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의 피크닉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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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요 인물 중 하나가 보니것을 언급한다.
‘진정한 sf‘(배명훈식 표현이다)를 찾는 사람들은 안 그런 모양이지만,
나는 이런 sf가 좋다. 커트 보니것의 이야기처럼 중첩해서 보이는 인생의 이야기들이 있다.
보니것을 언급해주니 더 좋네.

"좋아요, 말해 드리지. 다만 리처드, 당신의 질문이 외계인학이라는 유사과학에 속한다는 사실을 우선 말해 둬야겠습니다. 외계인학이란 공상과학과 형식적 논리를 부자연스레 섞어 놓은 거라 할 수 있지요. 외계의 이성에 인간의심리를 갖다 붙이는 잘못된 접근 방식이 그 연구법의 근본에 있으니."
"그게 왜 잘못된 거죠?"
"언젠가 생물학자들이 인간 심리를 동물에게 대입하려했을 때 이미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동물이었는데도."
"잠시만요.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잖아요. 우리는 이성을지닌 생명체의 심리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성이란 게 도대체 뭔지 알았더라면 아주 좋았겠지요." - P227

"나는 모르겠소." 밸런타인이 즐거워하며 대답했다. "내가 그것에 관해 읽었던 글은 모두 자가당착에 빠졌습니다.
그들이 우리와 접촉할 수 있다면 그건 그들이 이성적이란의미다. 혹은 뒤집어서, 그들이 이성적이라면 우리와 접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심리를 지닐 영광을누리는 외계 생명체면 이성적이라는 겁니다. 뭐 그런 거지.
리처드, 보니것 읽어 봤습니까?"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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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4-08-22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트 보니것 소설이 언급되네요.

자도 2024-08-23 10:31   좋아요 0 | URL
취향이 비슷한 소설끼리는 자기들끼리도 끌리고... 뭐 그런 거죠. ㅎㅎㅎ
 
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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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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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론을 무시하는 세상사는 얼마나 많은가?
생각보다 뻔뻔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 문구가 작가들에게 경고로 쓰였으면 좋겠네. 물론 반성을 모르는, 자아도취증 작가들은 다른 작가의 에세이를 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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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모든 예술가가 읽어야 한다.
자본이 야성을 어떻게 길들이는지 똑바로 알기 위해서.
노벨상 타려고 문학하는 작가는 얼간이다. 얼이 갔다. 자본 쪽으로. 한때는 안 그랬더라도 이제는 그렇다. 돈이 있으면 그 뒤에 뭐가 있나 똑똑히 봐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길들여지기를 원하는 예술가들. 활동가들. 한때 결기에 찼던 이상주의자들.
스스로가 비참해서 자결하는 예술가들이 나타나지 않기를.

아룬다티 로이 만세. 진다바드!




마개주의자들과 뚜껑주의자들로서, 우리의 요구사항은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업 교차소유를 금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기제조사들이 텔레비전 방송국을 소유해서는 안 되고, 채굴기업들이 신문사를 운영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들이 대학에 기금을 대서도 안 되고, 제약회사들이 공공보건기금을멋대로 주물럭거려서도 안 됩니다.
둘째, 천연자원과 물, 전력, 건강, 그리고 교육 같은 필수적 사회기반시설은 민영화될 수 없습니다.
셋째, 모든 사람이 주거, 교육, 그리고 보건의 권리를 누 - P149

려야 합니다.
넷째, 부자의 자녀들이 부모의 부를 물려받아서는 안됩니다.
이 투쟁은 우리의 상상력을 다시금 흔들어 깨웠습니다.
자본주의는 어느새 정의라는 개념을 그저 ‘인권‘이라는 뜻으로 주저앉혔고, 평등을 꿈꾸는 것을 불경한 행위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싸움의 목적은 체제를 수선해보겠다고 찔끔찔끔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갈아엎는 것입니다.
마개주의자이자 뚜껑주의자로서, 저는 여러분의 투쟁에경의를 표합니다.
살람, 그리고 진다바드!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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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4-08-19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궁금해지네요. 글 감사합니다^^

자도 2024-08-19 21:48   좋아요 0 | URL
제가 좀 과격하게 썼는데, 아룬다티 책은 좋은 글입니다. ^^ 과격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ㅎㅎㅎ
 

패션이 되어버린 ‘표현의 자유‘ 슬로건이 여기도 있네.

표현의 자유가 인세의 수호자가 된 지 오래되었지.

아룬다티 로이는 적어도 솔직하기는 하다.

나도 돌 던질 입장이 아니군.



타타 철강과 리오틴토(각자 추악한 실적을 가지고있는)는 자이푸르 문학축제(영미권 명칭: 다르샨 싱 건설사주최 자이푸르 문학축제)의 주요 후원사들이다. 그것은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문학쇼"로 광고된다. 타타의 "전략 브랜드 매니저인 카운슬리지는 그 축제에 취재진들을 위한 천막을 협찬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가장 영리한 여러 작가들이 사랑, 문학, 정치학, 그리고 수피교도들의 시를 논하기 위해 자이푸르에 모였다. - P35

일부는 발언의 자유를 지지한다며 살만 루슈디의 금서 ‘악마의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모든 텔레비전 화면과 신문에실린 사진에는 상냥하고 자애로운 주최 측인 타타 철강의 로고(그리고 그 표어인 ‘강철보다 더 강력한 가치‘)가 후광처럼 등장했다. 축제의 주최 측은 무슬림 살인마 폭도들이 자유발언의 적이라며, 그들은 심지어 거기 모인 초등학생들조차 해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상대가 무슬림일경우 인도 정부와 경찰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이미 목격한 바 있다.) 강경하기로 이름난 다룰울룸 데오반드 이슬람 신학대학이 루슈디를 그 축제에 초청하는 데 항의한 것은 사실이다. 일부 이슬람 교인들이 항의를 위해 축제 장소에 모인 것도 분명히 사실이고, 주정부가 그곳을 경비하는 데 아무런 노력도 들이지 않은 것 역시 어이없지만사실이다. 그 쇼 전체가 이슬람 근본주의 못지않게 민주주의 표밭, 그리고 우타르프라데시 주 선거와도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에 맞서 자유발언을옹호한 그 투쟁은 전 세계 각지의 신문에 실렸다. 이는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그 축 - P36

제의 후원사들이 한 역할,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들, 발 디딜틈 없는 감옥들을 다룬 기사는 거의 없었다. 반정부적인 생각을 품는 것조차 재판심리 가능한 범죄행위로 만드는 불법행위예방법과 차티스가르 특별 대중보안법에 관한 기사는찾아볼 수도 없었다. 지역주민들의 진정을 처리하기 위한타타 철강의 의무공청회가 실제 그 소재지인 로핸디구다로부터 수백 마일 떨어진 자그달푸르의 지방행정관청 구내에서, 용역 방청객 50명과 무장경비대의 감시 속에서 열렸다는 사실 역시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유발언이란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아무도 칼린가나가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인도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주제들, 스리랑카 전쟁 중에 타밀인 집단학살에서 정부가 맡은 은밀한 역할이나 최근 발굴된 카슈미르의 이름 없는 무덤들을다루는 언론인들, 학자들, 그리고 영화제작자들이 비자 신청을 퇴짜맞거나 공항에서 곧장 추방당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30그렇지만 우리 죄인들 중 누가 처음으로 돌을 던질 것인가? 기업형 출판사들이 주는 인세로 먹고사는 나는 아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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