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쯔강 돌고래 사례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글라스 애덤스는 당시에 중국의 대책에 감명을 받은 모양이지만 훗날의 제보(돌고래 고기)와 최종결과(멸종선언)를 보면 그 대책들은 결코 훌륭한 것들 아니었다.
자본주의 속성을 이용해 환경 보호를 이루겠다는 발상은 많은 경우 망상으로 판명되었다. 돈은 그저 돈을 쫓을 뿐이다. 주민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고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알리지 않고 멸종을 막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돈을 냈으니 해결될 거라 믿게 만들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그들은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보다 뚜렷하게 이해했으면좋겠다. 다른 생명체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미명하에 그 생명체를 혐오스러운 서커스로 내모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옆에서 그저 짜릿한 오락을 위해 염소의 먼 후손을 도마뱀의 먼후손에게 먹이려고 한다면, 그게 옳지 않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말도 하지 못하는 겁쟁이 닭대가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 P100

저번에도 기가 막힌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 한 관광객이 가이드에게고릴라랑 사자가 만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봤대요. 거기는고릴라가 없는 르완다 쪽이었다죠. 그러자 ‘정말 멍청한 질문이군요. 사자가 사는 데랑 고릴라가 사는 데는 완전히 달라서 만날일이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했어야 할 가이드가 뭔가 그럴듯한대답을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나 봐요. ‘고릴라가 사자를때려눕혀서 나뭇잎과 가지로 덮은 다음 그 위에 올라가서 발을쾅쾅 굴러요.‘ 내가 이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그 관광객이 나중에 나를 찾아와서 그 이야기가 너무 놀라웠다고 말해줬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들이 자꾸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꾸며내서 정말 큰일이에요. 답을 모르거나 답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더라도 헛소리를 꾸며내는 것보다 차라리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게 낫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 P140

마크는 이 프로젝트가 이례적일 만큼 단기간에 실행됐는데필요한 기금을 어떻게 조성했느냐고 물었다.
"아주 신속하게 처리해야 했죠." 그들이 말했다.
돈은 다양한 곳에서 조달했다. 중앙정부에서 상당액을 지원했고 지방정부에서도 보탰다. 현지 주민과 기업들도 기부를 많이 했다. 그러고는 조금 주저하며 말을 이었다. 돌고래를 이용해서 홍보를 하고 있는데, 중국인은 이런 문제를 잘 모르지만서구인은 전문가 아니냐며 우리의 조언을 구했다.
그들은 가장 먼저 양쯔강돌고래를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하라고 현지 맥주회사를 설득했다.
"바이지 맥주 드셔 보셨나요? 맛이 좋기 때문에 중국 전역에 - P286

서 인기가 많답니다. 다른 사례들이 뒤를 이었죠. 위원회에서는...
여기서 어휘 선택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고, 그들은 통역관과잠시 토의한 끝에 적절한 표현을 찾아냈다. 그들은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회사에서 프로젝트에 기금을 내면 양쯔강돌고래를 상표를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그건 다시 양쯔강돌고래를 홍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바이지 맥주뿐 아니라 바이지 호텔, 바이지 운동화, 바이지 콜라, 바이지 전자저울, 바이지 화장지, 바이지 인산비료와 바이지 벤토나이트까지 나오고 있다.
나는 벤토나이트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그래서 그게 뭐냐고물었다. 벤토나이트는 치약과 철강 주물을 만드는 데 쓰는 광물질인데 돼지 사료에도 첨가한다고 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런 홍보 전략이 괜찮은 것 같으냐고 그들이 물었다.
우리는 그저 경탄스러울 뿐이라면서 그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들은 이 분야에 전문가인 서구인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자몹시 기뻐했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칭찬에 낮이 뜨거웠다. 서구에서는 이런 문제에 이토록 빠르게 대처하며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서 지역 공동체의 결단을 이끌어내는 걸 상상하기 힘들다. 그들은 퉁링이 최근에 첫 번째 관광자유도시로지정됐다면서 돌고래와 준자연보호구역이 관광객을 유치하는힘을 발휘해서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 P287

그게 일차 목표가 아니었던 건 분명했다.
그들은 자리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근 주민들이이익을 누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보다 원대한 목표가 있는데, 이 돌고래를 잘 보호해서 우리 세대에 멸종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돌고래를 보호하는 건 우리의 의무입니다. 현재 200마리밖에 생존해 있지 않은데, 우리가 보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멸종할지도 모르고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후손과 후대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우리는 중국에 온 후 처음으로 사기가 진작되어 그 방을 떠났다. 과장되고 어색한 자리였지만, 처음으로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온전하게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돌고래를 보호하는 걸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처음으로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그들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 P288

반면에 라디오 시리즈가 방송된 후에 중국에서 일한다는 어느 부부가 보내온 편지는 우리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더글러스와 마크에게양쯔강돌고래에 대한 프로그램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조금 죄책감이 들더군요! 우리는 얼마 전에 석 달 동안 난 - P345

징의 여러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곳 사람들과잘 지내며 음식도 잘 먹었어요. 우리가 떠날 때 그들은 대접한다면서 양쯔강돌고래를 한 마리 잡아 주었습니다. 안그랬으면 201마리가 있었을 텐데. 미안해요.
이만.
추신: 미안합니다. 돌고래가 두 마리였다네요. 남편이 자기가 그 자리의 주빈이었고, 돌고래 태아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이제야 해주는군요.
양쯔강에서 양쯔강돌고래를 지키는 일은 그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이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퉁링의 보존지역과 스서우에 새로 조성한 또 다른 준보호시설에서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생 상태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것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러는 중에도 소음과 오염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 P346

유일한 사육 상태인 양쯔강돌고래 치치, 치치는 1980년에 둥팅호에서 낚싯바늘에 걸려 깊은 상처를 입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이후 우한의 수중생물연구소로 이송되었고, 중국 전통의학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편집자 주: 사육 중이던 마지막 양쯔강돌고래 치치가 2002년에 숨지면서 사실상 양쯔강돌고래는 멸종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2006년에 양쯔강돌고래의 멸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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