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덮으면서 그들은 곁는질로 서로를 흘끔거렸다. 아빠가말했다. "해냈지, 응?"
리젤은 담요로 몸을 반쯤 감싼 채 손에 쥔 검은 책과 은색 글자를 살폈다. 리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안이 말랐고 이른 아침의 공복을 느꼈다. 완벽한 피로의 순간, 눈앞의 일만이 아니라 앞길을 막았던 밤까지 정복한 순간이었다.
아빠는 두 주먹을 쥔 채 눈을 질끈 감고 기지개를 켰다. 감히 비가 올 수 없는 아침이었다. 그들은 일어서서 부엌으로 갔다. 그들은창의 안개와 성에 너머로 분홍색 빛살들이 힘멜 거리 지붕에 쌓인눈을 비추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 색깔 좀 봐라." 아빠가 말했다. 그런 색깔을 알아볼 뿐 아니라입으로 말하기까지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기는 힘든 일이었다.
리젤은 여전히 책을 들고 있었다. 눈이 오렌지색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더 꼭 움켜쥐었다. 지붕 한곳에 작은 소년이 앉아 하늘을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저 아이 이름이 베르너예요." 리젤이 말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 말이 빠르게 튀어나왔다.
아빠가 말했다. "그래."
- P1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