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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다섯 편의 단편 중 왜 네번째에 실린 공주님이 책 이름이 됐는지 알겠다. 사랑과 죽음을 다룬 다섯 편의 단편 중 공주님이 사랑과 죽음에 대한 희극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직업여성도 아니고 매춘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세상을 상대로 기명을 가진 여자와 그런 그녀를 숭배하는 남자가 나오는 소설이다. 그들이 아슬아슬 사랑에 다가가는 모습이 신중하게 그려진다.
사실 이 책은 정말이지 읽고 싶지가 않았다. 야마다 에이미는 좋아하지만 도저히 이 책은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바로 책 표지 때문에. 나는 도저히, 차마, 이런 표지의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을 자신이 없었다. 요즘 일본소설들은 대부분 이런 그림의 표지인듯 싶긴 하지만 그래도 이 표지만은, 이것만은 싫다고 생각했다. 어쩐지 부끄럽다. 표지그림이 너무 간질간질하지 않은가.
그래도 마땅히 읽을 책이 없을 때는 가벼운 일본소설을 애용하는 편이고, 그 중에서도 야마다 에이미라면 크게 실망할 일이 없다는 걸 알기에 구매했다. (집에서만 읽었지만.) 역시 야마다씨. 굉장한 만족감은 없어도 평균은 해준다. 개성적이던 (어쩌면 폭력적이나 과격하던) 문체가 점점 유약해지는 감은 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웬만한 책보단 낫지 싶다. 돈과 시간을 축내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최소한 야마다씨의 책은 그럴 걱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