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 사건 너머 마주한 삶과 세상
몬스테라 지음 / 샘터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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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글로리 인기로 인해 학교 폭력의 가.피해 현실을 좀 더 깊게 볼 수 있었다. 그 속에 몸 담고 있는 입장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는 일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학생이기에 양쪽 모두에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해 학생에게 처벌 뿐 아니라 이후 반복되는 일이 없고, 바르게 커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법범자를 변호하는 입장도 마찬가지다. 가해 및 범법 행위에 동의 해서,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다. 부제처럼 #사건너머마주한삶과세상 그 진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극악무도하여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 및 그들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내용과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이 존재하는 것인가 싶은 경우가 있다. 때로는 이런 이들을 도와야 하는가, 피해자의 인권은 도대체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때도 있다. 우리가 만든 기준이지만 진리가 될 수 있는 법 앞에서 우리는 고민하고 그 속에서 허우적대는 이들을 바라본다. #어머님같은변호사 라고 불리는 존재, 누군가에게 어른이고 보호자이기도 했으며 한번도 축하받지 못한 생일을 알아채주는 존재이기도 했던 이의 고백 같은 이야기다.

■ 우리는 법정 앞에서 각자 다른 것을 기억하며 한참을 소리 없이 서 있었다. 어느새 뒤돌아선 노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다가 할아버지가 다음번에 어떤 기억을 떠올린다면, 그 기억은 할아버지를 안심시키는 기억이기를 바랐다. (32-33p)

자신과 삶을 잊어버린 이는 범법 행위를 기억하지 못하고 억울하다며 호소한다. 누군가의 남편으로, 아버지로, 사회인으로서 살아온 세월을 다 잊어버린 이가 법정에서 뒤돌아선다.

■ 부들부들 떨며 아버지의 목을 조르고 있는 그 아들에게서 나는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만 본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소년의 모습이었다. 서럽게 울며 '죽어버려, 죽어버려'라고 말하는 소년에게 피고인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66-67p)

삶의 고난에 인과관계가 있다면 논리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행과 불행이 순서없이 가혹하게 찾아오는 것이 인생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서로 고를 수 없듯이 고통을 주는 존재가 가족일 수 있다. 약자가 일방적인 폭력과 억압 속에 살아가지 않도록 우리의 관심과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언론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도록 사람들의 눈과 귀를 거치고 제도로 안착되도록 힘써야 한다.

■ "아들이 쉽게 돈 벌려고 이 일을 한 거잖아요. 엄마가 남한테 피해 주지 않으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모습을 아들이 보면 깨닫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73p)

교육 현장에서 가해자 부모의 태도도 천차만별이다. 애쓰고 노력해도 어긋나기에 포기했다며 '나몰라라' 하는 경우, 사람과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제로다. 부모가 바르고 올곧다고 하여 자녀도 반드시 결이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잘못된 일을 누군가는 바로 잡고 저지른 자가 책임지지 않을 때, 그의 부모가 나서서 바로 잡으려는 그 책임이 사회를 지탱하게 만든다. 피해자를 더 멍들게 만들지 않고 누군가는 용서를 배우고, 누군가는 더 큰 잘못을 저지를만한 길로 빠져들지 않게 된다.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 "아, 솔직히 사람 싸다구 때리는 게 죕니까? 네?" 그 순간 나는 가슴속에서 삼선 슬리퍼를 꺼내어 파파팟 까치발로 바닥을 딛고 공중 부양해서 피고인석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슬로우 모션으로 슬리퍼를 든 손으로 위로 치켜올렸다가 그 난동남의 오른쪽 뺨에 쫙 날리고 "싸다구 때리는 게 죄가 아니라며"라고 말하며 착지한다. 이런 상상을 하며 나는 품위를 잃지 않은 자세와 표정으로 계속 서류를 훑었다. (96p)

진상. 사회 어디서나 진상은 존재한다. 총량의 법칙이 존재하듯 진상은 진상짓을 통해 의욕을 꺾고 좌절시키며 내적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진상은 마주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야 한다.


■ 변호인이 그 사람이 잘못되는 일 없도록 내 가족의 일처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그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것이다. 기록에 나타난 그의 지난 삶과 현재 그에게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성품과 태도 그리고 마음가짐이다. (108p)

■ 나는 그가 오기 전에 선의로 무장하고 그의 편에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그가 내 방에 들어오는 순간에 생긴 게 아니라 그의 생 내내 만들어지고 쌓인 것일테다. (111-112p)

선한 이들의 공조와 유대가 우리 사회를 좀 더 밝게 이끌어 갈 것이라는 희망을 읽게 한다. 업으로 삼은 교육현장에서도 마음을 열고 열심을 다하는 것은 그런 희망을 읽어서이다.


■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세상 물정 모르고 무지한 것이 '고의'가 된다. 상식 역시 각자의 상식이 다르다. 법이 말하는 상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법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에서 맷 타이비는 "가난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온 세상이 법률적 지뢰가 묻힌 지뢰밭이다"라고 썼다. (135p)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공동체의 끊임없는 지원과 유대는 결국 우리 사회에 대한 정체성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신분제에 맞서 싸운 이유는 사람으로서 권리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차별하고 인간으로서 존엄을 존중받지 못해서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기회 박탈을 묵살한다면 우린 또다른 시민혁명을 맞이할지 모른다.

■ 아버지의 탄원서를 접지 않고 소중하게 품에 안고 돌아가는 피고인의 작은 등을 보면서 알 수 있던 것은 피고인에게 필요했던 건 돈이 아니라 어른이라는 사실이었다. (164p)

기관의 보호 속에서 성장하여 어른이 덜 된 채로 사회로 나온 어린어른. 버림 받은 줄 알았지만 사실 양육할 수 없던 아버지의 고백 같은 탄원서를 품에 품은 피고인 사연은 우리가 만들어 갈 사회안전망의 방향을 제시한다.


■ 심장과 혈관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심지어 아주 깨끗했다. 혈압도 정상이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가슴 아픈 일이 자꾸 생기면 진짜 가슴이 아프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171p)

피고인의 악행에 힘들고, 악의 없이도 범법 행위를 하게 된 피고인으로 인하여 마음이 아프면서 변호인은 진짜 병을 얻게 된 것이다. 사선변호인으로서 일 할 때 만나지 못했던 이들을 국선변호인으로서 만나게 된 피고인을 통해 사회의 넓고 깊은 관계를 더욱 바라보았다는 고백. 발 딛고 있는 이 사회를 우리 모두는 아직 다 모르는 것일 거다. 정책을 제안하고 제도를 만드는 이들이 사회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 그러나 가엾고 불쌍한 삶에는 진입 장벽이 없다. (183p)

평범하고 보통의 삶을 사는 대부분 사람들에게도 언제든지 피고인과 같은 불행을 마주할 수 있다.

■ 나는 늘 내가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법적 지식과 시간, 마음, 때로는 애정까지 나만이 피고인들에게 항상 무엇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때때로 나도 그들에게 이런저런 마음과 위안, 용기와 힘 등 무형의 선물을 받는다. 종종 예상치 못하게 받는 이런 선물은 또다시 내 속을 주는 마음으로 가득 채운다. (236p)

#국선변호인 이야기는 감사의 마음을 갖게 했다. 일로서 마주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할 수 있으며 직접 겪지 못한 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스스로 성장할 기회이기도 하며 사회에 대한 이해를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범법자 피고인이 아닌 그 삶이 어렵고 힘들었기에 이해하고 위로하는 자로 거듭나게 되고, 돕는 손을 더하는 존재로서 오히려 성장하게 된다.

​◆ 물방울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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