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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원조 -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백지운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평점 :
최근 윤석렬 대통령의 방미를 놓고 날선 반응을 보인다. 미국 의회합동연설에서 #장진호전투 발언으로 중국에서는 #항미원조 드라마 #압록강을건너 재방으로 자국민에게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에게는 6.25전쟁, 한국전쟁으로 내전과 같은 성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었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냉전시대의 서막 가운데 국제전쟁이었고, 각국의 격변 시기를 모두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전쟁을 #항미원조 라고 부른다. 미국에 대한 항거였고, 제국주의에 대항 명분으로 참여한 전쟁이라고 명명한다. #백지운 저자가 바라본 중국의 항미원조는 단순히 한 가지로 해석되지 않는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10주년 당시만 하더라도 냉전의 단순구도였지만 중국의 경제적 성장, 미국과 화해 모드로 데당트 시기를 거치면서 항미원조를 바라보는 시각은 변화한다. 30만명에 이르는 수많은 희생을 가져온 전쟁 참여였지만 항일전쟁, 국공내전과 같이 수 많은 전쟁 이야기가 선전용으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항미원조와 관련된 영상 제작은 몇 편에 불과했다. 이 시각이 재차 변화된 것은 2010년 즈음, 미국과 중국은 냉전과 달리 세계 패권을 두고 마주하게 된다. 중국 내에서 미국을 의식하여 직접 언급하지 않았던 #항미원조_를 시 주석이 발언하면서 분위기는 변화한다. 중미 혹은 미중 대결 구도가 심화될수록 자국민에게 #항미원조 인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북한, 외교, 경제 분야에서 민감하기에 #중국인들의한국전쟁 #항미원조 글을 통해 중국의 시각을 읽어볼 필요를 느낀다.
■ 20주년에는 '항미원조' 없이 '부조작전' 혹은 '부조참전'으로 대체되었다. ....중략.... '조선으로 건너가 전쟁을 전재하다' '조선으로 건너가 전쟁에 참여하다'라는 뜻이다. '항미원조 입조작전'에 담겨 있던 뚜렷한 정치적 의미와 주동적 어감이 중립적이고 수동적인 것으로 대체된 것이다. (33p)
□ 중국의 정치·사상적 대응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항 의미를 둔 #항미원조 대신에 '부조참전' 등으로 대체한 것이다. 미중 관계에서 두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적개심을 적당히 서로 숨겨두었던 것이다. 이는 물론 상층 서사이다. 전쟁의 참극을 몸소 경험하고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기층 서사와는 다른 방향인 것이다.
■ 항미원조의 귀환은 1970년대 이후 미중 데탕트를 계기로 형성된 미중 공조 체제의 역사적 시한이 다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 갈등에서 시작하여 바이든 정부에서 전면화된 미중 대결의 정치 공간으로, 사라졌던 항미원조의 기억이 대대적으로 소환되고 있다. (44p)
■ 2000년대에 귀환한 항미원조전쟁 담론에 '인민전쟁'의 이념이 사라진 근본 원인은 '인민'의 지위가 축소되고 '당의 영도'가 우선하는 중국공산당 사상체계의 변화에 있다. 그렇게 보면, 항미원조라는 냉전시대의 상징적 구호가 그 이념적 핵심을 탈각한 채 '신냉전'이라 불리는 첨예한 미중 대결의 정치 공간으로 돌아오는 지금의 상황은 매우 역설적이다. ...중략...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바로 군중노선이고 인민전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유격대 혁명의 유산이기도 한 '인민전쟁'의 이념은 '사회주의 현대화'로 노선을 전환한 신시기 이후 중국공산당의 사상체계에 더는 존립할 수 없었다. (211p)
□ #항미원조_를 가져와 미중 대립 구도에서 유용한 카드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내밀하게 바라보았을 때, 본래적 의미를 벗어나 중국은 이를 활용하고 있다.
■ 중국의 항미원조전쟁 서상에서 '압록강을 건너'는 단연 기념비적 작품이다. ...중략.... 항미원조전쟁을 바라보는 현 정부의 관점과 방향이 투영된 공적 서시이기도 하다. ...중략....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허구이지만 실제 역사적 전거를 가지고 있다. 허구성을 가미한 개인 서상의 층위는 공적 서사 위주의 이야기 전개가 가져올 경직성을 완화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247-249p)
■ 장진호 전투란 1950년 11월 25일에서 12월 24일까지 2차전역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싸움을 말한다. ..중략.. 군우리, 삼소리, 청천강 등 2차전역의 승전지는 모두 서부전선에 집중되었으며.....중략....서부전선이 양지라면 동부전선은 음지였다. 서부전선에서 거둔 승리의 흥분과 대조적으로, 동부전선의 서술은 지원군이 겪었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과 희생에 대한 숙연함으로 감싸여 있다. (302-304p)
□ 윤 대통령의 #장진호전투 언급이 중국을 자극하였다는 기사 배경은 위와 같다. 중국으로서는 실책이자 아픔이고 희생의 역사인 것이다.
■ 우리는 항미원조전쟁이 미중 대결이라는 작금의 첨예한 정치적 장으로 소환되는 현상 그 자체보다, 그 소환의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버리고 온 것이 무엇이냐에 주목해야 한다. (341p)
■ 영화 '금강천'이 보여준 것처럼, 주선율 사이사이 숨겨 둔 하위선율로부터 전쟁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과 목소리가 비집고 나올 가능성을 전연 배제해선 안 된다. 설령 미약할지언정, 소인물의 시선으로 거대서사에 각인된 역사의 현장을 부단히 반추하면서 철갑처럼 단단한 공적 서사에 미세한 균열을 낸 시도 자체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영웅적인 희생'보다 '살아남는 것'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반전의 메시지가 중국인의 감수성과 문법으로 항미원조 서사에 자생하여, 한국과 북한, 미국을 포함하여 이 불행한 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당사자들에게 모종의 울림을 전하는 작품으로 탄생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364-365p)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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