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문학 선집 세트 - 전7권 한국 여성문학 선집
여성문학사연구모임 외 엮음 / 민음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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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 문학과 문학사의 기울어진 평형추를 움직일 선집이다. 쉽지 않았을 기획을 끝내 성공시킨 학자 그룹과 출판사에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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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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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주문한 책이 도착했을 때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최근에 에드워드 브룩-히칭의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을 읽었는데(정확히는 아직 읽고 있는데) 거기 등장할 법한 책이었다. 책이 너무 작아서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보는 책이 아닐까 했던 것이다. 그러나 활자 크기는 여느 책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한숨이 나왔다. 양장본 껍데기를 빼고 나면 대체 몇 마디나 들어있을까 싶었다. 일전에 크리스틴 델피 책을 받고 좌절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또 속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책의 페이지 정보도 제대로 보지 않고 주문했다는 자책에 빠졌다.

그런데 웬걸?
이거, 이거, ‘나의 작고 소중한 책‘ 목록에 올릴 만한다.

프랭크퍼트, 이분의 사고방식이 너무 내 취향이다. 유머감각도 내 취향이다. 전혀 웃기려는 의도가 없다는 듯 정색하고 쓰신 게 더 웃긴다. 아무렇지도 않게 bullshit을 연발하시는 것도 내 취향이다. 특히 ‘shit‘에 대해 침착하고도 정교한 분석을 하시는 부분이 백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었던 사람에게 물으니 ‘어렵다‘, ‘재미로 읽을 책은 아니다‘라고 하던데,
왜 이게 재미가 없어? 너무 재미있는데? 애들 아침상 차리기 전에 다 읽어 버렸고, 애들 학교 보내고 다시 읽었다. 너무 웃겨서.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아래 기사 때문이었다.
내가 직접 읽어 보고 AI가 하고 있는 것이 헛소리인지 개소리인지 판별하려 했다. 그러나 친절하게도 옮긴이가 이미 그 고민을 하셨더라. 옮긴이의 말에 그 부분이 있어 밑줄긋기로 옮겨둔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45165.html#cb

bullshit은 사전적으로는 헛소리, 허튼소리, 엉터리, 실없는 소리, 허튼 수작, 허풍, 과장, 바보같은 소리, 터무니없는 소리 등으로 번역된다.
2015년도 서울대학교 논술 지문에서는 이 책의 일부를 발췌해 실으면서 ‘빈말‘로 번역하였고, 철학 명저를 요약 소개한 책 《짧고 깊은 철학 50》 (흐름출판, 2014)에서는 ‘헛소리‘로 번역한바 있다. 역자도 처음에는 개소리라는 비속어보다는 헛소리 정도로 옮기는 게 좀 더 철학책의격에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헛소리라고했을 때는 난센스와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이 발 - P70

목을 잡았다. 또한 헛소리에는 무의미한 말이라는 뉘앙스가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bullshit은무의미한 말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었다. bullshit에는 화자의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게 저자의 논지이기 때문에 이를 무의미한 말로 옮기는 것은어딘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정적인 것은 이책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실렸을 때 도서명이 ‘On Bull__-___‘이라고 표기되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bullshit의 번역어는지면에 싣기에 부적절한 단어라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비속어 느낌이 들도록 ‘개소리‘로 번역하게 되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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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도 행복했으리라는 것을 안다. 조금다른 행복이었을 것이다. 조금 덜 고통스럽고 조금 덜 맹렬한행복. 사람은 너무 비싼 걸 사면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후기를남긴다는데 어쩌면 난 아이들을 키우는 데 너무 많은 걸투자했는지도 모른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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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즘
브라이언 딜런 지음, 김정아 옮김 / 카라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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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들.
글쓰는 이들의 정신을 깨부수고 흔들고 뒤집고 놀려먹는 이야기들.

p.128은 《팡세》인용부.
p.129는 오스카 와일드 인용.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들, 심지어 우리가 죽은 뒤에 태어날사람들에게까지 알려지고 싶어 할 정도로 주제넘다. 동시에우리는 우리 주변에 있는 다섯 사람, 여섯 사람의 호평에 기뻐하고 만족할 정도로 경박하다. - P128

 "사소한 사안에서 늘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다. 진심이 아니라. 중요한 사안에서늘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다. 진심이 아니라." - P129

내 경우, 잠언에서 나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정면을 피하는 접근 방식이다. 대부분의 잠언 작가들이 X는Y라고, X는 Z가 아니라고 단언하는 ‘be 동사‘에 중독돼있지만, 이러한 단언의 오만한 독재를 피하는 선택지는항상 있다. 이 선택에는 약간의 부조리가 따라오는데, 리히텐베르크의 잠언 중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바지 두 벌을 갖고 있다면 한 벌을 팔아서 이 책을 사라."가 그런 부류다. 잠언이 추상적 관념이나 구체적 사물을 정의하는 작은 기계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발상보다는 잠언이 욕망의 표현이라는 발상이더 마음에 든다. 그렇게 욕망을 표현한 잠언 중에는 시인돈 패터슨의 음울한 상상이 담긴 다음 문장처럼 잠언이라는 형식 그 자체에 관한 것도 있다. "한 문장만으로 독자를 죽도록 지겹게 만드는...." 아니면 패터슨이 부분적으로 인용하는 시오랑의 말을 다시 떠올려봐도 좋겠다.
"걸작을 쓰겠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취한 사람이나 죽어가는 사람의 귀에 속삭여줄 수 있는 말이면 된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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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 돌고래 사례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글라스 애덤스는 당시에 중국의 대책에 감명을 받은 모양이지만 훗날의 제보(돌고래 고기)와 최종결과(멸종선언)를 보면 그 대책들은 결코 훌륭한 것들 아니었다.
자본주의 속성을 이용해 환경 보호를 이루겠다는 발상은 많은 경우 망상으로 판명되었다. 돈은 그저 돈을 쫓을 뿐이다. 주민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고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알리지 않고 멸종을 막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돈을 냈으니 해결될 거라 믿게 만들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그들은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보다 뚜렷하게 이해했으면좋겠다. 다른 생명체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미명하에 그 생명체를 혐오스러운 서커스로 내모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옆에서 그저 짜릿한 오락을 위해 염소의 먼 후손을 도마뱀의 먼후손에게 먹이려고 한다면, 그게 옳지 않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말도 하지 못하는 겁쟁이 닭대가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 P100

저번에도 기가 막힌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 한 관광객이 가이드에게고릴라랑 사자가 만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봤대요. 거기는고릴라가 없는 르완다 쪽이었다죠. 그러자 ‘정말 멍청한 질문이군요. 사자가 사는 데랑 고릴라가 사는 데는 완전히 달라서 만날일이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했어야 할 가이드가 뭔가 그럴듯한대답을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나 봐요. ‘고릴라가 사자를때려눕혀서 나뭇잎과 가지로 덮은 다음 그 위에 올라가서 발을쾅쾅 굴러요.‘ 내가 이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그 관광객이 나중에 나를 찾아와서 그 이야기가 너무 놀라웠다고 말해줬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들이 자꾸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꾸며내서 정말 큰일이에요. 답을 모르거나 답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더라도 헛소리를 꾸며내는 것보다 차라리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게 낫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 P140

마크는 이 프로젝트가 이례적일 만큼 단기간에 실행됐는데필요한 기금을 어떻게 조성했느냐고 물었다.
"아주 신속하게 처리해야 했죠." 그들이 말했다.
돈은 다양한 곳에서 조달했다. 중앙정부에서 상당액을 지원했고 지방정부에서도 보탰다. 현지 주민과 기업들도 기부를 많이 했다. 그러고는 조금 주저하며 말을 이었다. 돌고래를 이용해서 홍보를 하고 있는데, 중국인은 이런 문제를 잘 모르지만서구인은 전문가 아니냐며 우리의 조언을 구했다.
그들은 가장 먼저 양쯔강돌고래를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하라고 현지 맥주회사를 설득했다.
"바이지 맥주 드셔 보셨나요? 맛이 좋기 때문에 중국 전역에 - P286

서 인기가 많답니다. 다른 사례들이 뒤를 이었죠. 위원회에서는...
여기서 어휘 선택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고, 그들은 통역관과잠시 토의한 끝에 적절한 표현을 찾아냈다. 그들은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회사에서 프로젝트에 기금을 내면 양쯔강돌고래를 상표를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그건 다시 양쯔강돌고래를 홍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바이지 맥주뿐 아니라 바이지 호텔, 바이지 운동화, 바이지 콜라, 바이지 전자저울, 바이지 화장지, 바이지 인산비료와 바이지 벤토나이트까지 나오고 있다.
나는 벤토나이트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그래서 그게 뭐냐고물었다. 벤토나이트는 치약과 철강 주물을 만드는 데 쓰는 광물질인데 돼지 사료에도 첨가한다고 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런 홍보 전략이 괜찮은 것 같으냐고 그들이 물었다.
우리는 그저 경탄스러울 뿐이라면서 그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들은 이 분야에 전문가인 서구인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자몹시 기뻐했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칭찬에 낮이 뜨거웠다. 서구에서는 이런 문제에 이토록 빠르게 대처하며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서 지역 공동체의 결단을 이끌어내는 걸 상상하기 힘들다. 그들은 퉁링이 최근에 첫 번째 관광자유도시로지정됐다면서 돌고래와 준자연보호구역이 관광객을 유치하는힘을 발휘해서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 P287

그게 일차 목표가 아니었던 건 분명했다.
그들은 자리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근 주민들이이익을 누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보다 원대한 목표가 있는데, 이 돌고래를 잘 보호해서 우리 세대에 멸종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돌고래를 보호하는 건 우리의 의무입니다. 현재 200마리밖에 생존해 있지 않은데, 우리가 보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멸종할지도 모르고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후손과 후대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우리는 중국에 온 후 처음으로 사기가 진작되어 그 방을 떠났다. 과장되고 어색한 자리였지만, 처음으로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온전하게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돌고래를 보호하는 걸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처음으로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그들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 P288

반면에 라디오 시리즈가 방송된 후에 중국에서 일한다는 어느 부부가 보내온 편지는 우리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더글러스와 마크에게양쯔강돌고래에 대한 프로그램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조금 죄책감이 들더군요! 우리는 얼마 전에 석 달 동안 난 - P345

징의 여러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곳 사람들과잘 지내며 음식도 잘 먹었어요. 우리가 떠날 때 그들은 대접한다면서 양쯔강돌고래를 한 마리 잡아 주었습니다. 안그랬으면 201마리가 있었을 텐데. 미안해요.
이만.
추신: 미안합니다. 돌고래가 두 마리였다네요. 남편이 자기가 그 자리의 주빈이었고, 돌고래 태아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이제야 해주는군요.
양쯔강에서 양쯔강돌고래를 지키는 일은 그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이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퉁링의 보존지역과 스서우에 새로 조성한 또 다른 준보호시설에서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생 상태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것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러는 중에도 소음과 오염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 P346

유일한 사육 상태인 양쯔강돌고래 치치, 치치는 1980년에 둥팅호에서 낚싯바늘에 걸려 깊은 상처를 입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이후 우한의 수중생물연구소로 이송되었고, 중국 전통의학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편집자 주: 사육 중이던 마지막 양쯔강돌고래 치치가 2002년에 숨지면서 사실상 양쯔강돌고래는 멸종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2006년에 양쯔강돌고래의 멸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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