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들 - 좋은 날엔 좋아서, 외로운 날엔 외로워서 먹던 밥 들시리즈 6
김수경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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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들 / 김수경 / 꿈꾸는인생]

책 표지에 적힌 '좋은 날엔 좋아서, 외로운 날엔 외로워서 먹던 밥'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서 읽었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책 크기와 두께도 마음에 들었다. 금방 읽을 것 같았다.

그러나 웬걸?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추억 속 나의 끼니를 곱씹느라 책 읽는 속도가 안 났다. 끼니와 관련해서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니! (물론 그렇기에 책을 낼 수 있었겠지만.) 아무튼 저자 덕분에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 이빨이 부실해서 카스테라만 먹던 할머니 생각도 나고, 늦은 퇴근을 하는 아빠와 엄마의 이불 속 밥그릇을 떠올렸다. 그렇게 먼지 쌓인 소중한 밥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뿐이 아니다. 끼니 관련해서 뽐뿌 온 것도 얼마나 많은지...

가령 사소하게 축하하고 싶은 즐거운 날에 먹을 음식을 정하고 싶어졌고, 아직 뱃속에 있지만 이 아이가 쑥 크면 내 마음대로 핫도그를 만들어 한 끼를 같이 만들어 먹을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라면에는 수프 먼저, 밥 말아먹을 거면 찬밥이 더 맛이 좋다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꿀팁을 얻기도 했고, 캠핑에서 파스타를 해먹을 거면 면을 미리 집에서 삶아서 올리브오일에 살짝 버무려 지퍼백에 넣어가는 팁도 얻었다. 모카포트를 사고 싶어서 네이버 쇼핑 페이지를 들쑤시기도.

작가는 집밥이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는 최고의 위로라고 했는데 그 문장에 공감하지만 허기를 달래준 끼니들을 읽는 것도 꽤 마음의 허기를 달래줬다. 효과가 놀랍다.

굳이 말하지 않고 지나는 어떤 마음들은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이렇게 문득 깨쳐지는 것이겠지. (p.21)

집밥은 평범해서 가장 특별한 하나의 장르다. (p.22)

다 큰 어른도 갑자기 넘어지거나 위험한 것을 피해야 할 때 어린아이처럼 "엄마!" 하고 외치고 만다. 가장 위급한 순간에 오래도록 나를 지켜 준 단 한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외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집밥이 그리워지는 순간도 비슷하지 않을까. 오래도록 나를 먹이고 키워 준 다정한 온기로 나를 지키고 보듬어 주고 싶은 것 같다. (p.25)

고구마를 포일에 감싸 불속에 던져 놓고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최근 느껴 본 것 중 가장 설레는 것이었다. (p.76)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배가 고팠다. 공부나 일로, 때때로 사람에게 지쳐 그날 쓸 수 있는 만큼의 마음을 다 갉아먹은 탓이었다. (p.80)

들려주시는 음식의 이름들이 절로 모락모락 김을 내기 시작하면 전화기를 귀가 아니라 코에 대고 싶어진다. (p.84)

"오늘 저녁은 들기름을 듬뿍 넣고 지은 곤드레 밥에 깍독깍독 썰린 감자가 들어있는 강된장을 쓱쓱 비벼서 바삭바삭하게 두 번 구운 돌김에 싸 먹는 거래요." (p.84)

욕심도 부릴 공간이 있을 때나 다리를 뻗어 보는 것이다. (p.115)

그럴 수 있다면 그날로 돌아가 주방에 서 있는 엄마를 한번 안아드리고 싶다. (p.118)

돌아갈 수 없는 어떤 시간처럼 다시는 갈 수 없는 장소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p.127)

엄마가 말하는 '원래'는 어디까지 거슬러 가는 시간 속의 단어일까. (p.141)

밥을 먹는 모양에는 자기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제법 담겨 있다. (p.156)

관상학을 따로 배우지 않았어도 사람들은 누구나 경험으로 체득한 나름대로의 결괏값을 가지고 살게 되는데, 그걸 첫인상이나 첫 느낌이라는 말로 부르기도 한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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