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이나 책소개 글에서는 이 책이 기후변화에 대해 다루면서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문학 분야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로 시작한다고 우려한다. 그 부분을 지나면 수월하게 읽을 것이고 재미도 있을 거라 암시하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그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재현의 윤리에 발목 잡히고 있는 소설들은 고시가 말하는 바로 저 지점에서 상업성과 밀당 중인 장르 소설과는 방향성이 다르다. 클리셰 같은 전형적 인물들은 집단성의 표식이기 때문이다. 소위 고급문학이라고 하는 엘리트 감수성이 어디에 기반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번역이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인데,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문장치고는 조금 이상한 부분들이 있다. 원문이 궁금해진다. 특히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용어는 상당히 뜨악했다. 열거된 장르들로 봐서는 sci-fi를 말하는 것 같기는 한데...다음에 바로 사변소설이 오거나 판타지가 언급되는 것으로 봐서...
아무튼 원문이 상당히 궁금하다.
마찬가지로 지구 온난화가 모든면에서 집단적 곤경이라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진 바로 그때, 인류는 스스로가 집단이라는 발상을 정치·경제·문학 영역 모두에서 추방한 주류 문화에 속박당한 처지임을 발견하게 된다. - P112
공상과학 소설, 사변 소설, 검과 마법 판타지(Sword and Sorcery Fantasy), 슬립스트림 소설(Slipstream Fiction: 공상과학 소설, 판타지, 일반 문학 등이 뒤섞인 새로운 형식의 장르 문학을 말한다. 슬립스트림은 본래 고속으로 운동하는 물체 뒤에서 기류가 흐트러지는 현상을일컫는다-옮긴이), 이 모든 것은 ‘경이로운 이야기(wonder tale)‘라는 동일한우산 아래 놓여 있다. "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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