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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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란운 가득한 하늘,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 하는 교복입은 학생, 대도시 도쿄와는 다른 시골 풍경, 말랑말랑한 감정선이 그려지는 이야기 전개. #너의이름은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전형적인 일본 감성이다. #스즈메의문단속 소설도 비슷한 분위기를 그리면서 상처와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고, 지진과 같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재해 속 안타까움을 어루만지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일본 사회에서 #동일본대지진 피해는 하나의 기점이었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사건을 마주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회 구성원이 각기 다른 형태로 자신의 경험으로 흡수한다. 스즈메는 어릴적 지진에 의한 쓰나미로 엄마를 잃는다. 엄마를 찾다가 죽음의 경계를 넘어섰다가 돌아왔다. 죽을 뻔한 것이 아닌 실제 저세상의 모습을 보고 이곳에 온 것이다.

◆ 경계에 대한 이야기

#스즈메의문단속 에서는 경계(라틴어로 림보)를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문 안과 밖, 과거와 현재의 경계. 문 안은 죽은 자의 세상, 저세상이다. 문 밖은 살아있는 자의 이세상이다. 문 안에서 밖으로 부정한 것, 이야기 속에는 지진의 원인에 해당하는 미미즈(일본어로 지렁이)가 바깥 세상에 나와 사람의 죽음에 이르게 한다. 경계에 해당하는 문은 폐허에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 그곳은 사람들의 울고 웃는 삶이 있었다. 하지만 한 순간에 죽음이 자리하면서 버려졌고, 사람들은 잊었고 일상을 살아가며 그 기억을 지운다. 문지기 사명을 가진 사토와 스즈메의 만남은 경계에 대한 화해로 이야기를 이끈다. 문지기가 미미즈를 문 안에 밀어넣고 열쇠로 문을 잠그는 행위에 그 의미가 담겨져 있다. 폐허 이전에 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곳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생을 좀 더 이어달라고 어떤 존재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열쇠로 잠그며 봉인한다.


◆ 치유에 대한 이야기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 재해, 인재 등은 남은 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것을 앗아간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삶의 목적과 방향을 틀어버린다. 뒤틀린 삶은 바로 서기 위한 고통을 낳는다. 스즈메 역시 과거의 상처를 인지하지 못한 채 12년을 지나왔지만 어린 스즈메는 아직 성장하지 못했다. 이는 매번 똑같은 꿈, 미묘한 꿈을 꾸는 것으로 대신한다. 낡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두운 밤하늘 속 별이 보이고, 발 밑 초원을 밟고 가면 누군가 있다. 어릴 적 상실의 경험에 대한 상처를 직면하지 못하고 지나온 것을 꿈의 형태로 끊임없이 만나는 것이다.



우연히 만난 사토를 통해 문 안팎의 세상을 알게 되고 함께 미미즈를 쫓는다. 그러면서 스즈메는 사람들을 지켜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상처는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고 고통의 경험을 공유하며 상처를 서로 보듬아야 가능하다. 고통에 대한 사회적 연대를 이야기한다. 스즈메와 사토의 여정 속에 만나는 인물은 고통의 원인을 묻고 들춰내기 전에 상처를 보듬아 안아준다. 위로와 응원을 보내며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닿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스즈메의문단속 판타지는 현실에서 우리가 이루지 못한 과거의 상실에 대한 화해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상처의 치유를 메시지로 전달한다.



내가 38살 때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다.

내가 직접 피해자가 된 건 아니었으나 그 일은

내 40대를 관통하는 일상을 지배하는 선율이 되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소설을 쓰고 아이를 키우는 내내

그때 느낀 생각이 머리에 있었다.

왜. 어째서. 왜 그 사람이. 왜 내가 아니라. 이대로 끝인가.

이대로 도망칠 수 있을까. 계속 모르는 척하고 살 수 있나.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그런 생각을 한없이 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이

어느새 거의 같은 작업이 되어 있었다.

그 후로도 세상이 뒤집힌 듯한 경험을 여러 번 목격했으나

내 저변에 흐르는 선율은

2011년에 고착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작가 후기 - 신카이 마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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