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질병 이야기 - 세계사 이면에 숨겨진 인간과 질병의 투쟁사
사카이 다츠오 지음, 김정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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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양의학의 역사서이다. 책의 제목은 질병에 관한 책이라고 되어 있지만, 내면은 세계사 특히 서양 역사 속에 나타나 있는 의학의 발달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사상의 중요한 사건은 기후의 변화, 화산 폭발,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와 전쟁, 같은 인간끼리의 충돌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질병으로 인하여 세계의 역사의 흐름이 바뀌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를 들자면 널리 알려진 것이 유럽의 흑사병으로 인하여 중세의 봉건시대의 몰락과 강력한 왕권 위주의 르네상스시대의 변화를 가져왔고, 대항해시대의 신대륙 발견과 정복 과정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간 유럽의 병원균들로 인해 현지 원주민 세력의 몰락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역사 속의 질병 이야기인 만큼 역사, 즉 기록이 중요하다. 고대의 수많은 전쟁의 기록들은 비교적 잘 남아있고, 종교와 관련된 기록도 많이 존재하지만 의학 기록은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는 질병이라는 것이 종교적인 재앙으로 여겨졌던 만큼, 신이 내리는 형벌이라는 생각이 많아서 저항하지 못한다고 여겼던 영향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서양 그리스, 로마시대의 몇몇 학자들이 의학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이들은 치료법을 기록하기보다는 질병의 현상을 기록하고, 추론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히포크라테스, 갈레노스 같은 사람들이 서양 의학의 조상님 정도로 해석될 것 같은데, 이들의 질병에 관한 기록들은 이슬람 문화권으로 넘어갔고, 다시 십자군 원정과 같은 문명 충돌로 인하여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과학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일정한 수준의 기록 자료들과 여러 문명, 문화 등의 활발한 교역이 가능한 지역/시점에서 발달하는데, 중세 시대의 이탈리아 남부 지역이 그러한 조건에 부합하였다고 한다. 특히 지금의 검역에 해당하는 절차가 이탈리아의 항구도시에서 행하여 졌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우며, 이는 지금까지도 격리의 기본적인 개념이 유지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1/3을 사망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중세 유럽의 봉건 제도가 붕괴되고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의 역사와 문명은 신이 아닌 인간에 의해서 직접 번성하기 시작하게 되고, 과학기술도 그 이전과는 다르게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동서양의 교류와 신대륙의 발견으로 인한 많은 정보와 지식, 경제적인 풍요로 인해, 그동안 미지와 금기의 영역이었던 인체 해부와 실험 등을 통하여 의학기술은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비약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17-18세기의 비약적으로 발달한 의학의 특히 '병=증상'이라는 개념에서 '병=장기의 문제'라는 바뀌며 또 한 번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해부를 통하여 장기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균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치료를 위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에서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로 인하여 19세기 후반에 발생한 콜레라는 위생 개혁 운동을 촉진시켜 상, 하수도의 분리, 기본적인 소독과 같은 현대적인 위생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다.

이 책은 질병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의학의 역사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도 담고 있는데, 질병이라는 적은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이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의 생명력과 창의력을 발달, 자극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질병 문제를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결국의 의학의 발달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강력한 질병이 존재하였기에 이를 해결하고자 의학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꾼 질병 이야기'는 역사와 의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의학적 지식이 없어도 책을 읽는 데는 지장이 없으며, 그보다는 역사적인 지식이 많이 필요하다. 역사 덕후들의 지식수준을 더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아쉽게도 동양의학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양의학은 한의학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 외 아시아권의 의학정보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잘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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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저자/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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