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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월
평점 :


제목만 읽고 집어 든 책. 그러니깐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표지 상단에 적힌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같은 문장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오직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라는 제목만 보고 펼쳐들었던 책.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김태훈/ 푸른향기]
나이 마흔에는 세계 일주를 하겠노라며 다짐했지만 막상 마흔이 되니 그동안 성취한 것과 앞으로 얻을 것들을 내려놓고 세계 일주를 떠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고백에서 저자의 진심이 솔직하게 다가와 몰입 스위치가 탁 켜졌다.
그렇지만 책은 세계 일주 전반을 다루지는 않고 제목에서 콕 집은 남극과 대한민국으로의 귀한까지의 여정만 담고 있다. 책의 절반은 남극 여행을 위해 표를 끊고 준비하는 과정과 실제 남극 여행 후기가 담겨 있고, 나머지 반은 갑자기 세상을 뒤흔든 전염병 코로나로 인해 배에 고립되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남극 여행 후기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같이 병행해서 읽고 있던 다른 책 한 권과 이 책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재밌다며 중간 후기를 남겼었다. 평생 한 번도 관심 없던 남극에 관심이 퍽팔해서 버킷리스트에 올릴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뱃멀미를 심하게 해야 하고 추위와 물기에 옷도 4,5겹을 중무장해서 체험해야 하는 번거로움 가득하고 불편함 가득해 보이는 그곳이 안 가면 후회될 것 같은 여행지로 내 인생에 급 부상한 것이다. 거기에 새클턴 모험담과 파타고니아 유래까지. 저자는 남극과 관련돼서 자신의 여행 경험뿐만 아니라 관련된 이야기들도 술술 읽히게 써줬다.
그런데 나머지 반을 읽을 때는 책을 미간으로 읽었다고 할 만큼 미간을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읽었다. 어찌나 막막함과 고통, 긴박함 등이 생생하게 전해지던지.... 차분하게 써주셨지만 나의 미간은 전혀 펴지지 않았고 생각하지 못했던 눈물도 쏙 뺐다. 어우... ㅜ
코로나 초기 때 주변에서 항공편으로 고생하던걸 직접 목격했던 탓에 이입이 더 잘 된 것 같다. 한편으로는 요즘 정부의 정책으로 분노만 가득 찼던 마음이 누그러들기도 했다. 배에 탄 2명의 한국인을 위해 안부를 물어봐 주러 오던 유일한 대사관... 한국.... 저자와 저자의 배우자에게는 얼마나 위로가 되고 든든했을까?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게... 저자와 저자의 배우자는 알바트로스 호의 운영진(스태프)의 통제?를 잘 따른다. 나만의 안전보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인데.... 그것이 결국에는 저자와 배우자가 귀국하는 데에 큰 똥이 됐다. 결과론적이지만 그렇다. 그렇다 보니 저자도 언급했지만 '생명'이 걸린 문제에서 과연 어디까지 통제를 따라야 하는 건지 고민해 보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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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 역시 티끌 속의 일들이다.
이겨내기 어려운 아픔과 극복할 수 없는 것 같은 마음의 상처도
거대한 공간과 끝없는 시간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점 위에서 벌어지는
찰나의 일들이다. (p.96)
★중남미를 여행한 지 반년이 넘었을 때 누군가 그랬다. "왜 이곳 사람들은 마치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즐기며 사는지 알아? 왜냐하면 정치도, 경제도, 치안도 모든 게 불안해서야.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암울하고 희망이 없어서라고. 그래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지금 당장,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거지. 그래서 지금을 즐기는 게 버릇이 된 거라고." (p.178)
★이렇게 된 상황에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모든 순간에 있어서 돈은 그 자체로써 언제나 문제였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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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의 한 장면과 함께 듣는 '리멤버 미'를 제일 좋아했는데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리멤버 미는 이 힘들었던 두 부부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 페르난도와 아리엘의 '리멤버 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