패에 대한 용인 등도 변화해야 할 정치 부분이다. 그리하여 소녀들의 문맹률, 남성 위주의 선택에 의한 다산, 에이즈 등 중요하면서도 긴급한 사안이 먼저 다뤄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제조업을 살리겠다고 농업 분야를 죽여서 식량 수입이 과다하여 오히려 경제 수지가 역행하는 결과를 낳고 이런 현실을 국민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현실은 변화해야 한다. 저자가 말미에 제시한 10가지 전략은 지금 당장 현실적 정책으로 명명할 수 없는 구호에 그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의 현실적 변화를 위해서 스스로 쟁취해야 할 지향점으로 느껴진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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