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화가 없는 사람은 없다. 모두 잡화와 살아간다.
우리가 인지하지 않을 지라도 잡화는 늘 우리 주변에 있다.
그런 잡화를 둘러볼 수 있는 감각을 깨우치는 책.
잡화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일본이란 나라 속 잡화라는 심오한 세계를 현미경으로 세세히 훑는 책이다. 저자의 개인사마저도 잡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책에 실린 어떤 이야기든 복잡하고 비좁고 어두운 잡화점을 걸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아쉬운 건, 8090의 일본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공감할 여지가 많은 내용인 반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각주가 붙어도 상상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짧게라도 살아봤으니 이해가 어느정도 갔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쉽지 않은 책일 것 같다.
원서에는 아마 사진이 없었겠지만 번역서에는 사진을 좀 첨부하면 어땠을까. 그러면 좀 더 이해하기 쉽고 또 어떤 예쁜 장식품, 스크랩하기 좋은 잡화가 되었을지도. 물론 지금 표지만으로도 그런 느낌이 나지만 말이다. 그리고 가장 큰 아쉬움은 번역이다. 원문을 살리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읽기가 어려웠다. 차라리 이런 에세이는 의역을 좀 더 하면 어땠을까 싶다.
서평과 함께 첨부한 음악은 책 중에 언급되는 저자에게 큰 영향을 끼친 도예가 겸 뮤지션인 구도 도리씨가 한일 관계를 생각하며 썼다는 앨범이다.
한국어로 먼저 시작하고 도중에 일본어로 같은 가사를 반복한다. 약간 알아듣기 어렵다는 점이 마헬스러운 건가. 듣다보면, 이 책 속 저자의 톤과 닮은 것 같다. 교토에서 자라 도쿄의 한구석에서 고독하게 끈질기게 자리를 지켜온, 이제는 중년에 접어든 어느 잡화점의 주인을 말이다.
* 서평 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