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즘
브라이언 딜런 지음, 김정아 옮김 / 카라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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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들.
글쓰는 이들의 정신을 깨부수고 흔들고 뒤집고 놀려먹는 이야기들.

p.128은 《팡세》인용부.
p.129는 오스카 와일드 인용.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들, 심지어 우리가 죽은 뒤에 태어날사람들에게까지 알려지고 싶어 할 정도로 주제넘다. 동시에우리는 우리 주변에 있는 다섯 사람, 여섯 사람의 호평에 기뻐하고 만족할 정도로 경박하다. - P128

 "사소한 사안에서 늘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다. 진심이 아니라. 중요한 사안에서늘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다. 진심이 아니라." - P129

내 경우, 잠언에서 나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정면을 피하는 접근 방식이다. 대부분의 잠언 작가들이 X는Y라고, X는 Z가 아니라고 단언하는 ‘be 동사‘에 중독돼있지만, 이러한 단언의 오만한 독재를 피하는 선택지는항상 있다. 이 선택에는 약간의 부조리가 따라오는데, 리히텐베르크의 잠언 중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바지 두 벌을 갖고 있다면 한 벌을 팔아서 이 책을 사라."가 그런 부류다. 잠언이 추상적 관념이나 구체적 사물을 정의하는 작은 기계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발상보다는 잠언이 욕망의 표현이라는 발상이더 마음에 든다. 그렇게 욕망을 표현한 잠언 중에는 시인돈 패터슨의 음울한 상상이 담긴 다음 문장처럼 잠언이라는 형식 그 자체에 관한 것도 있다. "한 문장만으로 독자를 죽도록 지겹게 만드는...." 아니면 패터슨이 부분적으로 인용하는 시오랑의 말을 다시 떠올려봐도 좋겠다.
"걸작을 쓰겠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취한 사람이나 죽어가는 사람의 귀에 속삭여줄 수 있는 말이면 된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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