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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태도 사이
유정임 지음 / 토네이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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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로 접어든 요즘,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가 상황에 적절한지, 상대방에게 어떤 매너와 톤으로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책을 통해 개선해 보고 싶다는 마음에 말하기와 관련된 최신간을 읽었는데 기대한 것보다 아쉬운 내용이었다. 한동안 말하기에 대한 책을 찾아보는 것을 멈추고 있었는데, 타이밍이 좋게 이 책을 발견했다.


작가는 늘 '말'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다. 방송 작가부터 시작해 영화감독, 라디오 DJ, 모임의 리더 등, 말의 장르도 다양하다. 삶의 가운데에서 작가가 말하고 들었던 말들, 그 무수히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책이라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어떤 미사여구도 태도가 빠지는 순간 빈말이 된다. 책 속에 소개된 10명의 사람은 자신들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일명 '언행일치'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가수 이문세는 청취자들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움직이는 말과 행동을 하고 방송인 타일러는 박학다식하지만 겸손하고 바른 말과 함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한다.


작가가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 또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들을 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에 있는, 내가 참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 모두 자신이 하는 말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태도를 점검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새삼, 말을 잘하려고 한다면 태도가 뒤따른다는 사실의 중요성을 느꼈다.


본 책은 경험에 기반한 에세이 겸 사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다정한 언어로 쉽고 깊이 있게 풀어썼다. 마침 한국 가는 길에 수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서평단을 신청한 것이었는데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나처럼 말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추천하고 싶다.


* 서평 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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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현대 철학 - 아들러, 라캉, 마사 누스바움… 26인의 사상가와 함께하는 첫 번째 현대 철학 수업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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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입문서나 대학 수업에서는 대부분 고대에서 근대(대략 19세기)까지의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다룬다. 이후 철학자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려면 해당 철학자만을 다룬 책들을 찾아 읽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아주 친절하게도 19~20세기에 활동했던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책이 나왔다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철학자'로 분류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시대에 큰 영향을 끼친 학자들도 많이 다룬다. 개인적으로 동학의 최제우가 목차에 있는 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 많이 접하는 '철학'은 아무래도 서양철학이다 보니 동양 철학은 최제우와 최한기에서 그친 게 다소 아쉬웠다.


현대철학에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대부분 철학자가 '개인' 혹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철학자들은 '개인'에서 시작하여 '사회'로 자신의 고민과 철학을 확장하거나 그 반대로 좁히는 등의 방식으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이 사람됨인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현대에 있어 '개인'과 '사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얼마나 서로 얽혀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두 차례나 있었던 '세계대전'이 서양 현대 철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도 알 수 있다. 현대 철학을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세계대전을 세밀하게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한 인물의 철학에 대해 소개하고 나면 한 구석에 그 인물이 설파하고자 했던 정신에 대해서 지금의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던지는 부분이 있다. 각 장이 아우르는 주제에 맞게 소제목도 조금씩 다른데, 철학자에 대한 '앎'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철학을 실천할 수 있게 해서 좋았다.


다만 개인적인 아쉬움은, 중간중간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예술 작품의 경우 어떤 작품인지 표기되어 있지 않으며 해당 철학자들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참고할만한 책 목록이 나와 있지 않은 점이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여러모로 잘 읽히고 생각할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는 책이었다.


* 서평 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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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시선 - 여성의 눈으로 파헤치는 그림 속 불편한 진실
이윤희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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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기가오리 출판사에서 출간한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를 읽었다. 해당 글을 읽기 전까지는 그 이유에 대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었으니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참고해야 할 자료들을 병행해서 읽지는 않았다 보니 이해하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았지만, 린다 노클린의 글을 읽으면서 납작했던 사고에 좀 더 구체적인 예시와 이유를 더 할 수 있었다.


불편한 시선을 읽고 싶었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미술과 관련해 좋은 글을 많이 내주는 아날로그에서 마침 관심 가지고 있던 주제에 대해 책을 낸다고 하니 안 읽어볼 수 없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불편한 시선은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하나는 화면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화면 안에서 보내는 시선이다.


전자는 오랜 시간 동안 예술을 향유하는 특권 계층이었던 남성이 여성의 이미지를 바라보는 불편한(혹은 불쾌한) 시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시선에 의해 만들어지고 굳혀져 온 이미지는 여성에 대한 억압이자 차별이며 혐오여왔다.


후자는 근대에 들어서며 그저 자신들의 이미지만을 소비하려 드는 관객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여성들의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시선이라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시선에 의해 소비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당당함으로 넘쳐난다.


이 책은 미술사와 여성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적인 부분을 다루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시선들에 대해 반문하는 책이다. 독자들에게 10개의 키워드를 기반으로 고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의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그려지고 형성된 여성의 이미지에 대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이 작품을 기존의 방식대로만 보아도 괜찮은가?”


나름 예술 관련 전공생이지만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는 동안 크게 생각해본 적 없던 것들이었다. 여태껏 미술사를 외우는 것에만 급급하고, 질문하지 않고 공부해온 것을 많이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페미니즘만을 떠나서 예술을 바라볼 때 “정말 이래도 괜찮은가?”라고 반문할 힘을 기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미술사에서 여성의 이미지를 연구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고 여전히 이름이 알려진 여성 예술가의 수는 많지 않다. 오랜 시간 속, 이미 타자화되어버린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데도 세상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불편한 시선에 관해 이야기하고 또 싸워나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행보가 커지고 넓어져서 앞으로 이런 불편한 시선을 깨닫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다양한 여성의 모습이 미술사에 남겨지면 좋겠다. 


* 서평을 위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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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 몸과 마음을 쭉 펴는 시간 딴딴 시리즈 4
이소 지음 / 인디고(글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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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태권도장을 다니던 때 나는 검도관을 다녔다. 시작한 계기는 아이 답게 단순했다. 학원에 등록하면 장난감을 준다고 들어서였다. 그때 무슨 장난감을 받았는지, 처음 들어간 도장에서 내가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도장에 등록하고 나서는 즐겁게 다녔다. 다같이 하는 묵상 시간을 내가 주도했던 일, 레크레이션 시간에 오자미를 하면서 보냈던 일, 어른들 수련 시간에 갔다가 대련 상대가 어른이었던 일 등등 여러모로 추억이 많다.


검도를 쓰신 이소 작가님은 20대 초반에 검도와 만나 20년간 반려해온 분이다. 내가 멈추지 않고 검도를 계속 했더라면 아마 이소 작가님과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가볍고 짧은 에세이지만 무언가 하나를 꾸준히 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운동 하나를 꾸준히 오래 해본 경험은 없지만 특정 장르를 20년 가까이 좋아해본 적은 있다. 아직도 좋아하고 있고. 작가님이 검도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던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오히려 그 장르가 생각났다. 그래서좋아하는 마음에도 힘이 든다 말이 마음에 닿았다.


운동뿐만 아니라 무언가 하나를 20년 가까이 좋아하게 되면 그건 이제 취미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하나의 취미를 오랫동안 해온 사람이라면 굳이 검도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실은 2020년에 한국 들어오고 나서 검도관을 다닐까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기억속에서 지워졌는데 책을 알았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검도를 시작해보고 싶어졌다. 갈피를 잡고 있으니 수련이 필요한 같다. 격리 기간 해제되는 대로, 검도관에 등록할 생각이다☺️


*딴딴단 4기에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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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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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유독 더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이 ‘뇌과학’이다. 인간의 몸 속에서 가장 미지의 영역이며 아직도 밝혀내야하는 게 많은 장기라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책도 그런 이유에서 읽기 시작했고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기존의 비문학 서적에 빠지지 않는 서문이나 머리말 하나 없이 시작하는 본 책은 총 10장 중 9장에 걸쳐 인지조절과 작업 수행(행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1장에서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서 이야기할 ‘인지’란 무엇이며 또 그것을 조절함으로 인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인지조절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통해 설명한다. 인지조절에 장애가 온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고 조절하기 어려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해야 하는 행동을 모르는 건 아니기에, 해야할 일을 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었다.


2장에서는 인류의 인지조절이라는 능력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에 대해 학자들이 발견해낸 자료를 기반으로 진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인간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장류나 원숭이, 혹은 동물들과 차별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3장에서는 운전 중 문자 메세지가 오거나 SNS 알림이 오면 그걸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한 작업을 진행 중일 때 다른 작업이 방해를 할 경우,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서 업데이트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4장에서는 우리가 어떤 태스크(작업)를 수행할 때 뇌에서 어떻게 위계 질서를 정리하고 수행해나가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의 뇌는 어떤 작업을 수행할 때 우선 전체 목표를 설정한 다음 그 목표의 하위에 속하는 자잘한 목표들을 수행해나가는 과정에 위계적 규칙을 세우며 그것을 적용해나간다고 말한다.


5장에서는 인간이 왜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종종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특정 분야에서만 슈퍼태스커일 가능성이 있으며 그 외의 분야에서는 멀티태스킹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지만 작가 유진 오닐이 했던 것처럼, 특정 태스크를 할때는 분위기나 환경을 바꾸어 간다면 충분히 한 번에 두가지 이상의 일을 수행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6장에서는 인간이 정지와 억제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정지도 억제의 한 요소일 수 있지만 모든 정지는 억제에 의한 것이 아니며 우리가 억제하려고 하는 모든 행동이 실제로 억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7장에서는 인지조절이 단순히 행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 뇌가 우리에게 더 이득이 생기는(비용이 발생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조절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8장에서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기억하고 그것을 출력해내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효과적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가 ‘중요’할 필요가 있으며 그 기억을 유지하고 인출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9장에서는 인지조절이 어떻게 발달하며 또 쇠퇴하는지를 생애주기를 기반으로 설명한다.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인지조절은 꾸준히 변화를 겪으며 노년기에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수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인지조절에 변화가 생긴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우리가 왜 인지조절에 대해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책에서 다룬 개인의 인지조절과 관련된 키워드들(안정성, 유연성, 억제, 조절 등등) 이 단순히 개인의 단위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단위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껏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들에 특별한 메커니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첫장부터 새로운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만 같았다. 무슨 행동이든 깊게 생각할 것 없이 반사적으로 당연하게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일련의 수행 과정에 대해서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렇게 세세하게 살펴보고 나니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공지능의 성능이 날로 좋아져가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따라잡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힘이 실린다. 인간이 무조건 최고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분명 특별한 생물이라는 점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다.


책에 소개된 용어들이나 표현들이 과학 분야를 자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흥미로운 주제였기 때문에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말한 것처럼, 인지조절의 메커니즘처럼 개인의 단위에서 시작해 사회적 단위에서 함께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서평 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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