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스페셜 에디션)
손힘찬 지음 / 부크럼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요즘 전보다 에세이를 즐겨 있는 것 같다. 어쩐지 이전에 읽는 에세이는 동떨어진 마음에 읽다 놓다를 반복하다 결국 끝까지 못 읽는 책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따스한 에세이 한 권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처음 읽는 작가의 책이었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도 에세이를 읽기 시작하며 은연중에 이 작가는 여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남자라는 사실에 한 번 놀라며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왜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을까? 섬세한 문체와 더불어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알아주는'이라는 생각에 당연히 그렇게 읽었던 것 같다. '관계의 모든 것'이라는 짧은 부제로 소개하고 싶은 에세이다.
P. 86
"사람의 가치는 그 그림처럼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단다. 그림은 창작물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 값어치를 다르게 측정하지. 설령 그게 하찮은 그림이라도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지는 거야. 네가 이 그림과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그 어떤 곳바다도 중요한 사실은, 네가 스스로를 소중하게 대할 때 비로소 네 인생의 가치가 올라가는 거야. 그게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첫걸음이 되겠지."
.
.
.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
책을 소개하는 키워드를 읽으며 요즘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키워드가 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마음만 끌어당기고 끝나는 겉만 번지르르 한 에세이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이 에세이의 저자가 어리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어리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울 것 같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가장 큰 위로를 받았고 공감을 느꼈으니까! 한참 어릴 때도 지금도 여전히 관계는 어렵다. 타인과의 관계도 가까운 사이의 관계도 하물며 나라는 사람과의 관계마저도 쉬운 건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말도 감정도 로봇처럼 기계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관계에 대한 고민을 '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저자와 깊은 대화를 나눈 기분이었다. 마치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것처럼!
P. 91
혼자 있는 시간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시간이고,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타인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나'와의 관계는 훨씬 더 중요하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나 홀로 있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시간은 그저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나를 편하게 대하면서 위로해 주기도 하고, 진취적 사고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그 과정 중에 자연스레 자존감이라는 것은 키워진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해, 대화, 이해
사람이기 때문에 관계를 맺다 보면 '오해'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때 필요한 건 분명 대화다. 하지만 대화가 잘 통해서 이해관계에 놓여 잘 풀어나간다면 다행이지만 사실,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오히려 이해관계를 만들기 위함이었던 대화가 다시는 풀어내지 못할 오해들만 쌓일 때가 있다. 전에는 그런 오해를 풀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설명하고 눈치 보고, 그 사이에 내 마음은 자꾸 다치는, 그런 시간들도 있었다.
지금은 오해를 풀고 싶지 않은 사람과 오해를 풀기 위해 대화를 나누기를 포기했다. 그냥 오해라고 생각하는 일을 '오해라고 두니' 상대와는 멀어졌지만 오히려 내 마음은 편해지더라! 분명 100%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눠서 이해하는 관계 보다 안 보고 지내는 게 오히려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이와 이해관계에 놓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게 고작 일 년 전이다.
P. 160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든지 간에 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는지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정말 할 수 있는 선까지 해보길 바란다. 그럼 자연스레 결론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나 자신인데, 그걸 매번 잊고 산다. 이기적인 건 나쁘지 만은 않다. 이기적이라는 게 나빠질 때는 나'만'이라는 생각으로 행동할 때인 것 같다. 나'도'라는 생각으로 행동할 때 나 자신도 지켜내고 나와의 관계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누군가와의 관계도 맺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반성하던 내 모습이었는데, 직접 눈으로 읽으니 한 번 더 다짐하게 됐던 것 같다. '남에게 묻는 습관' 나를 위한 결정인데 왜 자꾸 누군가에게 물을까? 진짜 나를 위한 선택은 오롯이 나만 아는 것 같다.
처음 이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을 때가 주말, 오후, 배게, 음악이 더해진 가장 편안한 시간에 읽었다. 어쩌면 가장 필요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는 꼭 가장 필요한 만큼의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휴식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1년의 여행이 내게 꼭 그랬다. 용기를 주었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줬으니까!
휴식이 필요한 시간에 읽었던 이 에세이도 딱 그랬다. 내 마음에 딱 힘이 되어주는 그런 시간에 읽으니 문장 문장이 자꾸만 마음에 들어와서 어루만져 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요즘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에 관심을 갖기도 했는데, 나는 역시 작가 혹은 출판사를 보며 책을 고른다. 이 작가의 책을 시작으로 부크럼 출판사가 좋아지기도 했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도 출간된 덕분에 더 푹 빠지는 중이다. 한동안은 소설만큼이나 에세이에 푹 빠져 살겠지!