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속받지 않는 삶을 향한 아프리카에 사는, 하지만 유복한 남매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해야 할까? 남매가 진짜로 자유를 얻고 싶었던 건지 노력이 엿보이다가도 벗아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수긍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아 가슴 아픈 소설이었다. 그렇다면 남매의 억압하고 구속하는 대상은 누구였을까?



남매가 독립하고자 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십 대의 남매가 아버지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할 수 있을까? 어쩐지 그저 남매의 독립이라고 한다면 사소하지만 남매에게는 사소하지 않은 이유일 것만 같다. 하지만 남매에게 아버지는 아버지이자 신이었고 신을 넘어선 악마이기도 했다. 남매의 하루 일과부터 정신적인 것까지 모두 지배하려는, 그 지배를 믿음이라는 말로 둔갑한 아버지는 이미 남매에게 신을 넘어선 악마였다.



P. 16



"그럼 죽을게요." 오빠는 두려움 때문에 눈동자가 콜타르색으로 변했으면서도 이제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럼 죽겠습니다, 아버지."

그동안에 성장소설은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그간 읽었던 성장소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느낌이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저자의 이름부터 주인공들의 이름까지 그리고 그들이 성장하는 배경까지 모두 낯설었다. 아프리카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여러모로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는 저자라고 한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저자라기에 이 소설에도 그 색깔이 짙을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페미니즘 소설을 기피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소설에 그런 느낌이 너무 강하면 어쩐지 본질을 해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더라!



어쨌든 아프리카 소설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런 성장소설의 성격이 다르다고 느낀 건, 보통은 주인공들이 자신이 놓인 상황에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성장하는 건 공통적으로 맞지만 그들을 성장하게 만들었던 이유였던 환경 속에 '종교'적인 문제가 포함되면서 더 넓은 의미의 성장을 남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P. 242



"내가 너한테 하는 일은 전부 너를 위한 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알고 있니?"

아버지는 믿음의 대상에 따라 자식들을 지도했고, '보호하고 있다'라고 믿었다. 아버지가 남매를 보호하고 자는 해로운 것은 당신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했으며 어쩌면 당신이 믿는 십자가 밑에 놓이지 않은 모든 것들이기도 했다. 그 모든 것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남매를 당신이 짠 일과표 안에 살게 했으며 사생활은 없었고 당신에게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는 그것은 즉시 폭력으로 돌아왔다.



"이건 모두 널 위한 거야!"



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포장된 폭력으로 말이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조심스럽다. 하지만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잘못된 믿음은, 남매의 아버지 자체가 신이 되었기에 잘못된 종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들을 가장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부터 남매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억압과 폭력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아버지가 원하는 '믿음'을 보여주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자신이 진짜 믿고 있다고 믿었다.



오빠인 자자는 조금씩 깨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동생인 캄빌리는 달랐다. 항상 아버지의 눈치를 보고 아버지의 만족을 채우기 위해 힘썼다. 행동 하나, 말투 하나도 항상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말이다. 아버지가 이도교라고 불리는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도, 자신의 행동을 감춰버렸으면 그만인 것을 자신의 믿음은 신실하기 때문에 고해성사를 한다.



자유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은수카의 고모댁에 가서도 킴벌리는 말을 하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자신이 행해야 하는 신실한 믿음에 반하는 미소를 지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없는 있는 그대로 그곳을 즐길 수 없는, 아버지가 없는 곳에서조차 아버지에게 지배당한 캄빌리가 가여웠다.



그런 캄빌리가 자유를 향한 의지를 가지고 달라지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P. 98



나는 두 사람이 말할 때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봤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어머니의 입술은 반짝이는 구리색 립스틱을 바른 이페오마 고모의 입술과 비교하니 창백해보였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어머니의 입술, 반짝이는 고모의 입술을 바라보던 캄발리. 그리고 은수카에 일주일을 머물고 아버지의 폭력으로 다시 요양을 위해 다시 은수카에 갔을 때, 처음으로 캄발리는 자신의 입술에 립스틱을 발랐다 지워냈다. 고모의 입을 틀어막아 반짝이는 립스틱이 자신의 손가락에 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기까지, 그렇게 캄발리는 더디지만 조금씩 자유를 향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립스틱에 입술에 가장 강력한 자유의지를 느꼈다. 말을 하고 소리를 내는 입술이기도 하며 그 입술에 원하는 색깔을 칠해서 도드라지게 만드는 건 오롯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선택이기도 하니까!



P. 102



고모는 상대방이 아버지라는 걸,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걸, 특별하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손을 뻗어 고모의 입을 틀어막아서 그 반짝이는 구리색 립스틱이 내 손가락에 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서 가장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아마카 역시 캄발리를 자유로 이끌어줬던 대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난했던 아마카는 부자이고 말을 하지 않고 웃지도 않는 캄발리를 조롱했다. 매번 그렇게 조롱하던 캄발리에게 자매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건 언제부터였을까?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는 폭력을 당하고 다시 은수카로 돌아갔던 날, 아마카는 알았다. 캄발리의 폭력의 대상이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아마카는 캄발리를 동정했던 걸까? '나는 너보다 가난하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가족들과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어!'라는 우월감에 놓였던 걸까? 아마카가 캄발리와 가까워진 이유였지만 어쩐지 아마카를 통해 가장 인간다운 인간의 면모를 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쩐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소설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라고 말하면 믿어질까? 싶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서 소설을 읽지 않는 내가 주말 내내 이 소설을 손에 놓지 못하고 읽었으니 말이다. 손에 놓지 못했던 그 시간 동안은 분명 캄발리와 자자를 응원했던 것 같다. 그들이 억압된 존재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대상이라 그 갑갑함과 숨 막힘이 고스란히 전해졌으며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없는 폭력을 행했을 때같이 아파했다.



하지만, 그들이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의 크고 작은 도움이 있었지만 결국 그들의 '자유로울 수 있었던 건' 남매 스스로가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여러모로 의미 있는 소설을 읽은 기분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지배 당했던 자신을 스스로 끌어올렸으니!



P. 274



그때 나는 이페오마 고모도 사촌들에게 똑같이 해 왔음을 깨달았다. 엄마가 자식한테 어떤 식으로 말하고,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통해 그 애들이 뛰어넘어야 할 목표를 점점 높였다. 아이들이 반드시 막대를 넘으리라 믿으면서 항상 그랬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오빠와 내 경우는 달랐다. 우리는 스스로 막대를 넘을 수 있다고 믿어서 넘은 게 아니라 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스페셜 에디션)
손힘찬 지음 / 부크럼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요즘 전보다 에세이를 즐겨 있는 것 같다. 어쩐지 이전에 읽는 에세이는 동떨어진 마음에 읽다 놓다를 반복하다 결국 끝까지 못 읽는 책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따스한 에세이 한 권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처음 읽는 작가의 책이었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도 에세이를 읽기 시작하며 은연중에 이 작가는 여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남자라는 사실에 한 번 놀라며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왜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을까? 섬세한 문체와 더불어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알아주는'이라는 생각에 당연히 그렇게 읽었던 것 같다. '관계의 모든 것'이라는 짧은 부제로 소개하고 싶은 에세이다.



P. 86



"사람의 가치는 그 그림처럼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단다. 그림은 창작물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 값어치를 다르게 측정하지. 설령 그게 하찮은 그림이라도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지는 거야. 네가 이 그림과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그 어떤 곳바다도 중요한 사실은, 네가 스스로를 소중하게 대할 때 비로소 네 인생의 가치가 올라가는 거야. 그게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첫걸음이 되겠지."

.

.

.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

책을 소개하는 키워드를 읽으며 요즘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키워드가 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마음만 끌어당기고 끝나는 겉만 번지르르 한 에세이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이 에세이의 저자가 어리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어리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울 것 같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가장 큰 위로를 받았고 공감을 느꼈으니까! 한참 어릴 때도 지금도 여전히 관계는 어렵다. 타인과의 관계도 가까운 사이의 관계도 하물며 나라는 사람과의 관계마저도 쉬운 건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말도 감정도 로봇처럼 기계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관계에 대한 고민을 '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저자와 깊은 대화를 나눈 기분이었다. 마치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것처럼!



P. 91



혼자 있는 시간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시간이고,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타인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나'와의 관계는 훨씬 더 중요하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나 홀로 있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시간은 그저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나를 편하게 대하면서 위로해 주기도 하고, 진취적 사고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그 과정 중에 자연스레 자존감이라는 것은 키워진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해, 대화, 이해



사람이기 때문에 관계를 맺다 보면 '오해'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때 필요한 건 분명 대화다. 하지만 대화가 잘 통해서 이해관계에 놓여 잘 풀어나간다면 다행이지만 사실,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오히려 이해관계를 만들기 위함이었던 대화가 다시는 풀어내지 못할 오해들만 쌓일 때가 있다. 전에는 그런 오해를 풀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설명하고 눈치 보고, 그 사이에 내 마음은 자꾸 다치는, 그런 시간들도 있었다.



지금은 오해를 풀고 싶지 않은 사람과 오해를 풀기 위해 대화를 나누기를 포기했다. 그냥 오해라고 생각하는 일을 '오해라고 두니' 상대와는 멀어졌지만 오히려 내 마음은 편해지더라! 분명 100%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눠서 이해하는 관계 보다 안 보고 지내는 게 오히려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이와 이해관계에 놓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게 고작 일 년 전이다.



P. 160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든지 간에 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는지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정말 할 수 있는 선까지 해보길 바란다. 그럼 자연스레 결론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나 자신인데, 그걸 매번 잊고 산다. 이기적인 건 나쁘지 만은 않다. 이기적이라는 게 나빠질 때는 나'만'이라는 생각으로 행동할 때인 것 같다. 나'도'라는 생각으로 행동할 때 나 자신도 지켜내고 나와의 관계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누군가와의 관계도 맺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반성하던 내 모습이었는데, 직접 눈으로 읽으니 한 번 더 다짐하게 됐던 것 같다. '남에게 묻는 습관' 나를 위한 결정인데 왜 자꾸 누군가에게 물을까? 진짜 나를 위한 선택은 오롯이 나만 아는 것 같다.

처음 이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을 때가 주말, 오후, 배게, 음악이 더해진 가장 편안한 시간에 읽었다. 어쩌면 가장 필요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는 꼭 가장 필요한 만큼의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휴식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1년의 여행이 내게 꼭 그랬다. 용기를 주었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줬으니까!



휴식이 필요한 시간에 읽었던 이 에세이도 딱 그랬다. 내 마음에 딱 힘이 되어주는 그런 시간에 읽으니 문장 문장이 자꾸만 마음에 들어와서 어루만져 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요즘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에 관심을 갖기도 했는데, 나는 역시 작가 혹은 출판사를 보며 책을 고른다. 이 작가의 책을 시작으로 부크럼 출판사가 좋아지기도 했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도 출간된 덕분에 더 푹 빠지는 중이다. 한동안은 소설만큼이나 에세이에 푹 빠져 살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고전문학,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을 다시 읽었다. 다시 읽게 된 계기가 있었다. 지난달 독서모임에서 내가 추천한 도서였던 '도련님'이 선정된 덕분에 다시 읽는 계기가 되었고 덕분에 책 선물도 받았다. 사실 도련님은 워낙 좋아하는 소설인지라 다시 읽지 않아도 될 만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독서모임에서 읽을 때 출판사마다 번역의 차이가 있기에 도련님 역시 다른 출판사의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확실히 차이가 느껴지기도 했다. 앞서 읽었던 책보다는 조금 더 쉬이 읽히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만큼 깊이감이 덜 한 느낌도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던 도련님이었다. 3년 전에 읽었는데, 그때 썼던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아무래도 마츠야마 여행을 다녀와서 인상 깊었던지라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많았고 도련님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도 적었는데, 그때는 그저 솔직한 담백한 도련님으로 남아주길 바랐지만 3년 사이에 사회에 조금 더 적응한 어른이 되었는지 다른 생각들이 들기도 했다.
P. 15



다른 사람 몰래 혼자 치사하게 득보는 것만큼 싫은 것이 없다. 물론 형과는 사이도 안 좋았지만 그렇다고 형 몰래 나 혼자 사탕을 받아먹거나 색연필을 받아 챙기기는 싫었다. 한 번은 "왜 나만 주고 형은 주지 않는 거야?"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기요는 이렇게 대답했다. "형님은 아버님이 많이 사주시니까 걱정할 것 없지요." 이건 불공평하다. 우리 집 영감이 꽉 막히긴 했지만 사람 편애 따위나 하는 치사한 사람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솔직했던 도련님, 정의롭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까? 장난을 쳐서 잘못하더라도 장난을 쳤으니 당당히 혼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저 어린아이의 행동이라면 어쩌면 칭찬해줄 만한 행동인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작은 시골 학교의 수학 선생님으로 갔다. 세상을 정의롭게만 보는 도련님의 사회생활은 어땠을까? 저다마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회를 배우기보다는 거부한다. 그런 새내기를 적응 시키려는 노력과 달리 좀처럼 좀 잡을 수 없는 행동을 보며 처음 읽을 때만 해도 '결국 변해가겠지!'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쩌면 난 그런 도련님을 보고 조금은 바뀌기를 바랐다. 다른 교사 보다 월급을 조금 더 올려준다고 할 때도 군소리 없이 받기를 바랐고 때로는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 감출 줄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사회생활의 시작이 힘든 이유인 것 같다. 내 마음과는 다르게 선택해야 하고 말해야 하는 것들 그리고 그러면서 어쩐지 나 자신은 잃어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누구나 그렇고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회는 결코 변하지 않을 테니까!



P. 9



난 거짓말은 못 하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할 수 없다. 속아서 여기까지 왔으니 포기하고 돌아가자고 생각했다.

도련님의 성격을 나타낼 수 있는 문장을 모으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까지 모으다 보니 책 귀퉁이를 잔뜩 접어야 했다. 그만큼 공감이 갈 때도 있었고 고작 3년 전이지만 그때와 다른 마음으로 읽고 있는 나 자신이 조금은 씁쓸했다. 그때는 조금은 '나도 도련님처럼!'하는 생각도 조금 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P. 49



어느 날 거센 바람이 "아무리 혼자서 불공평하다고 외쳐도 달걀로 바위 치기지"란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이건 두 사람이건 불공평한 것은 불공평한 것이고 정의는 반드시 이기는 법이다.
정직하게 사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련님이 변했으면 하고 느꼈던 건, 결코 정의롭지 않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건 아니다. 정의로운 사람이면서 그저 내가 좋은 사회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때로는 조금 억울한 것 같아도 아닌 것 같아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부 다 할 수 없으니!



다만 마음으로는 잊지 않는 것, "한 건 한 것이고, 안 한 건 안 한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풍자소설인 도련님! 권력 앞에 굴하지 않는 도련님은 역시 세상 물정 몰라서 용감하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가다고 그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도련님은 사회에 굴하지 않고 학교를 박차고 나와서 기요와 살기 위해 도쿄로 돌아갔다. 나와 맞지 않는 그 사회에서 어울리기보다는 그만두는 쪽을 선택하는 도련님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저마다 다른 인물들이 더해지니 훨씬 재밌게 읽은 소설이기도 했다. 어쩌면 다소 무거운 소재지만 그리 무겁지 않게 풀어낸!



P. 76



생각해보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은 나쁜 길로 들어서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나쁜 것에 물들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믿고들 있는 것 같다. 가끔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 부잣집 도련님' 하면서 비꼬곤 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거짓말하면 안 된다, 솔직해야 된다'라고 가르치지 말고 차라리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사람을 의심하는 기술' '사람 등치는 술책'을 가르치는 편이 이 세상을 위해서도 그 사람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중에 분명 다시 꺼내 읽을 소설이기도 하면서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야지 싶었다. 이 달 독서모임에서는 또 어떤 얘기를 나눌지 궁금하기도 하다. 딱, 모임에서 토론하기 좋을 것 같아서 추천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독서모임을 나간 이후의 장점이 생겼다면 책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읽게 됐다는 점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꽤 오래전에 구입했던 에세이였는데, 한참을 그냥 그 자리에 두었던 에세이였다. '읽어야지, 언젠가는 읽어야지!'하면서 말이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워낙 강해서 한동안 손이 가지 않았던 에세이를 근래 다시 읽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금방 다 읽어버렸다. 심지어 공감 가는 문장이 너무 많아서 접어 놓은 페이지 역시 많았다. 그렇다면 그때는 왜 그랬을까? 문득 그리 길지 않았던 기간에 '나'라는 사람의 어떤 부분이 변한 건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을 읽는 것도, 나에게 맞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P. 64



요즘의 저는 '나'로 시작하는 말이 아니라 '너'로 시작하는 말에 관심이 갑니다. '내가 말이야'보다는 '너는 말이지'로 시작하는 말에 좀 더 귀 기울이게 돼요.

이전의 저는 뭐든 '나는'으로 시작하는 말을 했어요. '내'목표, '내'작품, '내'의도와 '내'입장 같은 것들만 떠올랐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는 말을 하느라, '너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당신의 말을 듣지 못할 때가 많았죠.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 사용법



실제로 저자가 읽었던 책들의 밑줄을 그어둔 구절들을 인용하며 저자의 생각과 감정이 더해진 에세이였는데, 나 역시 그런 저자의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지하철에서 읽을 때는 밑줄 대신 페이지를 접어두기도 했다. 서평을 남기려고 접어둔 페이지를 넘겨 보며 몇 번을 곱씹어서 읽었던 글도 있었고 대체 여기에는 왜 밑줄을 그었을까 하는 구절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내 마음을 대변하는 글이 많았던 것 같다. 이럴 때 위로가 된다. 굳이 누군가 대상이 있지 않아도 책 한 권에 담긴, 밑줄을 그은 문장들이 위로가 되어주는!



P. 95



우리 말에 '속상하다'라는 절묘한 표현이 있죠. 내 몸속이 '상한다'라는 뜻인데 괴롭고 슬픈데도 눈물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면 몸속의 울음이 우물처럼 고여 썩을 수 있다는 뜻일 거예요. 그렇게 보면, 속이 쓰릴 때 나오는 위산이나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코르티솔도 어쩌면 눈물의 다른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누군가 내 앞에서 울고 있다면, 흐르는 눈물은 그 사람이 나를 믿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니까요. 가끔은 흘러넘쳐도 좋아요.

요즘, 다시 배우는 생활이 시작되면서 회사에 다닐 때보다 다른 사람들과 더 의논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어릴 때는 참 그게 힘들었다. '혼자 하면 더 편할 텐데,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라며 하고 싶지 않은 조별 과제에 속이 썩었던 시절과 달리 지금도 여전히 힘들지만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또 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생각은 항상 같으니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르면 더 많은 것을 배워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어린 시절의 나는 그저 '다름을 틀림'이라고 받아들이며 혼자 스트레스를 받았구나,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혼자서 나를 칭찬하기도 했다.



P. 112



갈등에는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건,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른 존재라는 걸 인정할 때, 나의 다름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왜 이 책을 읽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시기가 딱 퇴사를 했던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퇴사를 한 이후에 책을 읽을 시간도 더 많아지고 좋아하는 여행도 실컷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오롯이 여행을 떠났을 때만 그런 여유를 가졌고 일상에서는 매일이 불안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여행만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항상 마음속에 있었던 것 같다. 막상 퇴사를 해보니 그저 마음의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가득했던 건 아니었다.



다만, 그렇게 퇴사를 하며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앞으로 나를 위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또롯하게 보였다. 그 방향을 향해 직진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때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으며 어느 순간 이름 아침에 눈을 떠서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목적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목적지'를 떠올리며 하고 싶은 일이면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원하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1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결코 퇴사했던 그 시간이 불안했다고만 할 수 없는 시간이라고 내게는 인생 중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에세이를 읽으며 문장 수집가가 되고 싶었다. 그저 밑줄만 긋는 게 아닌 필사를 하고, 코멘트를 달며 내 마음에 꼭 들어오는 문장들을 하나하나 수집하는 그런, 이 책 안에도 그런 문장들이 무척 많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 나는 하루 한번, [나]라는 브랜드를 만난다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민호'작가 어디서 들어봤더라, 작가라기보다는 '마케터'라고 불리는 게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독자로 만났기 때문에 저자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저자의 두 번째 에세이,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역시나 에세이라고만 하기에 부족함이 느껴진다. 책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 배울게 참 많기 때문에? 처음 나왔던 책부터 두 번째 에세이까지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요즘 출판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결코 너도 나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는 지금의 시점에서 유명하지도 않은 작가가 낸 첫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저자 파워를 얻은 두 번째 책 역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하지만 두 번째 에세이를 먼저 읽은 나는 결코 저자 파워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담긴 내용에 깊이가 있었으므로!



마케터로서 '브랜드'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결국에는 직업을 얻기 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배울 게 참 많다. 특히나 마케터라면 더욱이!
P. 23



여러분의 브랜드는

무엇과 무엇,

누구와 누구를

연결하고 있습니까?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케터라는 일이 항상 중간에 놓여 있는 입장이기에 마케터에게 가장 힘든 일이라면 누군가 누군가를 연결하는 역할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소한 관계부터 중요한 관계까지, 관계의 연결에 앞서 당연하게 잊고 있었던 것 중에 하나는 역시 '나'를 잊은 채로는 관계 안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살면서 제일 바빴던 시기가 요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체크한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지만, 그게 그렇게 싫지 만은 않다. 분명 잠도 더 자고 싶고 피곤하고 고단하지만 '싫지 만은 않은' 기분이 좋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 중에, 직장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직장에서의 나를 내 삶에서 분리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앞서 다녔던 직장에서의 내가 딱 그랬다. 직장에서의 나와 직장에 있지 않은 나를 분리하기 바빴다. '업'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책임감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을 앞두고 배우는 과정이지만, 어쩌면 배우고 있는 과정이기에 힘들어도 싫지 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업'을 앞두고 있는 나는 저자가 말하는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것 같은 시간이라, 그리 싫지 만은 않다.



P. 70



'나'라는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은 직업인이 되어간다는 뜻입니다. 직업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압도적인 인풋입니다. 평소에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계시나요? 어떤 새로운 경험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공부와 독서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새로운 경험과 도전의 결핍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평소 아침을 여는 시간은 몇 시입니까? 순전히 일하는 시간에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몰입을 하고 있습니까? 주말은 무엇으로 그 많은 시간을 채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브랜드'에 대해 고찰해본 적이 있었나? 싶다. 브랜드를 만들어 간다는 것과 그리고 그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는 동안 다른 브랜드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떠올렸고 멀어졌던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는 어떤 이유였는지에 대해 떠올렸다. 그 브랜드의 어떤 면에 반해서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지와, 오랫동안 이용했던 브랜드지만 어떤 부분에 실망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 저자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였는데, 자꾸만 메모를 하고 잊지 않아야지 했던 배움들이 많았다. 그게 결국 저자의 삶이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마케터로서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도, 기본기서부터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까지!



P. 108



제아무리 페라리 엔진만큼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 한들, 자전거 브레이크만큼의 신뢰만 존재한다면 페라리 엔진은 결국 자전거 브레이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속도만 낼 수 있게 됩니다.

열등감과 결핍, 내게도 있다.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그런 열등감과 결핍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나는 어떻게 그런 시간을 견뎠을까? 지난 시간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저 생각하고 마주하며 배우려고 한다. 그렇다 보면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보다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P. 142



열등감, 그리고 결핍은 우리를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성장시켜 줄 인생 최고의 스승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 한편에 위대한 스승이 있습니다.

이를 마주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저자의 이력에도 자꾸만 눈이 갔다. 지금 마케터 강민호 된 이후의 이력보다는 마케터 이전의 이력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얼마나 부단히 노력하고 살아왔던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가 있었기에, 분명 그의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관심받을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 같다.



앞서 나왔던 '변하는 것고 변하지 않는 것' 역시 읽어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