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랑 자봤냐고?"
나는 버디 쪽의 뺨 위로 리듬감 있게 머리를 빗질했다. 뺨에 전기가 이는 뜨거운 느낌이 들자 "그만둬, 하지 마. 말하지마. 아무 말도 하지 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런데 안 그랬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
마침내 버디가 말했다.
"응, 자본 적 있어."
쓰러질 뻔했다. 키스하면서 내가 데이트 경험이 많은가 보다고 말했던 밤 이후, 버디는 나로 하여금 섹시하고 경험이많은 사람처럼 느끼게 했다. 포옹과 키스와 애무 따위를 할때면 단지 나를 보자 와락 격정에 빠져서 그런다는 듯 굴었다. 어쩔 수 없는 듯, 어쩌다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는 듯 행동했다.
이제 버디가 늘 순진한 척했을 뿐임이 드러났다.
"그 얘기 좀 해봐. 상대가 누구였는데?"
천천히 빗질을 할 때마다 빗이 뺨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 P98

정작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버디가 나를 굉장히 섹시한 사람 취급하고 자기는 몹시 순진한 사람인 척했다는 점이었다.
앙큼한 웨이트리스랑 관계하면서 내 면전에서 비웃어주는 기분이었겠지.
그 주말 나는 버디에게 물었다.
"그 웨이트리스에 대해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셔?"
버디는 어머니와 무척 가까웠다. 어머니가 남녀 관계에 대해 한 말을 버디는 입에 달고 살았다. 나는 윌러드 부인이 남녀 모두의 순결에 무척 집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식사를 하러 집에 갔을 때 부인은 빈틈없는 묘한 눈길로 나를 훑어보았다. 처녀인지 아닌지 가늠하려 했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 P1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