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에 깃든 숨은 의미들.
식물과 환경을 통제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인간의 질서와 분류와 기준 따위는 개의치 않는 씩씩한 식물들.
그리고 시민에 준하는 분류기준을 부여받은 식물들.
자연과학에 깃들어 있는 의인화와 인간중심주의적 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물 관련 책 가운데 한 권의 첫페이지에서 리처드 메이비Richard Mabey는 잡초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계획에, 혹은 우리가 세상을 그려놓은 단정한 지도들에 훼방을 놓는 식물." 이 표현에는 여러 가지의미가 담겨 있다. 두 구절에 모두 들어가 있는 "우리"라는표현에, 혹은 우리가 이런 식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는 "훼방을 놓는"이라는 표현에 주의를기울여보자. "세상을 그려놓은 단정한 지도들"은 언제나 내눈에 띄는 구절이었다. 우리는 지도 위에 경계를 긋지만, 식물 대부분은 그 경계를 기꺼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멧돼지풀은 근처 황폐한 땅에서 경계를 넘어 점점 더 사람들로 붐비는 보도 가장자리로 몰려들고 있었다. 몇몇 개체는 해크니 습지까지 건너갔는데, 그곳은 여름이면 지역 주 - P149

민들이 리강 강둑을 따라 발을 담그는 곳이었다. 씨앗들은바람과 강물에 의해 퍼졌고, 그러면서 방치되고 사용되지않는 부지로부터 최근에야 올림픽 유치로 인한 투자 붐 때문에 부동산 투자자들이 차지하기 시작한 영토로 나아간것이다. - P150

훗날 《잡초Weeds》의 서문에서 메이비는 또 하나의 틀을 제공한다. 잡초는 그저 "엉뚱한 곳에 있는 식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흔히 쓰이는 표현이면서,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가 ‘먼지‘에 대해 내린 간명한 정의‘ㅡ"제자리에서 벗어난 물질"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더글러스는1966년 《순수와 위험》에서 위생과 관련된 의식을 갖춘 - P151

사회는 -즉 무언가가 더럽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있는 사회는 -환경을 체계화하는 작업에참여하고 있는 거라고 주장했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 속에 통일성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작업이다. 더글러스는 인류학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다음,
‘원시‘와 ‘토착‘ 같은 민족지학적 용어들을 통해 유럽 사회의 규범과 다른 사회의 규범을 대조한다. 하지만 이내 분명해지는 건 ‘순수‘와 ‘위험‘이라는 개념이 우리의 모든 행동과 사회적 신념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 P152

•제자리를 벗어난 식물을 이해하기 위한 질서의 요구는19세기 들어 특히 강렬해졌다. 식물 수집은 그 세기에 정점에 이르렀고, 새로운 종의 도입으로 전 세계의 풍경이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1847년 식물학자 휴잇 코트럴 왓슨Hewett Cottrell Watson은 《영국의 키벨레 Cybele Britannica》를 출간했다. 이 식물지는 그가 식물 분류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범주를 명시한 책이다. 왓슨은 케임브리지의 식물학자 존 헨슬로의 연구에 기반해 영국의 식물을 자생종,
귀화증, 정착증, 외래종 혹은 미상층(식물의 상태가 알려져있지 않다는 뜻)으로 설명했다. 골상학, 즉 두개골 형태에따라 인간의 능력을 예측하는 인종차별적 유사과학의 실천자로도 알려진 왓슨은 과학을 하기로 마음먹기 전에는 법률을 배우는 견습생이었다. 그래서 그가 제안한 용어 가운 - P156

데 세 가지 - 자생종, 외래종, 그리고 이 둘의 중간 상태를뜻하는 귀화종-는 시민권법의 언어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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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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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최종 문장까지 읽으면 10장의 마지막 문장의 의미가 달라진다. 기술과 진보. 그리고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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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워크 - 2025 문화체육관광부 중소출판사 성장부문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방희진 지음 / 나루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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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큼이나 안온하고 맑은 이야기들. 사람을 향한 섬세한 시선들에서 위로를 얻었다. 극적 요소를 리얼리티 속에 둥글려 넣어 무던하고도 편안하게 만들 줄 아는 작가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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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휴식을 한 기분이다. 솔직히 표지가 너무 예뻐서 산 책인데, 내용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도 좋은데, 솔직히 요즘 그런 자극에 염증이 난 상태였다.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 책을 읽으면서까지 말초적 자극에 노출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나의 현재 밥벌이가 감정노동 수치가 극한 상태라 더 그런 것도 같다. 속고 속이고 화를 내고 타이르는 일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해야 하는 지금은 날카로워진 신경을 잠재울 안온한 위로가 필요했다. 지구상 어딘가에는 여전히, 아주 사소한 것들에 초점을 두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패치워크>가 내게 새삼 알려주었다. 이런 게 위로이지. 


문학상을 수상한 <이불>이나 <일곱 발짝>은 수상 자격에 의문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와 섬세함이 뛰어났다. 인물이 생생했고 사소한 일상의 오브제가 우리 삶의 한 단면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차분히 서술하고 있었다. <이불>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 새로 산 솜이불을 꺼내 막 덮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입고도 목화 솜 이불을 타서 새로 맞추는 것처럼 남은 날을 살아간다. <일곱 발짝>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였다. 비루하고 초라한 삶의 조건들이 만성 무좀처럼 하루의 끝에 달려 있더라도 사람은 내일을 또 살아간다. <일곱 발짝>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주인공과 하루를 이겨내기 위해 일상의 명언을 툭툭 던지는 어머니가 내 일처럼 느껴졌다. 내 속에는 그 두 명이 모두 존재하고 있다. 


단편집에 실린 글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글은 표제작인 <패치워크> 그리고 <디드로의 가운>이었다. <패치워크>에서 화려한 삶을 살지만 어딘지 비뚤어진 것 같은 인물, 그리고 스스로는 자신을 초라하게 느끼지만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인물의 대비가 정교하고 섬세해서 좋았다. 마치 바늘땀이 보이지 않는 조각보처럼 느껴졌다. 작가의 말에서 체호프를 언급했던데,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고전이 된 단편소설의 매끄러운 결이 방희진의 글에서 느껴졌다. 


<디드로의 가운>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좋았다. 내가 평소에 ‘디드로 효과’, ‘디드로 역설’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마케팅 앞에서 언제나 팔랑귀가 되는 나는 ‘디드로 효과’의 희생양이 되기에 딱 좋은 사람이다. 혹시나… 하고 책을 받자마자 <디드로의 가운>부터 읽었는데 역시나였고, 한편으로는 의외였다. 내가 아는 그 ‘디드로 효과’를 그런 식으로 사용할 줄 몰랐다. 이 책에 있는 단편들 중에 유일하게 읽으며 킥킥댔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주인공을 한심해 했다. 말하자면 유머가 있었다. 


연말연시이다. 만나기 싫은 사람도 억지로 만나야 하는 자리가 자주 생긴다. 노골적인 속물주의, 과시욕들을 상대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너무 피로해진다. 그런 날에는 힐링을 위해 <패치워크>를 다시 읽어야겠다. 방희진처럼 사람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이 여전히 이 지구상에는 존재하고 있다고 위로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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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 위픽
권김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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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178da6e9256d4c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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