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에어포트
무라야마 사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열림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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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채비를 하는 동안 설레고 기대감에 부푼다. 달뜬 마음은 공항 내 오고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알 수 있다. 작고 소란스러운 웃음이 피어난다. 낯선 이들과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인사를 건넨다. 헤어짐과 만남이 있지만 사람은 떠나고 공간만 남겨진 곳이다. 이 공항에 과거의 절망을 안고 낙향하는 이가 있고, 소박한 꿈을 이제 막 피우는 이도 있으며 매듭짓지 못한 인연을 풀어낸 이도 있다. 어쩌면 다시 마주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일상에서 내놓지 못했던 고민과 감정을 어딘가로 향하는 비행기에 태워 보낸다.


료지, 유메코, 메구미와 마유리, 사치코 다섯 인물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공항에 다다른다. 도착지이면서 출발지이기도 하다. 과거의 아픔에 주저 앉아 현실을 떠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면서 다시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현실을 보며 포기했던 꿈을 용기내어 미래를 향해 한 발 내딛기도 한다. 좁은 자신에게 갇혀 있던 이도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마법 같은 이야기를 믿는 판타지 요소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 우리의 희망 아닌가. 보이는 현실은 절망이지만 보이지 않는 미래는 희망에서 오는 것이다. #해피엔드에어포트 이야기는 희망의 메시지이고, 봄날에 아직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에 대한 기대이다. 따뜻한 응원의 글이 여러 사람에게 닿길 바란다.


■ "저는 그렇게 대단한 인간도 아니고 어린 시절에 했던 약속도 잊어버렸는데, 아무래도 절친과 전 여자 친구는 저를 아주 그릇이 크고 훌륭한 인간이라고 믿었나봐요……." 웃어보려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오 년이라는 날들에 가슴이 아프게 조여들었다. (69p)


■ "인생에 실패나 배드 엔드가 있을까요. 살아 있는 한 이어지는 연재만화와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꼭 강제로 그만두지 않아도 돼요." (77p)


■ "책에는 마법의 힘이 있단다. 종이에 인쇄된 그림이나 글을 보기만 해도 여기 없는 세계가 보이다니 신기하지? 마법의 주문이 적힌 것 같지 않니? 책은 틀림없이 마법을 이루어졌어. 책방에서는 마법을 진열하고 파는 거야." (97p)


■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언제나 책의 마법이 지켜준단다. 기적은 언제나 아이들 곁에 있어." (129p)


■ 밤이 늦으면 셋이서 옥상에 올라가 별을 봤다. 오래되고 좁은 맨션 옥상이지만 적어도 그때는 주민이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었다. 울타리에 빨랫줄을 걸고 빨래를 말리거나 꽃이나 채소를 키우는 화분이 놓여 있었다. 대화를 나누라고 벤치도 있었다. 메구미의 아빠가 별자리 지도를 만들어줘서 메구미와 동생과 마유리는 그걸 들여다보며 질리지도 않고 별을 찾았다. 밤이 깊으면 길거리에 있는 맨션에서도 밝은 별 정도는 찾을 수 있었다. (184p)


■ 문득 당시 아빠가 저 사람을 동경했던 심리를 이해했다. 어른이 되면 지금 생활이 소중한 것과는 별개로 여행하고 또 여행하는 생활을 동경하는 마음도 생긴다. 특정한 곳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고, 그저 트렁크 하나만 들고 바람 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혼자서 어디든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233p)



■ 사치코 혼자 다니는 여행이니 공양받지 못한 영혼이 함께 다니면 좋겠다. 여행지의 방에 그런 영혼들이 있다고 상상하면 즐겁다. 다들 마르고 상처 입은 모습이 아니라 털과 깃털에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고 건강한 모습으로, 각자 편한대로 쉬는 것이다.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영혼이라면 모두 이리 와주기를. 내 여행은 마녀의 여행. 세계에 꽃을 피우기 위해 유랑하는 여행이니까. (249p)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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