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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일하던 곳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애교 많은 밝은 오렌지 색깔의 암고양이였다. 나는 녀석을 처음 보자마자 반했다. 새 일터에서 적응하느라 바짝 얼어있던 나에게 녀석은 수시로 온기를 나누어주었다. 내 무릎 위로 펄쩍 올라오거나책상 위에 웅크리고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볼 때면 마치 이렇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나를 보라고, 긴장할 필요 없어.’ 고양이의 나른한 눈동자, 소름 끼치게 부드러운 털, 따끈따끈한 몸은 그 자체로 커다란 위로였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책 속의 주인공 사라는 마흔을 앞둔 미혼 직장인이다.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제 몫을 다하며 열심히 달려온 그녀에게 악재가 겹치기 시작한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극심한 현기증, 오랫동안 동거했던 남자친구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 경제 위기에 우울증 진단까지 그야말로 총제적 난국을 맞이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진 사라에게, 어느 날 말하는 고양이 시빌이 찾아온다.
힘겨운 나날 속에 불쑥 나타난 길 고양이 시빌. 사라는 시빌과 함께살면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간다. 시빌은 사라에게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행복해지는 법을 알려준다. 채식을 하면서 사물을 새롭게 보는 법, 요가와 명상을 통해 내면 깊숙한 곳의 평화를 발견하는 법 등등 지혜로운 고양이 시빌의 조언은 사라를 괴롭히는 생각들을 조금씩 바꿔놓는다. 사라를 궁극적으로 바꿔놓은 것은 시빌이 사라에게 무조건적으로 보여주는 호의, 도움, 보상을 바라지 않는 애정이었다. 스스로를 그다지 사랑하지도, 귀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사라는 고양이 시빌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알게 된다.
고양이는 햇볕과 약간의 먹을 것과 마음에 드는 잠자리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동물이다. 행복의 단순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동물이다. 사람들이 성공을 쫓느라 정작 놓치고 사는 중요한 것들을 고양이들은 누리며 산다. 고양이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단순한 삶의 스타일이 아닐까. 지혜로운 고양이 시빌이 우리에게 말하려는 바는 간단하면서 명쾌하다.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가치를 믿을 것.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것. 삶이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쳤을 때, 정말로 괴로운 것은 환경과 조건이라기 보다는 나의 견딜 수 없는 마음일 것이다. 피폐해진 마음이 다시 건강을 되찾고 작은 일에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 시빌의 조언에 언제든지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었다면, 이책을 주저 없이 추천한다. 고양이가 말하는 행복이 우리 자신에게도 언제든지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놀라게 될 것이다. 유쾌하면서 진지한 고양이 시빌과의 만남이 일상에 작은 파란을 일으키게 되길. 내게도 시빌 같은 지혜로운 고양이가 ‘진짜로’ ‘다짜고짜’ 찾아와 행복한 동거를 요구하기를 기대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