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들을 보면 대부분 아주 오래전의 사람이라 상상력이 가능한, 허구가 가능한 인물들이 많은데 이 소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소설 속 주인공인 파블로 네루다는 그리 오래 전 인물도 아닌데다 민중시인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니까. 이런 사람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다니, 작가인 스카르메타씨는 참 재밌는 사람이다. 물론, 그의 소설도 본인만큼이나 재미있지만.

"멍청이, 난 끝났어."

언제 어디에선가 이 대사를 인용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소설의 내용을 다 아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뭥미? 하면서도 언젠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스물스물 기억에서 빠져나가 바로 이 글을 읽기 직전까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지만.

술이란 건 처음에는 사람이 마시지만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된다고 한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늘 궁금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의 뜻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분명 처음엔 내 손으로 집어들어 읽기 시작한 책인데 나중에는 책이 나를 삼키려 든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읽는 게 아니라 내가 읽히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힘이 글자 속으로, 소설 속으로, 이미지 속으로 나를 끌어들였다. 두말할 나위없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흡입력. 아아, 내용도 대사들도 상황들도 정말 재미있다. 아니다, 재미있다는 말로는 부족할성 싶다. 재미를 넘어서서는 무언가가 있다. 그게 뭔지 알면 참 좋을텐데. 

정말로 추천하고픈 책이다.  '열광적으로 시작해서 침울한 나락으로 떨어지며 끝을 맺는' 이 책을 읽고나서도 네루다와 스카르메타의 팬이 되지 않는다면 내 손에 장을 묻히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