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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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팩 페이지를 봤을 때부터 읽고 싶었다. 신간이니 도서관에 있을 리 없고 아이 참고서 사면서 같이 구매했다.

과거 어느 때 세계 멀리 어느 곳에서 쓰여진 책의 문장들에 깊이 공감할 때 느끼는 전율을 오랜만에 또 느꼈다. 나도 이런 일기장들이 있다. 과거의 일기 노트들은 잘 싸매 집구석 어딘가에 숨겨져있고 현재의 일기들은 잠겨진 아이패드 안에 있다. 일기에 솔직해질 수록 공개되어서는 안된다는 강박도 커진다. 그래서 그런지 종이에 쓴 일기는 쓰면서 필터링을 한 번 하게 되고 다이어리가 아무데나 놓여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가슴이 철렁하곤 해서 이젠 펜으로 일기를 쓰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발레리아의 심정이 얼마나 이해가 됐겠어 ㅠㅠㅠㅠ

화자는 구세대의 사람이고 현실의 억압을 인지하면서도 다음 세대인 딸의 발전을 전적으로 응원하지 못한다. 그 모습에서도 내가 보여서 같이 답답했고 남 이야기 보듯 심드렁하게 읽지 못했다. 발레리아는 결국 더이상 일기를 쓰지 않기로 다짐하며 끝나버리는데 이것은 생존을 위해 자아를 자살시킨 것이나 다름없었고 때때로 부딪히는 나의 고민들과 결이 비슷했다. 여기서 더 진전하면 안될 것 같은, 돌이킬 수 없어질 것 같아서 멈추자 했던 적이 분명히 존재했으니까. 도리스레싱의 <19호실로 가다> 수전의 죽음과 발레리아의 절필은 닮아 있다.
(19호실과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아 따로 써보고 싶기도)

잠을 줄여가며 새벽에 쓴 일기를 나도 잠안자고 두시까지 다 읽었다. 역시 남의 사랑이야기는 재밌어!.....는 아니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너무 궁금해서. 며칠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 선택은 정말 그녀다운 선택이었지만 소설이니까 어느 정도의 희망과 판타지를 만나고 싶었나보다. 아쉬웠다.

시간을 쪼개 쓴 일기의 형식이라지만 한 편 한 편이 실제로는 작가가 오랜시간 구상한 소설의 틀에 맞게 잘 짜여져있다. (음.. 이거 소설맞...지?) 어쨋든 일기 쓸 때마다 원초적인 감정의 남발 혹은 의성어만 가득한 나의 일기 패턴에 대해 반성하며 쓰는 내가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동일한 감정을 느끼도록 써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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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누가 여기 제 마음을 그대로 써놓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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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의 전 징조를 경험하고 혈액이 배출되는 시기에 진입했다. 생리를 시작했다는 말은 적어도 내겐 틀린 말이다. 생리 전부터 미묘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을 겪고 끝나기까지 또 반복을 반복하는 사이클 안에서 결코 ’시작했다‘ 단순화할 수 없는 개념이다.

어제까지는 지저분한 걸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집안 곳곳을 청소했다가
지금은 난장판이 된 집 안에서 태연히 글을 쓰고 있다.
같은 육아 장면을 보고 몇 시간 전에는 조금 슬펐다면 지금은 너그러워지고 같이 웃음짓고 있다.

어제 글이 잘써지는 이유가 있었어 ㅋㅋㅋㅋㅋ

메모를 쓴지 5년은 더 된 것 같은데 그 때보다 더 깊이 구절에 공감한다.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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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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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주변부는 우리에게 늘 불가사의한 무력함을 안겨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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