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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철학자 - 자라난 잡초를 뽑으며 인생을 발견한 순간들
케이트 콜린스 지음, 이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정원의 철학자>
정원을 가꾸며 느낀 삶의 의미
헤르만 헤세의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블로그에 리뷰를 올렸을 정도로 나에게 의미 있는 책이다. 다시 그때의 기분을 살려 책장을 넘겨보았다. 표지마저 정원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이 책은 내게 특별하다. 헤르만 헤세와 단둘이 만나고 싶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내 앞길을 막는 나무, 무릎을 스치는 키다리 풀, 잡초가 무성한 길, 돌보지 않은 원형 화단, 나방, 귀뚜라미. 작은 관목의 잎사귀와 바람의 일렁임. 모두가 서로 관련을 맺었고, 나를 깨우고 추억하게 하고 흥분시키며 점점 더 마음 깊은 곳으로 안내해 무형의 세계로 데려갔다. 그 순간 혼돈과 창조 같은 신화의 단어들, 선사시대와 발전 같은 이성의 단어들이 기본적으로 따로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동시에 서로 겹쳐 있음을 이해했다. 원시 세계는 오늘보다 오래되지 않았고, 과거도 아니었다. 원세 세계와 오늘은 동시에 존재했다.
97쪽, 헤르만 헤세,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반니
그래서 내심 나는 <정원의 철학자> 또한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과 궤를 같이 하진 않을까 기대했다. 어서 배송이 되어 내 손에 들어오길 기대했다.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다. 한 마디로 진지하게 사유하는 철학자가 철학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정원의 철학자>의 저자 케이트 콜린스는 철학을 전공했다. 저자는 강의실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도시 생활을 정리한 후 농촌의 한 작은 마을로 들어가 정원을 가꾸며 산다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상상했다. 그 철학자 농부는 아침과 낮에는 정원을 가꾼다. 햇빛이 강한 낮이나 일과를 끝낸 저녁에는 책상에 앉아 낮에 있었던 일에서 인생에 적용할 철학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상상하며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이 책을 통틀어 제일 좋았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정원을 가꾸는 철학자다”라고 말한다. 씨앗은 성장하고 번성할 기회가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 한다. 저자가 정원에서 관찰하고 사유한 철학 중 나에게 의미 있었던 문장을 한 번 뽑아본다.
식물과 잡초가 많아서 무성한 화단은 새로운 씨앗과 키우려고 하는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잡초가 더 크기 전에 뽑아내야 작물이 잘 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작가는 “생각이 자랄 수 있게 해주는 영양분이나 지식 혹은 기초 요소들이 없는 척박한 상태는 정신을 또렷하게 할 수 없다. 부정적인 생각은 잡초와 같아서 그런 아이디어가 번창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제거해야 한다(14~15p)”고 말한다. 나에게 붙어있는 게으른 습관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 그리고 불안을 뽑아내면 부지런함, 긍정적 생각, 진취적인 생각이 자리할 것이다. 이렇게 나의 인생을 부지런히 보살핀다면, 분명 더 건강하고 좋은 삶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씨앗을 파종하며 작가는 씨앗처럼 미미한 시간 5분에 대해 사유한다. “스물네 시간이라는 하루를 생각했을 때 5분은 미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5분을 대하는 태도는 삶의 많은 것들을 뒤바꾼다. ‘5분인데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쌓인다면 무기력과 우울로 이어질 것이다. 반면 ‘5분만 더 집중해 보자’ 하는 생각이 쌓이면 인생에 대한 통제력과 효능감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80-81쪽)” 매일 5분, 10분이 모여 한 달 동안 책 2권을 읽어냈다. 5분의 가치를 매일 새롭게 느낀다면, 통제력과 효능감을 자주 느낄 것이고 이것은 내 인생을 변화시킬 것이다. 5분 동안 할 수 있는 일들은 블로그 댓글 달기, 계획표 확인하기, 가계부 내역 쓰기, 커피 몇 모금 마시기 등 날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그걸 매일 해 나간다면 와! 어마어마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원을 어떻게 가꿀지 계획을 세우고, 취향에 맞지 않는 식물들이 뒤죽박죽으로 자라난 땅을 어떻게 손댈지 생각하고 있다면 이미 실존주의자라는 부분이 와닿았다.
“실존의 자각은 고독한 개인의 영역이다. 오직 나만이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할 책임이 있고,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실존주의 사유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는 ‘본래적 실존’으로, 자기 자신을 창조해야 하고 그 창조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92쪽)
“상황이 지지부진하다고 해서 정원을 풍요롭게 만든 아이디어와 고민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좋은 자료를 찾아 읽고 정원에서 양질의 경험을 쌓는 것은 정원사의 든든한 자산이 된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실수할 거라 예상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게 최선이다. 결국 꾸준히 손에 흙을 묻히는 게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한다. (335쪽)”
그러니까 나는 일단 시작하는 게 낫다. 생각도 좋고 고민도 좋지만, 일단 시작해야 실수하면서 배우고 더 나아갈 것이다. 예전에는 계획을 세우고 구조화하다가 지레 지쳐서 시작한 지 얼마 만에 지친 적이 많았다. 그 과정을 통해 실수하거나 오류가 나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일단 시작하자. 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오류는 꼭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정하면서 다시 가면 된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를 격려하면서 가고 있다. 이게 실존주의자의 생각인가? 그러면 나는 실존을 살고 있나 보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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