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물학 - 내 몸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
이은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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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물학 - 내 몸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

나는 딸로 태어나 여자로 자라나고 엄마가 되었지만 아직도 내 몸에 대해 잘 모른다.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자세하게 알려주고 미리 준비하는 교육을 받았더라면 처음 겪었던 월경이, 임신과 출산과 육아가, 곧 다가 올 완경이 조금은 더 쉬웠을까?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엄마 생물학> 같은 책이 있으니 이제라도 알아가면 된다.

이 책은 꽤 폭 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월경과 난자, 체외수정과 난임, 임신과정과 출산부터 성평등과 모성, 육아와 관련된 가설과 오해들, 완경과 죽음까지 꼼꼼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급격한 변화에서 답을 찾기 힘들었던 문제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소 해소했다.

특히 나 역시 저자와 동일한 과배란 과정과 수정란 이식, 수정란 냉동을 경험해서인지 1부 ‘깃들다’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2023년 기준 7만5천여 명의 여성이 난임시술을 받을 정도로 체외수정이 보편화 된 지금이지만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사회적 인식이 컸다. 눈이 나빠 시력 교정술을 하는 이에게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라는 조건을 달지 않는데, 보조 생식술을 받는 것에는 윤리 문제를 거론했다. 또 ‘시험관 아기’라고 하면 비이커나 배양접시에서 태아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부정적인 사회인식과 가족들의 기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뭔가 문제가 있어 아이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우울증과 자존감 저하에 시달’(p53)리던 날들. 힘든 시간들을 겪은 저자가 솔직히 풀어놓은 이야기들 덕분에 당시의 나를 위로할 수 있었다.

이제는 완경기 평균 나이에 근접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 몸에 대해서는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더 많다. 5분 남짓한 진료 시간 사이에 친절하고 자세한 의사를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 궁금했던 것들을 직접 묻지 못하고 내가 찾아봐야 알게 된다는 것은 아직도 아쉬운 점이지만, <엄마 생물학>같은 책들이 나와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는 여성들은 물론이고 이를 하지 않았거나 하지 않을 여성들과 남성들에게(특히)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세상에 태어난 나와 나를 낳은 엄마를 이해하기에 이 책보다 더 좋은 시작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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